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Most Glorious Dress
지은이 : aryan
주의 : 이 팬픽션은 원작과 괴리감이 있을 수 있고, 평소 알고 있던 포니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잔인한 묘사나 지저분한 묘사가 있을 수 있으니 이것을 모두 견딜 수 있는 분들만 봐주시길 바랍니다!
평소보다 조금 우중충한 날씨였다. 일기를 예보하는 페가수스들은 제각각 하늘 위에서 맑은 구름을 걷어내고 그곳에 우울해 보이는 색의 구름들을 심었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날씨변화였고, 사과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려면 하늘 위에서 영양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있는 빗방울이 떨어져야한다. 그 빗방울은 땅 아래로 내려와 건조한 토질을 부드럽게 만들어 줄 것이다.
석회질과 함께 빗방울들은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거리는 평온했고 포니들은 집안에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마리, 플러터샤이는 오늘도 말썽을 부리는 엔젤 때문에 집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엔젤! 돌아와! 감기 걸려!”
가능한 한 큰 소리로 외치고 있지만 엔젤은 들은 채도 안하고 있다. 엔젤이 말을 안 듣는 경우는 이번만이 아니다. 토끼는 방방 뛰며 비오는 날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엔젤이 플루터샤이가 곤란해지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엔젤이 말을 안 듣는 경우는 모두 플러터샤이를 위함이었다. 결국 엔젤의 행동은 항상 플러터샤이에게 좋게 흘러갔고 위험한 순간을 넘길 수 있게 해주곤 했다.
엔젤은 아마 이것을 위해 이렇게 분주했나 보다.
“꺄아!”
플러터샤이는 갑자기 튀어나온 무언가에 부딪혀 주저앉았다. 그것은 매우 컸으며 단단했다. 기둥? 플러터샤이는 순간 그렇게 생각했지만 기둥 일리는 없다. 기둥이 걸어다닐 리는 없지 않은가?
“괜찮습니까?”
젖은 장발을 뒤로 해치며 빅매킨토시가 플러터샤이에게 물었다. 그리고 플러터샤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매킨토시는 그녀를 일으켜주었다.
“이런, 감기 걸리시겠습니다. 이 근처에 애플패밀리의 창고가 있으니 거기서 좀 쉬다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애플잭이 쓰는 것처럼 그의 억양도 꽤 독특했다.
“저, 저…… 저는…… 그, 그러니까…… 토끼를 찾고 있어요….”
“방금 봤던 그 토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 예……”
빅매킨토시는 민첩하게 달려 엔젤을 붙잡았다. 엔젤이 일부러 잡히려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매킨토시는 크게 상관하지 않고 엔젤을 등에 태워 플러터샤이에게 데려다주었다.
하지만 그때, 플러터샤이가 토끼를 받다가 우연히 매킨토시의 눈을 쳐다봤고, 매킨토시 또한 플러터샤이의 눈을 바라보게 되었다.
비로 인해 젖은 플러터샤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암말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본 적 없는 매킨토시에게는 조금 강한 충격이었다. 항상 챙겨줘야 할 것 같은 말괄량이 동생과 달리 매우 얌전하며 무언가 귀품이 느껴지는 듯한,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물론 플러터샤이의 눈에 비친 매킨토시 또한 멋있게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날 밤, 플러터샤이와 엔젤은 매킨토시의 방에서 잠을 잤고, 매킨토시는 창고에서 밤을 지새웠다.
시간은 언제나 흐른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페가수스들은 구름을 걷고 있다. 구름도 모두 걷혔고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던 하늘도 점점 멀어졌다. 아직 푸른빛이 감돌지만 지난 밤 좋은 영양분을 많이 흡수한 사과들은 작년보다 더욱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다. 마킨토시와 애플잭은 그 모습을 보면서 흡족하게 웃었다.
그리고 애플잭은 또 다른 의미로 자신의 오빠를 보며 웃기 시작했다.
