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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hil_1799
    작성자 : 페사딜라
    추천 : 0
    조회수 : 637
    IP : 58.234.***.148
    댓글 : 11개
    등록시간 : 2011/12/18 21:25:06
    http://todayhumor.com/?phil_1799 모바일
    소설 평가 부탁드립니다.
    사상 결핍

    전 지 훈

     세사 만사 다 제쳐놓고서라도 생각이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가보다. 
     끝없는 독백에서는 비로소 나도 별로 얻을 게 없다.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이부자리를 개킨다. 언제부터인가 끝없이 움직이던 머리가 멈춰서인지, 멀미를 할 때처럼 텅 빈 머릿속이 북처럼 울리며 편두통은 머리를 찔러온다. 아니, 차라리 저 햇살이. 지옥과도 같은 하루를 알리는 저 햇살이 내 머리를 내리치기 때문인가?
     아침을 먹는다. 토요일이다. 그저 가족 간 대화라고 왔다가 갔다가하는 소리들은 그저 소비적인 말들뿐이로소이다. ‘앞으로의 대학 이라고 하는 것에 가기 위해서는 어찌 해야 할까?’ 라는 주제로 시작되는 대화만이 내 입에서 배출되는 것이 허용될 뿐 그 이상의 사상 따위는 일체 허락하지 않는 것이 무어 법 같은 것에 적혀있기라도 한단 말인가. 애초 성문화되어있지도 않은 법 조항 따위가 다 내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는 그저 끊임없이 숟가락을 바삐 움직여 별다를 맛이라고는 없는 쌀이라는 것을 김치와 함께 입 안에 다급히 우겨넣고 끊임없이 소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반추할 뿐이다.
     식사가 끝나고 가족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으로 흩어져 사라진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안방 침대 위로 돌아가 평일동안 노곤했던 몸을 쉬이고, 동생은 동생대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린다. 그놈의 문이라는 것이 닫혀버리면 그 안에서 무엇을 하던 간에 큰 상관이 없는 것으로 하자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 누구도 일체 상관하지 않음은 두말하지 않아도 이 세상에서는 당연한 법칙이리라. 나 역시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끝없이 눈만 감았다 떴다 한다. 나태하게 창틈을 뚫고 들어와 게으르게 흐르는 햇살은 어째서 내 방에는 오전에만 들어오는 것인가. 이후 시간의 내 방엔 햇살이라고 하는 놈은 그 잘난 상판을 코빼기도 내비치질 않는다.  그놈 사상이라는 것이 원체 불손하여 잡히기라도 하는 날에는 내 반드시 구금해놓고 놓아주지 않으리라.
     그렇게 햇살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간과 함께 내 방을 떠나갔다. 침대에 누워 아무런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고 그렇게 또 한참을 누워 있자니 끝없는 권태가 밀려온다. 먼 옛날 이상이라는 작자는 도시에서 시골을 그리며 ‘권태’를 썼지만, 내게는 그런 일체의 상상조차도 여의치 않아 그저 도심에서 도시를 직시하며 끊임없이 권태를 즐기고 있을 뿐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를 보며 사람들은 모두가 여유 없다고 비난하지만, 이 역시 사상이 없다면 시골과 진배없이 더딘 제자리걸음을 계속하는 곳이 바로 이곳 도시임을 사람들은 모른다. 끊임없는 정적 속에서 귓가를 미세하게 맴도는 높은 단파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대로 누워서 눈 뜬 잠을 청하지만 그 빌어먹을 잠이라는 놈은 쉽사리 잽싸게 달려들지를 않는다.
     시곗바늘은 멈추지 않고 그 더딘 걸음을 재촉해 어서 날이 어두워지는 시간을 가리켜준다면 차라리 군말없이 잠이라도 잘 것을, 어쩌자고 저 빌어먹을 시곗바늘은 더럽게도 느리게만 걸어가는 것일까? 이렇게 시간이 진부하게 더디게만 흘러가는 것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 지루한 것인가? 아마도 맞는다고 할 수 있다면 이런 감정을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여지껏 잘만 견디어 왔다고 칭찬이라도 받을 수 있으련만, 알아주지 않는 재능 따위는 주머니 속 돈처럼 쓸모가 없다. 
