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3일에 2박3일 수학여행을가요. 23학년 단체로 제주도에 간대요. 당연히 비행기를 타죠.
근데 저는 고소공포증이 심하거든요. 처음 비행기 탔던 기억이 안좋게 남아서 그때부터 그랬어요. 그래서 가고싶지만 어쩔수 없이 수학여행 신청을 안했고요.
수학여행 비참여 학생은 학교에 가야한대요. 가기 싫어요. 다른애들 다 비행기타고 놀러갈때 나만 얼굴도 모르는 다른과 애들이랑 섞여서 어딘지도 모르는 교실에 앉아있어야 한대요. 운동장에서 공사하는 소리를 들으며.
4일은 개교기념일에 5일은 어린이날이라 5월 첫째주는 아예 정상수업이 없는거죠.
그래서 현장체험학습을 쓸려고 했어요. 원래 집순이니까 9일내내 집에 박혀서 게임하다가 담주 목요일에 대학 기숙사에서 집으로 잠깐 오는 언니랑 몇번 맛있는거 먹으러 가면 괜찮아질것 같았어요. 언니랑 노는것도 좋아하니까.
근데 수학여행 참여율이 저조할까봐 수학여행기간동안은 현장체험학습을 못쓰게 막았대요.
담임선생님 한테 설명을 듣고 눈물이 나서 빨리 뒤돌아서 교실 문을 나갔어요. 목구멍은 아프고 콧물도 나고 머리까지 아팠어요. 마스크도 끼고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릴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그냥 억울하잖아요. 나도 가기 싫어서 안가는거 아닌데. 오히려 엄청 가고싶은데 그깟 비행기때문에 생각도 못하고 포기하고. 최근 몇주간 틈만나면 여기저기서 수학여행얘기 들려오는데 듣기 싫어서 에어팟끼고 노래 크게 틀고 다녔어요.
버스 탈때쯤엔 진정했어요. 집가면서 내일 다시 결석할 다른 방법 없다 물어봐야지 생각했어요.
그게 오늘이에요. 오늘도 종례 끝나고 물어봤어요. 그러면 학교를 빠질 방법이 아예 없는거냐고.
그렇대요. 무단밖에 없다고 했어요.
또 눈물이 났어요. 이번에는 금방 그쳤어요.
억울하죠. 내 인생에 수학여행이라고는 초6때 소꿉놀이 수준으로 소소하게 1박2일 가까운데 간것밖에 없었는대. 코로나 터져서 중3은 아예 기억에 남는거 없고 고1과 고2때도 그냥 가까운데 당일치기로 다녀온거밖에 없는대. 반 애들이랑 선생님이 계획 짜는것도 고3답게 스케일 크고 재밌어보이는대. 치킨집을 빌려서 야식 먹으며 놀다가 바다 밤산책도 한다는대. 해수욕장 간다는대. 이게 내 미성년 시절 마지막 걱정없이 마냥 놀다 오는 여행일텐데 그깟 고소공포증 때문에 갈 생각도 못하고.
비행기도 못타는 멍청한년은 그냥 학교에 가만히 처박혀있으라는 소리로밖에 안들렸어요. 제대로 사고가 돌아가지를 않는거 같아요.
그러니까 안갈거에요. 무단이더라도 결석할거에요. 엄마가 안된다고 할테니까 학교가는척 버스 탔다가 언니랑 같이 놀러갔던 기억이 남아있는. 아니면 그냥 좋은 추억 남은 곳 가서 나혼자 놀거에요. 엄마가 화낼테니까 집도 안갈거에요.
몰라요. 글쓰는데 또 눈물나요.
2년간 무단 한번 없이 깨끗하게 지켜온 생기부가 좀 아깝지만 생기부 지키다가 내가 눈물에 익사할거 같아요. 그냥 그렇다고요 뭐. 딱히 말할데도 없고 답답해서 글 써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