“왜 웃는 거야.”
“어제 플러터샤이가 다녀갔더라?”
“그게 왜. 날씨가 너무 험했고, 거기다 그녀는 추위에 바들바들 떨고 있었기 때문에 데려온 것 뿐.”
“오빠는 창고에서 자고 플러터샤이는 오빠 방에서 자고”
킥킥 웃어대는 애플잭의 무례에도 불구하고 마킨토시는 무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집을 향해 걸었다.
“그건 플러터샤이에게 창고는 너무 추워보였기 때문이고”
“내가 어렸을 때, 도시에서 다시 집에 도착했을 때, 내 방이 전부 사과 요리로 가득해서 창고에서 잘 수밖에 없었잖아. 그때 오빠가 나한테 그런 말을 했었던가?”
“넌 플러터샤이랑은 다르잖아.”
애플잭은 드디어 놀릴거리를 찾았다.
“오오~ 나랑 플러터샤이랑 뭐가 다른 건데?”
애플잭의 말에 말문이 막힌 빅매킨토시, 매킨토시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자 애플잭은 매킨토시 주의를 이리저리 돌며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설마 플러터샤이 좋아하는 거 아냐?”
애플잭의 말에 깜짝 놀라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빅매킨토시, 그 덕분에 애플잭의 턱을 박아버렸다.
“아우!”
“아, 미안해.”
“히히히, 내가 맞췄나보네!”
빅매킨토시는 가뜩이나 붉은 얼굴이 더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애플잭, 오빠의 그런 모습이 너무 재미있는 모양이다.
“어? 저기 오빠가 좋아하는 플러터샤이가 온다!”
매킨토시는 애플잭을 노려보며 ‘오빠한테 계속 장난치지 마’ 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플러터샤이는 정말로 그들의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침이 마르고, 동공이 열리고, 심장은 두근거리고, 입술은 계속 떨리고, 꼬리털까지 삐쭉삐쭉 섰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매킨토시를 뒤로하고 애플잭은 플러터샤이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
플러터샤이는 홍조가 띈 얼굴로 말했다.
“어, 어제…… 그니까…… 빅마킨토시님께서…… 어제… 그, 호의를… 베풀어주셔서…… 보답을…… 할까…… 하고……… 그니까 그…… 차를 좀……”
애플잭은 좀 더 서둘러서 말하고 화를 낼 뻔 했으나, 상대는 플러터샤이 아닌가?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들어주기로 했다. 어차피 그 말을 들어야할 당사자도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빨리 말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이런 식으로 천천히 말하는 것이 더 귀에 잘 들어갈 것 같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접할까…… 하고…… 그니까 저……”
그리고 그 뒤로 플러터샤이가 마킨토시를 보고는 뭐라고 말한 거 같았지만, 그 목소리가 모기가 허공에서 날아다니는 소리보다도 작았기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애플잭이 물었다.
“뭐라고?”
“………………”
이번에도 잘 들리지 않았다. 인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애플잭이라 해도 이젠 더 이상 못참는다.
“크게 말해!”
“빅마킨토시님…… 오, 오늘 우리 집에서 차를 대접하고 싶어요……. 오실 수 있나요?”
“다, 당연하지요! 물론 가야죠! 당연합니다! 갑니다! 갈게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플러터샤이는 마킨토시의 말에 입을 가리고 살짝 웃었다. 마킨토시도 자신이 방금 한 말이 바보같았는지 입을 크게 열고 호쾌하게 웃었고, 옆에서 애플잭이 흐뭇한 얼굴로 둘을 쳐다보았다.
“그럼 애플블룸하고 할머니는 내가 보살필 테니까. 오빠는 오늘 하루 플러터샤이랑 같이 있어.”
“어, 그래. 부탁한다.”
플러터샤이의 집은 마킨토시의 집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 비슷했기 때문에 놀랐다. 닭들이 알을 낳고, 언덕에는 소들이 있다. 이 많은 동물들을 혼자서 키운단 말인가? 마킨토시는 놀랐다.
