댓글에 공포게시판에 꼭 써주시란 게 있어서 써드립니다. 너무 기대가 크신것 같던데 실망시켜 드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저는 평소에 인간의 의식체계나 정신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종교서적도 많이 읽고 공부하고, 철학도 나름대로 공부하고 정리해보려 하는 노력을 합니다. 결국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신경과학을 전공하게 되었죠. 어렸을 때부터 꿈이나 명상에 대한 관심도 많아 이것저것 시도해 보기도 했으나 신통치 않은 결과를 본적이 많았고 게중 많은 수는 저와 맞지 않았거나 사이비였겠죠;
어쨌든, 제 경험은 제가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중 기숙사에서 일어났습니다. (현재 개인적 사정으로 휴학중) 거창하게 유체이탈이라고 했지만, 과학도로서 안본것 뿐 아니라 본것, 실제 경험한 것 마저도 쉽게 단정짓지 않으려 노력하기 때문에 저 스스로도 그게 무엇이었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아직도 결론을 내리진 못하고 있습니다. 뭐 결국 단순한 정신착란증세였을수도 있다고 봅니다.
일상을 사는 의식상태, 즉 주변의 물리적 사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인식하고 판단을 내리는 상태는 물론 일상생활에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인간의 정신적 능력이 신체의 신호들에 의해 제어되고 억제되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정신의 힘이 모두 발휘될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저는 저만의 수련방법이랄까 명상이랄까.. 아무튼 저만의 방법을 발전시켜왔습니다. 그것도 사실 거창한게 아니고 호흡과 함께 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 바꾸는 수준이죠. 자세한 건 말해봐야 사이비같을 뿐일 테니 생략하고 어쨌든 가부좌를 틀고 눈을감고 곧은 자세로 하는 명상과는 많이 다른 겁니다.
그날 기숙사 방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담배나 한대 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쩌다 보니 대화가 끊기게 되었지만 둘다 친한 친구 사이이기에 어색하지 않게 그냥 앉아서 쉬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항상 하던 그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평소같았으면 그냥 마음을 차분하게 하거나 단지 세상이 조금 낯설게 보였을 텐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 모든것의 윤곽선이 만화에서처럼 또렷하게 되어 보였습니다. 그 윤곽선들은 어느새 유기체처럼 빛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전에는 몰랐던 또다른 차원이 모든 사물의 윤곽선 안에 숨겨져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는 제 자아를 잃어갔고 주변에 보이는 물리적 존재들의 존재감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게 표현하기 참 모호한데요, 우리가 살고있는 시공간 자체가 또다른 차원을 중심으로 벗겨졌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 모든게 정말 순식간에 일어났고 그때 제 생각은 단지 하나.
"어..?"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저는 엄청난 속도로 붕 떠오르는데, 혹시 영화 '콘택트'를 보셨다면 거기서 웜홀 통과할때처럼 뭔가 지금까지 알던 물리적 규칙과는 다른 양상이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란 존재는 몸뚱아리가 없고 자아도 의지도 없는 하나의 의식체로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엔 정말 감당할수 없을 정도의 정보, 감정, 사념 등이 제 안으로 들어왔고 저는 솔직히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공간의 개념은 이미 제멋대로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었고 저는 아무곳에도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 그 자체였습니다. 그때 보았던 유일한 것은 검은색 바탕에 보랏빛을 띈 밝은 푸른색 아름다우면서도 숨막힐 정도로 압도적인 빛. 우주에 와있던 것일까요?
그 후에 조금 더 진정이 된 후에는 눈앞에 거대한 푸른빛의 시계같은 형체가 보였습니다. 그 안에는 이해하지 못할 이미지들과 엄청난 에너지로 움직이고 있는 존재들이 있었습니다. 시계바늘이 돌아가듯이, 양파처럼 그 차원 뒤의 또다른 차원이 하나씩 하나씩 벗겨져 나오고 있었고 한겹 한겹 벗겨질 때마다 새로운 이미지와 존재들이 보였습니다.
그걸 저는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니 바라보고 있었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 듯 합니다. 나란 존재와 그 시계(?)만이 있었을 뿐이지 "본다"는 관점은 한참 뒤에야 생겼으니까요. 어찌됐든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 육체에 대한 기억과 교감이 이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으로 쑤-욱 들어와있고 저는 제 방에 다시 앉아있더군요.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무척이나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내가 이 세계에 살고 있었다는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내가 내 몸에 돌아왔고 다시 그 전처럼 살아갈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 방을 무작정 뛰쳐나가 옆 방 문들을 두드리고 다녔습니다. 무언가를 만지고 누군가를 만나야만 될것 같아서 말이죠.
처음 돌아왔을때엔 별로 기억이 없었는데 차츰 기억들이 돌아왔습니다. 꿈과는 반대더군요. 깨자마자 잃어가는 꿈의 기억과는 반대로 돌아오자마자 기억이 나기 시작한다는 것.
그후 정말 아주 오랫동안 그 경험이 제게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정말 시도때도 없이 그게 무엇이었을까 생각했으니까요. (이제는 좀 덜 합니다^^) 참 묘했던 게, 그 이후로 어떤 일상적인 경험을 하든지, 그때의 그 유체이탈 경험에 "대입"을 할수 있었다는 겁니다. 마치 그 유체이탈 경험이 사실은 경험(값)이 아닌 하나의 함수인것처럼 어떤 경험을 대입하든지 그 경험에 대한 새로운 값, 즉 관점을 제시해 주더라는 것이죠. 한때는 그것때문에 제가 미쳐버릴까봐 무섭기도 했습니다.. 사실 정상인이 사고를 하는 방식은 아니잖아요? 또 제가 경험해선 안될걸 했다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격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그걸 다시는 시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준비가 될 날이 올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게썼네요.. 아무쪼록 도움 되시길 빌고.. 제 개인적 소견으로는 정신을 제어하고 다룬다는 것은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니 너무 성급하게 하시면 안될 것 같습니다.
글수정/추가: 같은 방에 있던 친구의 말로는 그동안에 제가 멍하니 허공을 향해 헤벌죽 웃고 있더랍니다.
이름 불러도 아무 반응도 없었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냅뒀다네요. 제가 그러고 있었던 시간은 약 3분 정도였다고 하는데, 제 경험한 시간 길이는... 정의를 못내리겠습니다. 찰나였던 것 같기도 하고 무한히 긴 시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시간개념이란 것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제와 생각해 보려 해도 도저히 알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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