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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180801
    작성자 : 뷔뷔뷔
    추천 : 3
    조회수 : 976
    IP : 122.199.***.89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0/02/21 15:14:59
    http://todayhumor.com/?humorstory_180801 모바일
    남들이 쓰는 일진 소설ㅋ 나도 써봤다.
    나는 일진이다.

     

    공부도 더럽게 못하고 하는 거라곤 그냥 남들보다 조금 뛰어난 주먹.

    그저 휘황찬란한 인맥에 의해 어쩌다 보니 '싸움도 열라 잘하는 성격 더러워 빠진 일진' 이 되었다.

    애초부터 뭐 여자와의 관계?, 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

    앞에서 말했든 '어쩌다 보니' 이니까.

    중학교 일 학년 때 만해도 그럭저럭 공부는 해야겠네, 라고 생각하던 놈이었고

    남들과의 트러블도 그렇게까진 없었다.

    그냥 '공부 못하는 주제 반에서 나대는 놈들' 중 하나였다.

    이제 한 이 학년 쯤 되니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전학 온 애가 순식간에 찌질이 행세가 되고, 그 놈이 친구 없어 나에게 붙어 다녔다.

    그냥 대화라도 나눴던 반 친구들까지 날 병신 취급했었다.

    소위 '잘 나가는 놈들' 은 더 심했다.

    하지만 머지 않아, 녀석이 '드럽게 잘 나가던 놈, 부모님 빽 출중한 놈' 이란 것이 알려지자 급 부상했고,

    녀석은 의리를 잊지 않고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잡지 말아야 할 더러운 손이었다.

     

    어쩌다 보니 어느 동네 하나 주름잡는 일진이 되었고

    뭐 써클 모임이니 그런 것도 꼬박꼬박 참여해야 하는 스케쥴 바쁜 나날이 되었다.

    여자 하나 못 깔면 병신 취급 받는 이 곳에서 그냥 어떤 재미일까 하고 한번 해 봤고

    이게 나날이 하다 보니 습관처럼 되어서 중독자마냥 미친듯이 여자와 잠자기 바빴다.

    다른 소위 '일진' 녀석들과도 어떤 여자는 가슴이 뭐 어떻고, 뭐 어떻게 하면 여자가 좋아하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댔고 난 당연히 거기에 끼여서 이 여자는 뭐 이게 안 좋고 목소리가 뭐 어떠냔 등 자연스레 유도했다.

    뭐 어느정도 시간이 되다 보니 선생님들도 포기하고 날 아예 냅두게 되었고(오히려 그런 점이 감사했지만)

    반에서는 애들이 무슨 지 부모 죽인 살인자마냥 경계와 무서움이 반반 씩 섞인 눈초리로 날 바라보게 되었다.

     

     

     "조용히 좀 해줄래?"

     

     "뭐?"

     

    아니꼬운 눈초리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내가 무슨 수업시간에 떠들든 말든 무슨 상관인데 반장 새끼가 일어나서 이 지랄인지.

    짜증난단 목소리가 역력하게 내뱉자 반 녀석들이 두려움이 역력한 기색을 띠며 서로의 눈치를 본다.

     

     "너 시끄럽다고. 너 때문에 반 평균 얼마나 깎아 내리는지 알아?"

     

    어쩌라고.

     

     "야, 니가 그러고도 남자냐? 허세만 가득 차가지곤."

     

     "이 새끼야, 넌 남자 아니냐?"

     

    우리반 반장은 전교 1,2등을 다투는 사내 새끼였다.

    그냥 얼굴도 좀 반반하다, 정도.

    그렇게 까지 우월한 얼굴도 아니고 그냥 어, 괜찮네.

    딱 이 정도.

     

     "선생님, 얘 퇴학 시키면 안되나요?"

     

    아직까지 대단한 사고 친게 없어서 말이지.

     

     

     

    찌끄레기 한 놈이 반장 놈의 머리칼을 낚아채면서 질질 체육관 창고로 끌고 온다.

    그러니 좋은 말로 할 때, 지 발로 나올 것이지.

    선생님 앞에 있다고 온갖 말 지껄이더니 꼴 좋다.

    끌고 다니면서 몇 대 좀 맞은 듯 얼굴이 벌써부터 퉁퉁 붓기 시작한다.

    딱 보니까 학교 마치면 멍 들겠네, 이젠.

     

     "때려봐! 나 합기도 3단에, 유도 2단이야!"

     

    어쩔.

     

    어떤 운동이든 간에 제대로 싸움에 효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없다.

    그냥 실전에 써보지도 않고 대충 사범님인지 뭔지 따라배워서 처음으로 사용하는 거라면 더 더욱.

    녀석은 쥐 패듯이 맞았고, 내 예상과 달리 금새 멍이 불쑥 불쑥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결국 녀석을 선생님께 보이지 않게 적당히 질질 끌고가서 게임방 뒤쪽에 있는 조그마한 공터에 내팽겨쳤다.

    꼴에 남자라고 겁 먹어 놓곤 '더 때려 봐!' 랜다.

    어떤 유전자가 이렇게 가득 차면 니미 좆 같이 되는 거야.