“이걸 모두 혼자서 기르는 겁니까?”
“예…….”
“암말 혼자 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 아닌가요?”
“조금 힘들 때도 있지만, 동물 친구들 모두가 제 말을 잘 들어줘서 그렇게 힘들지 않답니다.”
“저희 집도 한 때는 가족의 정통과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했거든요. 예를 들어 배나무를 키운다던지 포도나무를 심어 술을 만든다던지, 혹은 목장을 운영하려고 했거든요.”
“그거 정말 멋진 일이네요!”
“물론 우리 가족의 정통성과 떨어진 일이기 때문에 집안 어른께서 반대하셨지만요. 하하하”
“그건 아쉽네요….”
“하지만 플러터샤이 아가씨가 하는 일도 대단한걸요!”
“그, 그런가요….”
“그럼요! 이건 훌륭한 목장입니다!”
“너무 띄워주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녜요! 괜찮다면 앞으로 자주 와서 목장일을 거들어드려도 괜찮을까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어요.”
둘은 더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이 있는데, 둘은 너무나도 잘 통한다는 점이었다. 자연과 대화하는 법에 대한 것을 주제로 세시간 넘게 대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논쟁이 아니었다. 너무나 즐거운 대화였고 그리고 그들은 그것 외에도 많은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밤은 무르익었고 마킨토시는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머문다면 분명 실례이리라, 그렇게 생각했기에 마킨토시는 플러터샤이에게 예를 갖춰 시간이 늦었으니 돌아가겠다고 말을 하였다.
하지만 문 밖은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둘은 대화에 빠져 밖이 이렇게 어두워졌고 또 시끄러워졌는지도 몰랐다.
플러터샤이는 마킨토시에게 집에 머물다 가라고 말을 하였다.
마킨토시의 계속되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플러터샤이는 그를 걱정하여 완강히 거절했고 결국 마킨토시는 웃으며 그녀의 제안을 받아드렸다.
몇 주 동안 둘은 계속해서 가까워졌으며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들의 사랑을 찬성했고, 당연한 결과라고 여겼다. 알고 있던 곳도 둘이 함께 걸으면 다른 장소같이 느껴졌다. 가끔은 자신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마킨토시를 데리고 올라간 하늘은 정말 아름다웠으며, 여기까지 올라오는 것이 매우 힘들었지만 마킨토시가 좋아하는 것을 보며 플러터샤이는 기뻐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둘은 함께했으며 그렇게 영원히 함께 하리라 생각했다.
가을은 찾아온다.
낙엽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힘이 없어진 나무들은 계속해서 잔가지들을 떨어트린다. 사과들도 무르익어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마킨토시는 동생과 함께 사과를 따고, 그것은 몇 날, 며칠 계속되었다.
서로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 마킨토시가 플러터샤이에게 대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아졌고 그가 바쁘기 때문에 플러터샤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많이 줄었다.
계속됐으면 하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예전처럼 쓸쓸하게 혼자 동물들을 돌봤으며, 쓸쓸하게 마을을 거닐었다.
레러티와 같이 마사지를 받는 것도 그렇게 즐겁지 않게 되었다. 레러티가 항상 묻던 마킨토시와의 일들을 더 이상 이야기해주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무언가 많이 변했다. 계절만 변한 것이 아니라. 그도 변했다.
플러터샤이는 사랑을 받기 원했다. 좀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 쓸쓸한 거절이 아닌, 바쁘다는 것이 아닌, 아니… 바쁘다는 말도 좀 더 다정하게, 따듯하게 해주길 바랬다.
처음처럼, 단답형 대답이 아닌 좀 더 자신을 배려하고 아껴주는, 그런 말을 듣기 원했다.
