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거주하고 회사다니는 직장인 29세입니다.
전 노래방 도우미가 변태적이고 퇴폐적인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회식때마다 노래방에서 같이 노래부르는 도우미들은.. 그냥 노래만 부르고..
춤추고 박수만 추고는 즐거웠습니다.. 하고 가더군요..
물론 심한 지역도 있지만
부르는 남자들이 어떻게 데리고 노느냐에 따라서
건전할 수도 있고 퇴폐스러울 수도 있는 거 같습니다.(문제라는 건 인정..)
몇일전 금요일 회식때 1차에서 조금 취한채로 상사분들 따라서 노래방에 왔는데
룸같은 실내구조에.. 완전 또 노래방 도우미를 부를 것 같은 분위기.
그래서 얌전히 앉아 있었는데 도우미들이 우루루 들어오더군요.. -_-;;;;;
첨엔 무관심으로 있었는데 이상하게 나이들이 어려보이는 거에요..
갑자기 한 도우미가 제 옆에 앉고 .. 오빠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는 겁니다.
저도 아.. 네 안녕하세요..하고 대답(직장인이다 보니 바로 튀어나오는 인사)
옷 차림을 보니 가디건을 걸치고 청치마에 운동화. . 도우미가 다들 야릇한 복장이 아닌
걍 수수한 차림..
흥겨운 노래가 시작되고 저도 비위 맞춰줘야 되서 앞에 나가서 웃으면서 박수쳤는데.
제 옆에 있던 도우미도 옆에 와서 같이 박수치고 그러더군요..
그러다가 발라드가 나오고.. 꼭 이때 부르스를 추는 사람들..
가만히 있으니 도우미가 제 앞에 다가와서 제 손을 잡고 안겨오더군요 -_-*
그러면서 ..나눈 대화
도우미 : 오빠 저 오늘 첫 출근이에요...
나 : 그래요? (놀람)
도우미 : 네..
나 : 그렇구나.. 음. 여기 계신 분들 다들 좋은 분들이고 그러니까. 편하게 재미있게
놀다가 가요 ^^
도우미 : 네 고마워요
나 : 근데. 좀 어려보이는데.. (청치마.. 운동화) 몇살이에요?
도우미 : 22살요~
나 : 허걱(난 29살) 와.. 무지 어리다..
도우미 : 히히~
나 : 노래 부르는거 좋아해요?
도우미 : 전 발라드만 불러요 ㅠㅠ 다른 노랜 못해요 ㅠㅠ
나 : 하하.. 그럼 괜찮으니 발라드 한곡 불러봐요..
도우미 : 음.. 이은미의 애인있어요라는 노래 알아요?
나 : 잘 모르는데.. 이은미씨 노래는 다 좋은 것 같아요..
이은미 - 애인있어요
(이은미의 허스키한 보이스와 달리 도우미의 가냘픈 고음의 목소리는.. 노래가 더욱 애절한 느낌이었다)
(완전 감동..)
(노래가 끝난 후)
나 : 와.. 노래 정말 잘 부른다..
도우미 : 헤헤~
나 : 잠깐 앉아서 쉬어요
도우미 : 네 오빠도 같이 쉬어요
(같이 자리에 앉고)
도우미 : 오빠 A형이죠?
나 : 푸하 ㅎㅎㅎ 네 A형이에요 왜요? 그런거 같나요?
도우미 : ㅎㅎㅎㅎ 전..................................RH-에요
나 : ................................. (저런..)
도우미 : 요즘 틈틈히 헌혈하고 있어요 ^^
나 : 그렇구나... 아프지 말고 몸 건강하도록 해요
도우미 : 네 고마워요 오빠 ~
(누군가 발라드를 부르자)
도우미 : 같이 나가요..
나 : (끌려 나감)
도우미 : (춤추려고 안기면서) 이렇게 하면 같이 얘기 하기 편해요
나 : .... 하하...
도우미 : 음. 토마토 좋아하세요?
나 : ? 네..
도우미 : 토마토 먹으면 모기한테 안 물린대요.. 실험해봤는데 토마토 먹은 사람하고
안 먹은 사람하고 모기있는 곳에 팔을 이렇게 하고 있었더니 토마토 안 먹은 사람만 엄청 물렸어요ㅎㅎ
나 : 호오.. 그렇구나 신기하네...끄덕끄덕 (도우미가 참 순진해보인다)
도우미 : 오빠 내가 선곡할게요 같이 불러요..
나 : 네엡.. 어떤 노래?
도우미 : 임재범의 고해.
나 : 악 그렇게 힘든노래를?
도우미 : 같이 불러요~ 네~? 네? ㅎㅎ
나 : 뭐. 까짓 불러보죠.. (약간 술 취한 상태라.. )
(같이 고해를 부르는데 .. 다른 사람들은 다 앉아서 다른 도우미들과 얘기하고 있다.)
(전혀 관심을 못 받고 있는 막내 사원의 노래.. 뭐 나만 좋으면 되긴 하지만)
나 : 우리끼리 신나게 불러요
도우미 : 네에~~~
시간이 다 끝나고
도우미 : 오빠... 편하게 잘 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안녕히 계세요..
나 : 그래요 잘가요 ^^ (왠지 아쉽다.. 이러면 안되지만..)
도우미가 가고.. 걱정이 들었다..
휴. .. 또 월요일날 되면 막내가 다른 사람들이랑 안 어울리고 생긴 것과 다르게
여자만 무지 밝혔다고 소문나겠군..쩝 (도우미 안고 춤만 추고 그래서)
뭐 괜찮아.. 어떻게 생각하든....
새벽두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는데 도우미의 애절한 발라드가 잊혀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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