    말 그대로 더 때려줬더니 애가 말이 없다.

    아, 씨발.

    죽은 건 아니겠지 싶어 툭툭 건드리니 손가락이 움찔한다.

    잠시 기절 했나 보다.

    아직도 기절 한 척을 하길래 억지로 눈 꺼풀을 들어올렸더니 녀석의 동공이 확장되면서

    온갖 두려움의 눈초리를 나에게 쏘아 보낸다.

    이 새끼 부모 스펙이 얼마정도 되는지 알아 놓을 걸 그랬나.

    몸이 성한 군더기가 없다.

    옆에 있던 놈이 십원짜리 몇개를 던져주며 치료비에 쓰라고 깔깔 된다.

    웃을게 아니야, 임마.

    얼마나 부모 스펙이 좋으면 전교 1,2등을 하냔 말이야.

    나 같은 경우에는 체육 특기생으로 들어왔다만.

    녀석에게 부모님 뭐하시냐고 물으니까 그냥 깡통 주어다 파신 댄다.

    존나 웃겨서, 괜히 걱정 한게 짜증나서 발로 한번 더 깠다.

    아파 죽을려고 한다.

    웃긴다.

     

    다음 날, 반장 새끼는 전학 갔댄다.

    실수로 넘어졌는데 그게 데굴 데굴 굴러 넘어져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단다.

    그래서 이 지리는 위험하다고 전학 갔댄다.

    하긴 깡통 주어다 파는 에미 애비 애 새낀데, 뭐 지리 이동 한다 한들 뭔 일에 지장이 있겠어.

    그 동안 애 새끼 대학 간다고 모은 돈으로 이사나 했나 싶어서 은근히 웃긴다.

     

     

    이제 졸업이 다가오고 있다.

    뭐해 먹고 살아야 하나 막막하기 그지 없다.

    시발, 말로만 듣던 치킨 셔틀을 해야하나란 심정에 가슴이 답답하다.

    부모란 새끼는 애 새끼 취업 걱정 안하고 그저 동생 새끼에게 우쭈쭈다.

    내 친구란 놈들은 지는 유학갈거라니, 자기는 애초부터 이민을 생각했다느니, 부모님 사업 물려 받으면 된다더니.

    그래서 나한테 일 자리 좀 어떻게 안되겠느냐고 하니까, 녀석들이 난처한 얼굴로 '미안.' 이라고 말한다.

    시발 좆 같은 새끼들.

    이런 놈을 내가 친구라고 뒀다.

    결국 이렇게 생각 없이 졸업이 되었다.

     

     

    시발, 요새 셔틀 하기도 존나 힘들어.

    결국 사정사정 해서 얻은 직업이 우유 배달이다.

    방세 싼 곳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결국 내가 사는 시 맨 끝자락에 자리잡았다.

    이 짓거리로 얼마나 벌어 먹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

    부모는 졸업 하자 마자 그나마 자퇴 안한게 다행이란 식으로 비꼬며 날 반강제적으로 내보냈다.

    소위 아는 선배, 형님들에게 빌빌 굴어서 방 하나 없냐고 물으니까, 내 신경 써 줄 입장이 아니랜다.

    그나마 지는 번 듯한 셔틀 직업 있으면서.

    오랜만에 만난 옆 학교 일진 새끼들도 부모 빽 있는 새끼들은 그나마 유학을 갔고,

    나와 비슷한 입장인 새끼들은 빌빌 거리며 전단지나 돌리고 자빠져 있다.

    한 새끼는 셔틀 직업을 따냈다며 우쭐 거렸고, 그 새끼는 술자리가 끝나자마자 존나게 까였다.

    시발래미, 누가 그렇게 행동 하래.

     

    새벽부터 일어나서 우유를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수면 부족이라서 미칠 것 만 같다.

    우유를 다 돌린 다음엔 일 자리를 구하려 뛰어 다녔다.

    당연히 얻는 건 없다.

    집에 와선 불도 못 켠다.

    고작 빠듯하게 방세 내는게 모두.

    정말 할 게 없으면 천원 하나 들고가서 피시 질 하다가 한시간 지나면 미친듯이 짜증내고.

    그러다가 동네 고딩 새끼들에게 존나게 욕 먹고.

    시발 놈들아, 너도 커서 나 처럼 돼.

     

    다음 날도 일어나 미친듯이 돌렸다.

    늘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내가 돌리는 집 들 중 존나게 큰 집이 있는데

    도대체 이 안엔 어떤 새끼가 살까 궁금하다.

    존나 부모 스펙 철철 받고 사는 새끼겠지.

    오늘도 그 집에 우유를 놓고 있는데 갑자기 철문이 벌떡 열리면서

     

     "힘드셨죠? 음료수 하나 하세요."

     

    랜다.

    뭔가 싶어서 고개를 올리니 한 손이 포카리 스웨트 캔을 들고 있다.

    나한테 이거 주기 위해 지금 새벽인데 이렇게 기다렸던 건가 싶다.

    성격 한번 존나게 좋은 놈이네.

    그래도 어느정도 기본적인 인사는 해야되겠다 싶어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얼굴을 보는 순간.