최근의 마킨토시는 많이 날카로워졌다. 이번해 농사는 풍년이다. 하지만 수확을 하는 포니는 마킨토시와 애플잭 둘 뿐이다. 애플블룸은 너무 어리기 때문에 일을 돕기에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마킨토시가 날카로워졌으리라 생각하고는 있지만, 날씨가 추워질수록 그가 플루터샤이를 대하는 태도도 차가워졌다.
그것은 비단 바쁜 일과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모든 수확이 끝난 뒤에 알게 된 사실이다.
수확이 모두 끝나고 눈이 오기 시작했다. 첫눈은 많이 내리진 않았지만 겨울이라는 것을 머릿속에 상기시키기에 충분했고, 또 날씨가 추워졌다는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플루터샤이는 드디어 예전처럼 마킨토시와 함께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겨울에는 동물들도 겨울잠을 잔다. 그렇기에 한가한 시간이 많이 늘어난다.
기다림 끝에는 탐스럽게 열린 사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가을도 아니고 사과는 모두 수확했지만 그의 엉덩이에 그려진 초록색 사과를 본다면 방금 전의 비유가 뜬금없는 비유는 아니리라.
“마킨토시씨!”
플루터샤이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애플잭의 집에 가서 문을 두드렸다.
밖에 나온 애플잭은 조금 떫은 미소를 지으며 플루터샤이를 맞이했고 플루터샤이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걸 묻기도 전에 애플잭이 입을 열었다.
“어, 오빠는 지금 여기에 없어…. 어… 그니까… 어… 미안!”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더 이후의 일이었다. 몇 차례나 빅마킨토시를 만나기 위해 찾아갔지만 애플잭은 항상 미안한 눈으로 플루터샤이를 돌려보냈고, 마침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공기가 점점 따듯해지고 태양이 하늘 위에서 밝게 뜨는 날, 평소와 다른 모습의 핑키파이에게서 그 말을 들었다.
“후후… 마킨토시? 정략결혼을 한다지?”
그녀는 과거처럼 활기차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입에는 미소를 드리우고 있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미소였다. 소름끼치고… 왠지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은 미소였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에게 그러한 두려움을 잊게 하기 충분했다.
“정략결혼이라니?”
“집안과 집안의 결혼이야. 애플패밀리가 아무 힘없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었겠어? 그 넓은 토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단순히 우연이라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일반 포니들은 페가수스와 달리 날 수 없다고?”
핑카미나의 말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어찌됐건 중요한 요점은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는 다른 암말과 결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날짜는 오늘이야. 그들의 결혼식이 오늘 시작되네.”
말도 안 돼, 이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야. 마을 사람들 모두가 자신과 마킨토시의 관계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플루터샤이는 빠르게 달렸다. 결혼식은 그와 처음으로 만났던 정원에서 열린다고 핑카미나가 말했다. 플루터샤이는 더 빠르게 가기 위해 날개를 폈고 그건 어쩌면 요 최근 보이지 않는 레인보우 대쉬만큼이나 빠르게 날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을 의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플루터샤이는 곧 도착했고, 그곳에는 그동안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마킨토시와, 체리 트위스트가 나란히 서있었다.
그 앞에는 주례가 서있었고 참석자들도 보였다.
이건 말도 안 된다.
플루터샤이는 도망쳤다. 애플잭은 그 모습을 보고 플루터샤이를 쫓아가려 했지만, 가족을 위해서는 이게 최선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가족의 어른들은 이걸 원하고 있고, 또한 이렇게 해야 그들의 땅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일찍 철이든 애플잭은 그렇게 슬픈 눈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은 두 말을 축하해주었다.
플루터샤이가 마을에 나가지 않은지 벌써 몇 달이 넘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걱정해주리라 생각했다. 단 한번이라도 자신을 찾아오리라 생각했다.
그 한번으로 모든 것을 단념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빅마킨토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날… 사랑해 줘야해….”
