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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8038
    작성자 : 초코맛소주☆
    추천 : 3
    조회수 : 2473
    IP : 175.126.***.179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1/08/03 19:26:55
    http://todayhumor.com/?panic_18038 모바일
    (브금없음)성적표
    '하나님, 거기 계신다면 이 불쌍한 한 소년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제발 제발 제발...성적표가 부모님 손이 아닌 제 손에만 들어오게 해 주신다면, 제 영혼을 팔게요. 제발 제발..'






    수능 성적표 봉투가 발송된 날은 3일전. 

    학교에서 우체국을 거쳐 우리집까지 보통 편지가 도달하는 시간은 이틀. 

    그러나 편지는 금요일에 발송되었으므로 주말을 지나 월요일에 편지가 도착한다는 결론에 도달.









    오늘은 월요일이다.





    수능이 끝난 대한민국 고3의 교실 풍경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난장판이다.







    PSP들고와 게임하는 놈들, 엠피쓰리 귀에 꽂고 흥얼거리는 놈들, 오자마자 엎드려 퍼 자는 놈들, 마지막으로 아예 안오는 놈들까지...






    하지만 난 다소 양호한 편에 속한다. 







    친구들과 게임얘기로 수다떠는 정도에 그쳤으니 말이다.






    그동안 나의 학교 생활도 무난했던 것 같다. 







    무난 했던 나의 학교 생활들, 그러나 마지막! 이 마지막에 나는 대형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수능 총점 300점 대.







    지금까지 단 한번도 400점 밑으로 내려가 본 적이 없는, 속칭 에이스는 아니지만 공부 좀 하는 놈 반열에 들던 내가! 이번 수능에선 완전 개 떡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건 그날따라 아는 문제들도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고, 2분의 1의 확률로 찍은 모든 문제들이 하나같이 다 틀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시험못봤다고 우는 애들을 볼때마다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수능고사장을 나오는 나는 엄청 한심한 놈이었으리라.










    - 가채점하던날.







    "야 영수야 너 몇점이냐?ㅋㅋㅋ"







    "나? 존나 개 대박 ㅋㅋㅋㅋ 무려 389점이닼ㅋㅋㅋㅋ"








    "나 슈바; 나도 쫌 잘봤는줄알았는데 나보다 30점 더 높네 대박이나 영수색힠ㅋㅋ"







    "야 홍구 니도 조난 잘봣네?! 평소보다 100점 더나온거 같은데??"







    "어ㅋㅋㅋㅋ 엄마한테 자랑해야짘ㅋㅋㅋㅋ"









    이번 수능은 유난히 쉬웠다고들 했다.








    다들 평소보다 높게나온 점수에 한창 들떠있었고, 그 분위기 속에서 나도 조심스럽게 나의 시험지와 신문지 답을 비교하고있었다.







    "맞고 맞고 맞고....틀리고...맞고...엥? 틀리고....틀리고...."









    결과는 암담했다.








    평소에 모의고사를 보면 나보다 100점은 덜 나오던, 그래서 나에게 항상 물어보던 영수라는 놈 보다도 낮은 점수.







    막말로 내가 술먹고 시험치러 갔어도 이 점수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분명 답안에 문제가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마지막 희망은 전교1등인 재화라는 녀석밖에 없다.








    "...야 재화야 잘봤냐...?"








    "...응? 뭐 그럭저럭..."








    "...그...그래..?? 몇...몇 점 이길래..."








    "400한...90점 정도?? 아직 가채점이라 확실하진 않은데...."








    그 뒤의 어떤 말도 내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전교 1등이 490점이 나온 답안이라면, 답지가 잘못된 가능성 보단 내 시험지 답이 잘못됬을 가능성이 훨씬 높기에.







    내 예상대로라면 재화녀석의 점수가 300점도 안됬어야 하는데.









    하늘이시여...








    그날따라 유독 하늘이 노랬다.




    --------------------------------------------------------------------------------------------------









    조심스럽게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고... 유난히 오늘따라 우편물 수발함에 편지들이 여러장 꽂혀있다.








    그렇다면 아직 집배원이 다녀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소리.








    천천히 우리 집 주소를 찾기 시작했다.








    1501....1502....1503....!








    편지가 없다.








    제기랄. 망한건가.








    나의 계산이 틀린건가. 아니면 벌써 가지고 가 버린건가...








    '하나님 저에게 마지막 희망을 주세요. 제발 이건 집에 있어서는 안 될 물건입니다...'








    오늘따라 유독 엘리베이터가 늦다.








    한층, 한층 올라가는데 몇시간씩 걸리는 듯 했다.








    간신히 도착한 15층.








    현관문이 무척이나 무거워 보인다.








    '그래, 아직 안온거야. 만약 내 성적표가 지금 집에 있다면 내 핸드폰이 조용할리가 없지.'