    아, 니미 좆 됐다.

    고딩 때 존나게 팼던 그 반장 놈의 새끼다.

    그 놈도 날 보더니 얼굴이 급하게 굳어지더니 어쩔 줄 몰라하는 눈치다.

     

     "시발, 존나 잘 먹을게."

     

     "아, 응."

     

     "니 부모 깡통 주으러 다니 신다며."

     

     "........"

     

    녀석이 집 안으로 날 들이더니 커피 한 잔을 내어준다.

    부모님 어디계시냐고 물었더니, 잠시 해외여행 가셨댄다.

    응?

    녀석이 괜시리 머리를 긁적이며 부모님 병원 하신댄다.

    뭔가 싶어 녀석을 빤히 바라보니, 이렇댄다.

     

    자기 사촌 형이 있었는데 꼭 나 같은 놈이었댄다.

    그 놈이 커서 결국 생활고에 시달려 자살을 선택했고, 지금은 이 세상에 없댄다.

    그걸 보고 자란 놈이었는 지라, 차마 나도 지 사촌형 같은 꼴을 못 보겠댄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용기를 내어 말 했는데 주어 터졌댄다.

    그 때, 부모님이 뭐하시냐고 물으시길래 괜히 의사라고 하면 사촌 형처럼 위험한 선택을 할 까봐,

    나 같은 새끼 낳아둔 부모님 걱정에 결국 순간적으로 '깡통' 이라고 대답했댄다.

    근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제일 후회 되는 말 실수란다.

    만약 그 때, 의사라고 했다면 정신을 차리고 그나마 공부했을까, 싶었댄다.

    당연히 부모님이 의사였기에 상처의 이유를 바로 알아보았고 누구냐고 날 뛰셨댄다.

    그 놈은 부모님에게 설득을 하며, 이건 자신이 잘못 된 거라고, 만약 지금 부모님이 나를 신고하면

    그 놈의 인생은 어쩔거냐, 완전 좆망이지 않느냐, 한번의 기회를 주자라고 말했댄다.

    부모님은 되려 그 놈에게 화를 내며, 지금 니가 하는 행동이 잘 하는 짓으로 보이냐며,

    너처럼 순진해 빠진 애들이 그렇게 봐주고 봐주고 하는 거니까 지금 이 세상이 이 좆같은 세상으로 날뛰지 않느냐며 화를 내셨댄다.

    결국 녀석이 끝까지 설득해서, 전학이 아닌 잠시 유학을 갔다 온 거랬다.

     

    멍했다.

    그 때만 해도 이 좆 같은 새끼가 나를 위해서 이렇게 생각해 주었다는게.

    그 때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했더라면 지금처럼 되었을까 하는 심정이었다.

    녀석은 그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명함을 건네 밀더니 직업 알아봐 줄테니 연락하라고 말했다.

    미친듯이 쪽 팔렸다.

    이 새끼를 존나 만만하게 보았고 또 팼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어서 이 새끼가 날 만만하게 보는 거란 말이다.

    이젠 우리는 성인이다.

    이 새끼를 때리면 내 인생은 그 날로 부터 좆망이다.

    웃긴다.

    진짜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녀석은 더욱 씁쓸한 얼굴을 짓는다.

    시발ㅡ 얼굴도 반반하게 생긴 새끼가 마음씨도 좋고, 공부까지 잘해서 이렇게 성공하면 어쩌냐 싶다.

    하지만 머지 않아, 이 새끼가 날 이용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릴 것만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일자리를 구해서 날 좆 같이 부려먹는 다던지.

    아니면 남자끼리 뭐 이상한 짓을 하는 곳으로 보내 버린다던지.

    녀석은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건지,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우린 친구잖아."

     

     

     

    내가 이제껏 살아왔던 23년 인생 중에 진정 친구라는 놈을 만난 것 같다.

     

     

     

    지금 나와 같은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담 말해주고 싶다.

    당장 그만 두라고.

    정말 눈을 갈기 갈기 찢든, 파헤치든, 구워 삶아 먹든 세상을 똑바로 보라고.

    지금은 학생이고 보호를 받지만, 머지않아 성인이며 그 댓가는 반드시 치르게 되어있다.

    앞이 즐거우면 뒤가 슬플 것이고

    앞이 슬프다면 뒤가 즐거울 것이다.

    세상을 똑바로 직시하고 진정한 친구를 사귀어라.

    지금 내가 말하는 진정한 친구라는 놈이 저 반장처럼 부모 스펙 존나 좋은 놈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저 놈처럼 여리고 순수하고, 하지만 세상을 똑바로 직시 할 줄 아는 진정한 사내 새끼를 만나란 것이다.

    생각이 깊으며, 같이 울고, 같이 웃고, 진정한 공동체 생활을 알며,

    미래를 내다보고, 철이 들었으며, 생판 남의 일에도 가슴 아파하며,

    적당한 지혜로 누군가에게 깨우침을 주고, 세상에 굴복하지 않고 살아가는

    그런 멋진 놈을 만나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친구이며, 이 세상의 진정한 일진이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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