플루터샤이는 혼자 중얼거렸다. 엔젤이 걱정스런 눈으로 플루터샤이를 쳐다보았지만, 플루터샤이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이 아닌 머리에서 마킨토시만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마킨토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그는 내것이다.
다른 이에게 빼앗길 생각은 없다.
지금까지 자신이 남에게 사랑을 못 받은 적은 없다.
그 어떤 이의 사랑도 받아왔던 플루터샤이이다.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만큼 그녀에게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그는 자신의 것이다.
그렇게 머릿속에 되뇌며 플루터샤이는 점점 망가져갔다.
계속해서 찾아오는 친구들을 돌려보내며 플루터샤이는 오랜 시간 홀로 지냈다.
다시 가을이 찾아왔다. 이때까지 빅마킨토시는 단 한 번도 플루터샤이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우연히 본 그의 얼굴은 환했다. 그것은 플루터샤이의 가슴을 난도질 했으며, 마킨토시도 자신처럼 쓸쓸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믿음도 산산조각났다.
자신과 함께 있던 시간보다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일도 내팽개칠 정도면 어느정도이겠는가?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빅마킨토시는 가족의 계속되는 부탁에 못 이겨 드디어 일을 하기 시작했다. 플루터샤이는 이때를 기다렸다. 이곳에서 농사일을 하는 것은 그와 애플잭 둘 뿐이기 때문이다. 애플잭에게 약을 먹인 것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혼자서 이 모든 일을 하려고 생각하니 난감한 듯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사과들은 전부 수확해야 한다. 방치해둘 수는 없다. 그것을 빅마킨토시는 잘 알고 있다.
플루터샤이는 이 틈을 타서 체리트위스트가 머물고 있다는 별채로 향했다. 최근에 지어진 작은 집이다. 그곳은 그녀의 취향에 따라 강이 흐르는 곳 옆에 지어졌으며, 그건 매우 멍청한 생각이다. 하지만 그녀가 그걸 원했고 그녀는 그곳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그것이 플루터샤이에게는 최적의 상태였음은 분명하다.
천천히 그녀의 집에 들어간 플루터샤이, 그리고 플루터샤이는 그녀의 날개를 펴 날았다. 그리고 체리 트위스트의 별체에 있는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창문은 꽤 높은 곳에 있었지만, 날아서 충분히 닿을 수 있는 높이였다.
플루터샤이의 갑작스런 방문에 놀란 체리 트위스트, 그녀는 목욕을 하던 도중이었다.
“무, 무슨 일이시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체리 트위스트는 이내 플루터샤이의 입에 칼이 물려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비명을 질렀지만 그녀는 목장을 운영하는 암말이다. 칼질을 실수 할 리는 없다는 소리다.
단 한 번의 칼질로 그녀를 조용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많은 피가 튀기지도 않았다.
천천히 흐르는 피는 욕조 안으로 들어갔고, 플루터샤이는 그 모습을 흡족하게 쳐다보았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다. 복수는 끝났다. 자기 것을 가져가려 하다니, 욕심이 너무 많았다.
플루터샤이의 복수는 끝났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것을 가져가기만 하면 된다.
플루터샤이는 시체를 치워 아직도 피가 고여 있는 욕조에서 샤워를 했다. 혹여 마킨토시에게 매력적이지 않게 보일까봐 겁났기 때문이다. 오랜만의 만남이다. 좀 더 매력적으로 자신을 꾸며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털을 다듬었다. 더럽고 지저분한 저 시체에게서 튀긴 피가 혹여나 털을 엉키게 하진 않았나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다듬고 또 다듬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집에 들어왔다. 깜짝 놀란 플루터샤이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이 발자국 소리는 많이 익숙한 소리이다.
