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대략 15년 전 즘,</p> <p> </p> <p>매일 고민게시판에 들어와 사람들에게 댓글을 남기던 때가 있었다.</p> <p> </p> <p>과거와 현재에 변하지 않은 점이 하나 있다면</p> <p> </p> <p>그때도 언제나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p> <p><br></p> <p>분명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한명 이었고, </p> <p> </p> <p>그래서 그 마음이, 그 괴로움들이, </p> <p> </p> <p>참 공감이 갔다.</p> <p> </p> <p>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지.</p> <p> </p> <p>나를 위로 했던 것, 매일 이곳으로 이끌었던 힘은</p> <p> </p> <p>그 글에 덧붙여진 사람들의 따스함이었으니까.</p> <p> </p> <p>그때는 비난하는 글이나, 악플이랄 것도 별로 없었고</p> <p> </p> <p>설령, 그런게 달린다고 해도 사람들이 함께 나서서 방어해주었으니까.</p> <p> </p> <p>그래서 나도 그렇게 했다.</p> <p> </p> <p>뭣도 모르면서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글을 남겼다.</p> <p><br></p> <p>그렇게 매일 밤 남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다 보니까, </p> <p> </p> <p>놀랍게도 어느 순간, </p> <p> </p> <p>나는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부터 치유가 되었다.</p> <p> </p> <p>불면증도 사라지고, 잠도 잘잤다.</p> <p> </p> <p>죽고싶은게 아니라, 간절할 정도로 살고 싶어졌다.</p> <p><br></p> <p>그래도 어김없이 매일 밤이면 이곳을 찾아왔다.</p> <p><br></p> <p>하지만 언젠가부터였을까. </p> <p> </p> <p>차가운 댓글도 많아지고, 분위기도 많이 변하고</p> <p> </p> <p>나도 자연스레 발길을 끊게 되었다.</p> <p> </p> <p>애초에 거창한 사명감 같은 것도 없었으니까.</p> <p> </p> <p>지금 나는 행복한가? 아니면 괴로운가. </p> <p> </p> <p>모르겠다.</p> <p> </p> <p>그냥 지금도 가끔씩 생각이 나면 오유를 찾아온다.</p> <p><br></p> <p>내가 늘 활동하던 철학게시판이 아니라, 고민게시판으로.</p> <p> </p> <p>잠들지 못하고, 괴로웠던 그 시절이 그리워서가 아니라,</p> <p> </p> <p>어쩌면 내가 남들을 위로함으로서 위로받았던 </p> <p> </p> <p>그 순간들의 오만함이 그리워서.</p> <p> </p> <p>그 날의 순진함과 어리석음이 그리워서.</p> <p> </p> <p>몇년 전과 크게 변한 것이 없는 이곳에서</p> <p> </p> 그냥 잠시 머물다가 많은 감회를 느끼고, <p> </p> <p>왠지 모를 아쉬움에 글도 남긴다.</p> <p> </p> <p>(일기 남겨서 죄송)</p> <p></p> <p></p> <p></p> <p> </p> <p>아무튼 1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p> <p> </p> <p>그리고 5년 전에도</p> <p> </p> <p>이곳에는 매일 밤 죽고싶은 사람들이 있었다.</p> <p> </p> <p>나도 그들 중에 하나였고.</p> <p> </p> <p>그때 나는 무언가와 전투하기라도 하듯이 </p> <p> </p> <p>그 사람들을 필사적으로 위로하고 싶었다.</p> <p> </p> <p>아는 것도 별로 없는 놈이 인터넷 댓글나부랭이나 남기면서</p> <p> </p> <p>마치, 내 댓글 하나로, 내가 선택한 단어 하나로, </p> <p> </p> <p>생사의 기로에서 방황하는 누군가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p> <p> </p> <p>그게 몇 안되는 내 취미였고, 그 때는 그 취미가 무척이나 신성하게 느껴졌다.</p> <p> </p> <p>지금은 분명히 안다. </p> <p> </p> <p>그때 내가 위로하고 격려하던 것은, </p> <p> </p> <p>정작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p> <p> </p> <p>이곳에서라도 나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싶었다는 것을.</p> <p> </p> <p>물론, 더 나은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p> <p> </p> <p>그냥 나는 똑같은 나다. </p> <p> </p> <p>어쩌면 더 나빠졌을 지도 모르고.</p> <p> </p> <p>그래도 잠은 잘 잔다. </p> <p> </p> <p>그리고 더 이상 죽고싶지도 않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