     시곗바늘이 더딘 걸음을 가뜩이나 늦추어서 답답하리만치 늦은 걸음을 그나마 계속해서 점심때를 가리키는 시간을 넘어도 한참을 넘어갔건만, 침실에서 묵언의 깊은 피곤이 담긴 코골음만이 울리는 소리를 들으니, 아무래도 점심은 다 갔다. 외출조차도 허락되지 않은 이 방 안에서 나는 끝없이 무의식적으로 밥이 입 안에 있다고 상상하며 그저 헛입질만 해 댄다. 고픈 배는 위의 수축 때문인지 그저 빈 소리만 꾸륵댄다. 학문적으로 무언가 소질과 재능이 있다면 아마도 나는 그것에 매진하여 일생을 다 바치었을 터이거늘. 그 무엇 하나도 잘하는 게 없는 본인으로서는 집중할 거리가 없다. 아니 분명 무언가 내게도 신이 준 선물이라고 하는 게 어딘가에는 있겠지. 다만 내가 못 찾는 것일 뿐일러라. 혹여 그마저도 대학이라는 거대한 하나의 사상 이 가져오는 현실의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고 다만 끝없이 수축해가는 것뿐이어서,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일수도 있겠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일체의 사상도 허용되지 않는 이 공간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하고 지냈는가? 가족이라 한들 내 내면의 깊은 시름까지도 혹여 저들에게 부담이 되어 더 옭아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꾹꾹 눌러 곧 터져버릴듯한 감정을 줄을 타 가듯이 금방이라도 넘어갈세라, 아슬아슬하게 유지해나가는 곳을 내게 있어서 이곳을 지상에서 제일 편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지내는 곳이라 여기며 살아가야 하는가? 아니다. 모두 지워내야 한다. 이런 의문이고 사상이고를 모조리 머릿속에서 비워내야 한다. 그래야만 나는 비로소 이 집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내게 옷을 주었고 먹을 것을 제공해주며 한때나마 자주 쓰지는 않지만 잠자리도 제공해 준다. 이곳은 내가 나의 지상 낙원으로 여기어야만 할 곳이다. 그 중에서 내가 외부에서 느끼고 돌아오는 사상 따위는 이미 머릿속 깊은 곳 따위에나 처박아두고 잊은 채로 그저 그 가족이라는 것 앞에서 병신같은 웃음만을 애써 벙실벙실 지어야 하리라. 그래야만 비로소 가족이라는 것이 유지되고 또 화목해질 수 있는 것이리라.
     이제는 변화가 영영 없을 것만 같이 중천에 떠 있던 해도 꽤 저물었다. 방 안에서는 이제 등불을 켜고 조금이나마 어두운 구석을 밝혀볼 때도 되었건만, 나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그저 누워만 있다. 이 침대에 뉘어진 무기력한 것이 저 아래 상가 정육점 냉동실에 걸려 있는 저 돼지고기와 다를 게 무엇이랴. 다만 냉동실 안에 걸리지 않아 얼지 않고 침대 위에 누워있어 이불 위에 놓여서 옷걸이에 걸려 있지 않다는 점만이 유일하게 다를 뿐이리라. 아니, 도리어 정육점의 돼지고기 같은 것은 오히려 머리다. 내 머릿속은 텅 비어서 뚜껑을 열어내듯 그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거대한 저 지하 깊숙한 곳의 석회 동굴을 연상케 할 것이다. 뇌 주름을 타고 뇌수가 흘러 저 아래 바닥 낮은 곳에 웅덩이를 만들고 뇌는 형체 없이 흐르는 피에 모든 것을 맡기어 무언가 자유로운 형상을 하고 있으리라. 이제는 저녁때가 되었다고 또다시 위가 수축을 거듭한다. 심장에서는 피가 끓어오르며 꿀럭이는 소리를 내며 이번에는 부디 밥을 좀 내려달라 그리들 아우성이다. 그러나 내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숟갈을 떠 입 속에 음식이라는 것을 집어넣고 씹는 아주 간단한 행위조차도 나는 차려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아우성을 쳐대는 내장 기관들이 그 무슨 잘못이랴. 그저 그들은 맡은바 소임을 다해 항시 틀리는 법 없이 하루 세 번을 울려제낄 뿐이다. 