빅매킨토시의 발소리였다. 이건 분명하다. 플루터샤이의 그에 대한 것은 뭐든지 알고 있다. 그가 좋아하는 음식부터 그가 어린 시절 어땠는지, 그의 키가 어느 정도인지 몸무게는 어느 정도인지 아침에는 무엇을 먹었으며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 것인지. 그가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 정확한 날짜까지도 알아냈고 그 당시의 날씨까지도 알아냈다. 그에 대한 것이라면 뭐든지 알고 있는 플루터샤이였다. 그의 발자국 소리를 모를 리가 없다. 오랜 세월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지만 그를 잊을 리는 없었다. 드디어 자신의 것이 나타났다.
나의 별, 나의 왕자, 나의 모든 것
플루터샤이는 자신이 준비해놓은 주머니를 품속에 넣고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예상했던 암말이 아닌 플루터샤이가 나타나자 마킨토시는 놀란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차가운 얼굴로 돌아가서는
“체리 트위스트와 함께 있었나?”
라고 말할 뿐이었다.
“아쉽지만 너와 난 이미 끝난 사이야. 그녀와 싸움을 한 모양이지만, 당사자인 내가 그녀와 함께 있고 싶으니 미안하지만 여기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플루터샤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히 그의 뒤로 돌아갔다. 마킨토시는 그녀가 돌아가려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걸쇠로 문을 단단하게 잠근 뒤 플루터샤이는 빅 마킨토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 이게 무슨 짓이지?”
마킨토시의 말에 플루터샤이는 눈을 부릅뜨고 말한다.
“날 사랑해.”
마킨토시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날 사랑하란 말이야.”
침착하게, 하지만 소름끼치게 그녀는 마킨토시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하, 하하… 좀 이상하군. 우린 어쩔 수 없었어. 내가 너를 미워할리 없잖아?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플루터샤이는 그의 입을 막았다.
“다른 말은 필요없어. 지금 당장 나를 사랑하란 말이야.”
“조, 조금 소름끼치는군. 이제 됐어. 장난은 여기까지야. 난 이만 나가보겠…… 체리 트위스트양은 어디에 있지?”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본 뒤, 다시 플루터샤이를 쳐다보자 갑자기 가까이 다가온 플루터샤이의 소름끼치는 얼굴이 크게 보였고, 고개를 숙이자 그녀의 앞발에 주머니가 들려있는 것이 보였다.
플루터샤이는 빅마킨토시를 향해 가루를 뿌렸고, 빅마킨토시는 점점 눈이 감기더니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마킨토시가 눈을 뜨자, 온 몸이 단단하게 묶여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또한 자신이 지금 위험하다는 것 또한 감지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리가 잘려있었다.
“히이익!!!”
“아, 마킨토시씨, 일어나셨어요? 헤헤헤, 오늘은 마킨토시씨를 위해 처음으로 고기요리를 해보았어요. 어때요? 드셔보실래요? 고기요리를 좋아한다고 하셨죠? 채식주의자이지만 마킨토시씨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플루터샤이는 마킨토시에게 다가와 고기를 억지로 떠먹여주었다. 맛은 좋았으나 무언가 찝찝했다. 또한 자신의 다리가 잘린 것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마킨토시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플루터샤이는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과거 자신이 알고 있던 플루터샤이가 아니다. 무언가 많이 바뀌었다.
빅마킨토시는 자신이 바뀐 것은 모른채 그녀가 이상해진 것만 눈치 챘다. 물론 그럴 만도 했다. 이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킨토시는 방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어제 방문했던 체리 트위스트의 별채가 맞다. 그런데 체리 트위스트는 어디 있는가?
그리고 둘러보던 중, 핏덩이가 보였다. 붉은 빛이 감돌아서 잘 모르겠지만 체리빛도 약간씩 아른거린 것을 보면, 저건 분명 체리 트위스트이다.
“체리 트위스트씨를 어떻게 했어!”
“어머, 지금 당신이 먹었잖아요?”
동공이 열리고 구역질이 일어난다. 몸속에서 격하게 요동치는 것이 느껴진다. 빅마킨토시는 자신이 먹은 것을 토해냈고,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플루터샤이를 쳐다보았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왜냐하면 당신은 제 것이기 때문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아….”