    애써 위안삼으며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휴우-"








    거대한 철문이 열리고 내 몸이 그 사이로 들어가면서 처음 내 시야에 들어온건.









    바닥에 앉아 울고 계신 어머니.









    그 앞에 당당히 놓여있는 종이 한장.









    난 더이상 발을 앞으로 디딜 수가 없었다.







    --------------------------------------------------------------------------------------






    오늘따라 하늘의 별이 무척이나 밝다.








    지금 시간은...핸드폰이 꺼져있어서 확인 할 수가 없네...








    지금쯤 집에선 날 찾느라 안달이 나 있으려나, 아니면 못난 자식 꼴 보기 싫은데 잘 됬다고 찾고있지도 않으려나...







    아...가출이란게 이런 기분이구나.








    홧김에 집을 나오긴했는데, 갈덴 없고. 춥고 배고픈데 돈은 없고.








    친구들에게 연락하자니 휴대폰 켜기가 두렵다.








    그러나 이제와서 돌아 갈 수는 없지.








    내가 한 며칠 집에 없어서 아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즈음, 그때 나타나면 부모님께선 그깟 성적가지고 날 책망하시진 않을 것이다.







    예전에 뉴스에서 봤는데 사람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면 7일정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난 여기저기 다니면서 줏어먹고 줏어마시면 되니까 3일정도 버티는건 아무것도 아니겠지.








    따뜻한데를 찾아 돌아다니는데 지하철 만한 곳이 없는것 같다.








    "왜 노숙자들이 지하철역에서 신문지깔고 자는지 알 것 같네."








    오늘은 나의 생애 첫 가출날.








    집에선 내가 가출한 줄도 아마 모를 것이다.








    납치당한 정도로 알고 있겠지. 평소의 나라면 가출 할 만한 위인이 아니니까.








    지하철 역 구석에서 난 조용히 잠을 청했다.








    ------------------------------------------------------------------------------------------------


    -다음날 뉴스.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어제 00구 지하철역에서 묻지마 폭탄테러가 발생했는데요, 지금까지 나온 폭파물과는 비교할수 없는 대규모의 폭팔이었습니다. 이 사고로 지하철역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었고, 그 근처에서 자고있던 노숙자 3명과 아직 신원이 밝혀지진 않았으나 가출 청소년으로 보이는 한 소년이 사망하였습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 연결....]






    --------------------------------------------------------------------------------------------------



    - 집








    [따르릉-]







    "...여보세요...?"








    [거기 혹시 이철민 학생네 집이 맞습니까?]








    "..네, 맞는데요. !! 혹시 우리 철민이 찾으셨나요?!"








    [여긴 00구 경찰섭니다. 일단 서로 좀 오셔야 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갈께요!"








    -----------------------------------------------------------------------------------




    - 00구 경찰서








    "철민아! 엄마다!"








    한 아줌마가 경찰서 문을 박차며 뛰어 들어온다.









    얼마나 급했으면 옷도 반 잠옷차림에 슬리퍼 하나 끌면서 달려온 행색이었다.








    그런데 어째, 경찰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저기 형사님? 우리 철민이 찾았다고 해서 왔는데, 어디있어요?"








    "...저기 어머니...이런 말씀 드리긴 곤란한데...정말 유감입니다."








    "..."








    "안돼!"









    --------------------------------------------------------------------------------------------------




    -장례식장.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은 찢어질 듯 하다.








    얼마전 친정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접했을때도 이정도의 슬픔은 아니었을 텐데...








    "철민아...왜 그 늦은시각에 거기있었니...응?...흑흑...왜 거기있다가 죽어버렸냐고!!!....하으...."








    -----------------------------------------------------------------------------------------------



    - 월요일 철민이네 집. 







    "편지가 한통 와 있네?"








    오전에 장에 갔다가 돌아온 철민이네 엄마는 수발함에 꽂혀 있는 편지를 집어 들었다.








    편지봉투에는 검은 리본과 함께 커다란 한자 두 글자가 적혀있었다.








    무슨 의미인지 파악한 그 아줌마는 집에 오자마자 편지봉투를 뜯어 안의 내용을 보았다.








    [박미희씨 사망]








    예상치 못했던 친정 엄마의 부고 소식. 멀리 외국에 나가계셔서 한동한 연락도 없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서신이 온 것이다.







    충격에 그녀는 집의 현관문이 열리는 줄도 몰랐다.








    그리고 다시 닫히는 것도.








    ------------------------------------------------------------------------------------------------



    - 며칠 후 철민이네 집.









    슬프고 힘들던 장례식이 끝나고, 철민이네 가족한 며칠이 지나서야 다시 집에 돌아 올 수 있었다.









    "...편지가 한통 와 있네?"









    편지 봉투에는 커다란 파란글씨로 [성적표재중] 이라 적혀있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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