     마침 어머니가 일어났는지 화장실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귀는 그 소음을 들어 반응하라고 이르지만, 나는 움직일 의지조차도 상실한 채로 그렇게 누워 있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다. 이것은 결코 내 졸음의 게으른 본성 따위가 원인이 된 행동은 아니다. 졸음의 달콤한 유혹은 그 누구도 이길 바가 없다. 이것은 하나의 진리요 진실일 뿐이다. 결코 잃어버려서는 알 될 물건을 졸음으로 잃어버린 수많은 그리스 신화의 키클롭스와 같은 수문장들을 보라. 그렇게 잠은 달콤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가 상실을 증오한다. 특히 잠에 있어서는 더욱이 그러하다. 매번 누군가 잠에서 깨어날 때 우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때에 따라서는 우리를 깨운 이에게 투정도 부리지 않는가? 지금의 어머니도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고 떠났던 꿈속에서 돌아와 휴식이라는 감정을 상실한 채로 단단히 화가 올랐으리라 멋대로 짐작 아닌 짐작을 하며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심정으로 나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자세 그대로 마치 반불구의 시체와도 같이 누워만 있을 뿐이다.
     곧이어 들려지는 발소리와 차려지는 저녁상의 밥을 퍼 담는 냄새가 방으로도 진동을 한다. 기껏해야 겨우 사색으로 한 끼를 굶었을 뿐임에도 극심히 주려했던 육신은 내게 밥을 원하지만, 나는 여전히 일어날 줄을 모르고 그렇게 누워만 있다. 이어서 식사가 차려지고 내 이름과 동생의 이름이 차례대로 호명된다. 나는 그 부름이 마치 꼭 단두대에 올라설 사람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를 들은 것 마냥 두려워서 꼼짝을 않는다.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전보다 더 높아진 목소리가 이름을 호명하지만 어쩌랴. 이것은 필시 몸은 원하지만, 마음이 내키는 일이 아닌 것을. 결국 또 그렇게 한참을 누워 있다가 마지막으로 놓는 으름장과도 같은 가장 큰 고함에 가까운 호통을 듣고 나서야 마지못해서 결국 일어서 단두대와도 같은 식탁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을 옮겨간다.
     아침 이후 몇 시간 만에 결국 똑같은 인물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얼굴을 하고 밥을 먹는다. 과연 이것이 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는 중요치 않다. 그저 숟가락 가득 밥을 퍼 입으로 나르고, 젓가락 가득 반찬을 집어 입 안으로 날라 턱을 움직여 그저 미각 세포를 만족시킬 틈도 없이 씹어 삼킬 뿐이다. 사상이 허용치 않는 식탁은 곧 내게 있어 진정한 의미를 가진 대화를 종식시키고, 서로의 관심사가 다른 사람들끼리의 식사는 결국 서로에게 독이 되어갈 뿐이다. 묵언의 침묵. 그 절대적으로 지켜져야만 할 규칙을 깨고 입 열어 여기저기서 들어온 세상의 소식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어 보지만, 결론은 남의 의견이 어떻고 자시고가 나오기도 전에 타박을 받고는 그저 입을 다물어 버릴 뿐이다. 언제까지고 끝없는 독백만을 반추하며 들어오는 의견 없이 나만의 세계를 창조할 셈인가. 그것은 결국 내 내면의 벽만 높이고, 나 지신을 섬으로 만들어가는 길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깨닫지 못하는 내 눈 앞의 눈 흘기는 것에 비해 나는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해가 온전히 져 버린 저녁마당에 상은 치워지고, 한동안 거실에서 담소 비슷한 것을 나누다가 제출물에 지쳤는지 한바탕 소모적으로 언성을 높이다가 시계를 흘끗 보더니, 초췌한 몰골로 또 이번에도 무슨 약속이라도 한 듯, 가족은 일제히 제각기의 길로 흩어져버린다.
     아. 오늘의 나는 어떠했는가? 그저 끝없이 독백만을 반추하지도, 어떤 사상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격렬하게 투쟁하지도 못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침실로 돌아가 으레 늘 그렇듯 이른 잠자리에 들면서 눈을 감는다. 오전나절 내내 계속 머리를 붙여서인지,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그 감촉을 느끼며, 또다시 아무런 생각 없이 나에게 있어 매일의 밤이 그러하듯, 또다시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면서 어둠 속에서 홀로 몸 부대끼며 나는 말없이 이불 속에서 한 마리 외로운 누에고치의 형상을 닮아 간다.  
    페사딜라의 꼬릿말입니다
    -추가설명- 
    1.이상의 소설을 따라했습니다.
    2.소설의 형식을 모두 지녔으며, 제가 처한 현실을 극한으로 과장해 표현하였습니다.
    3.작품에 있어 내용보다는 본인의 심리를 표현하는데 굉장히 치중하였습니다.
    4.제목과 내용이 관계없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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