“하지만 그녀를 죽일 필요는 없었잖아!”
플루터샤이는 눈을 부릅뜨고는 소리질렀다.
“그녀가 내 것을 빼앗았기 때문이야!!!”
그 크고 소름끼치는 목소리는 분명 플루터샤이의 목소리였다. 지금은 많이 이상해졌지만 저 형체는, 큐티마크는, 분명 플루터샤이의 것임이 분명하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것이 그녀가 맞는지 의심해보았지만, 틀림없이 그녀이다.
“어머, 추한 꼴을 보였네요. 당신 앞에서는 항상 아름답게 보이기를 원했는데……”
고개를 떨어뜨린 채 쓸쓸한 눈으로 바닥을 내려다보는 플루터샤이,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래요. 이제 절 사랑하시지 않겠어요? 이렇게 당신만을 바라봤던 저에요. 그런데도 아직도 절 거부하는 건가요?”
“내가 어떻게 너를 사랑할 수 있겠나!”
“지금 당장 나를 사랑하세요!”
“그렇게 못해!”
플루터샤이는 이를 꽉 다물고 분노어린 눈으로 빅매킨토시를 노려보았다.
“당신은 저를 사랑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플루터샤이는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났을 때, 그녀는 붉은 양말과 함께였다.
“어때요? 저한테 잘 어울리지 않아요?”
그것은 사실 양말이라기보다는 가죽부츠처럼 보였다. 하지만, 매우 잘 수선되었기 때문에 양말이라고 불러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이냐며 따지려고 했지만, 이내 그는 알아챘다. 그것은 자신의 발이 분명하다. 잘린 두 발을 플루터샤이가 입고 있었다.
“으아아악!!!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어때요? 레리티 한테도 이길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요.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으니까요. 그렇게 잘생긴 숫말의 가죽으로 만든 양말인데,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 말도 안 되겠죠.”
“무슨 짓이야!”
플루터샤이는 반쯤 넋이 나간 눈으로 밝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와 당신은 언제나 함께 있을 거예요.”
“내, 내가 죽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야!”
“저는 당신을 입고 지금보다 더 큰 목장을 만들 거예요. 그게 소원이셨잖아요? 목장 멋있지 않아요? 헤헤헤, 당신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당신이 그토록 고대하던 목장을 운영하는 거예요. 언제나 함께, 죽을 때 까지 함께 목장에 있자구요.”
“제, 제발! 이러지 마!”
“당신도 좋아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는 그의 팔을 톱으로 잘랐다. 살점이 뜯겨져 나가고 뼈가 잘려나가는 고통을 느끼며 마킨토시의 눈도 점점 풀리고 있었다. 맨정신으로 살이 뜯겨져 나가고 팔이 잘려나가는 고통을 느낀다면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으헤헤… 헤헤…”
“당신도 이제 즐거운가 보네요? 그렇죠? 저와 함께있는게 좋죠?”
플루터샤이는 그의 얼굴을 잡아 억지로 끄덕였다.
플루터샤이는 그가 기절한 틈을 타 자신의 집에서 가져온 공구들을 가지고 그의 가죽을 전부 벗겼다. 그리고 재봉을 시작했고, 금세 그의 가죽으로 만든 작업복이 완성되었다.
그것은 작업복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아름다웠기에 작업복이라기보다는 드레스라 부르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인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반쯤 풀린 눈으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아직 핏기가 다 사라지지도 않은 옷을 입고는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내거에요.”
그녀는 이제 영원히 빅마킨토시와 함께일 것이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두 가죽은 서로 엉겨 붙어 땅속에서도 영원할 것이다.
그토록 갈구하던 마킨토시와 함께하게 된 플루터샤이에게 오늘은 지금까지 그녀가 숨을 쉬었던 모든 날들 중,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