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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795702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13
    조회수 : 3515
    IP : 1.230.***.224
    댓글 : 27개
    등록시간 : 2019/01/26 14:08:08
    http://todayhumor.com/?humordata_1795702 모바일
    한국의 아쿠아맨, 설운(雪雲) 장군
    옵션
    • 펌글

    2017년 개봉된 미국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아쿠아맨'이라는 슈퍼 영웅이 나옵니다. 아쿠아맨은 글자 그대로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신비한 종족 출신으로 바다와 관련된 온갖 초능력들을 사용할 수 있는 인물이죠. 



    djrssokg6hp6ppckwokr.png

                                                                (아쿠아맨)



    그런데 한국의 전설에서도 아쿠아맨과 비슷한, 바다와 관련된 초인적 능력을 가진 영웅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설운(雪雲)이라고 합니다. 


    경상남도 통영시의 수우도(樹牛島)는 인구 60명 안팎의 작은 섬이지만,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아직도 수우도 주민들은 초인적인 힘과 용맹을 지녔던 설운을 신으로 숭배하며, 매년 10월 보름마다 사당인 지령사(至靈祠)에서 그를 기리는 제사를 지냅니다.



    IMG_9070.jpg

                                                      (설운을 신으로 섬기는 사당인 지령사)



    수우도의 전설에 따르면 설운의 이력은 이렇습니다. 옛날 수우도에 어느 부부가 살았는데, 불행히도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부는 왜 아이가 생기지 않는 지를 놓고 걱정이 많았는데, 그러다가 아내가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헌데 아이는 무려 1년이 다 되어서야 간신히 태어났으니 그가 바로 설운이었습니다.


    설운은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크고 영리했으며, 힘도 세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특별한 점은 따로 있었는데, 그가 자라면서 점차 몸에 물고기 같은 비늘들이 솟아났으며, 허파에는 물고기처럼 아가미가 달렸던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설운은 바닷물 속에 들어가면 보름 동안이나 계속 수영을 하고도 전혀 지치지 않았고, 두 손으로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는 일도 가능했습니다.


    헌데 당시 수우도를 포함한 남해안 일대는 일본에서 쳐들어온 해적인 왜구들의 노략질에 크게 시달리던 중이었습니다. 자연히 수우도에도 왜구가 쳐들어왔는데, 어느새 청년으로 자라난 설운은 고향 사람들을 괴롭히고 생선과 쌀 등을 마구 빼앗아가는 왜구들을 보고 크게 화가 나서, 그들을 응징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수우도의 은박산에 올라간 설운은 왜구들을 태운 해적선을 보고는 가지고 간 부채를 꺼내서 그들을 향해 슬슬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으니, 조용한 바다에 갑자기 거센 태풍이 불어 해적선들이 죄다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던 것입니다. 제아무리 사나운 왜구라고 해도, 미친 듯이 불어 닥치는 태풍에는 도저히 당해낼 도리가 없었죠. 


    그래서 남해안 일대에는 태풍을 두려워하여 한동안 왜구가 나타나지 않았고, 주민들은 오랜만에 아무런 걱정 없이 고기잡이에 몰두하며 평화로운 세월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설운 덕분이었고, 수우도 주민들은 설운을 가리켜 ‘장군’이라고 높이 부르며, 그의 힘과 용기를 칭송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한양의 조정에 이상한 소문이 퍼졌습니다.


    “지금 수우도에는 사람인지 물고기인지 모를 설운이라는 괴물이 나타나서, 섬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 때문에 주민들은 고기잡이를 할 수가 없어서 살기가 무척이나 어려우니, 나라에서 군대를 보내 하루빨리 설운을 토벌해야 한다.”


    이 헛소문을 퍼뜨린 장본인이 설운에게 앙심을 품은 왜구들인지, 아니면 설운의 힘을 두려워한 나쁜 관리들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좌우지간 조정에서는 설운을 모함하는 헛소문을 그대로 믿어서 호주판관(湖州判官)이라는 관리한테 많은 수의 관군을 보내 설운을 죽이거나 붙잡아 들이도록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관군이 많고 훈련이 잘 되었어도, 설운을 상대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왜구들한테 그랬던 것처럼 설운이 부채를 흔들면 곧바로 무시무시한 태풍이 불어 닥쳐 관군과 배를 침몰시켜 버리니, 계속 관군을 보내봤자 모조리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물고기의 밥이 될 뿐이었습니다.


    관군을 실컷 농락한 설운은 호주판관이 머무는 관아로 쳐들어가, 판관을 힘으로 제압한 다음 그의 아내를 납치해 달아났습니다. 이는 판관이 자신이나 다른 백성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인질로 잡아가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판관의 아내는 무서운 여자였습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설운을 ‘미개한 도적놈’이라고 업신여기면서도, 겉으로는 설운을 향해 “판관은 자기 아내도 못 지킨 못난 남편이니, 저는 이제부터 장군님을 섬기겠습니다.”라고 아양을 떨면서 설운의 호감을 사고, 급기야 설운과의 사이에서 두 명의 아이까지 낳았습니다.


    그렇게 되자 설운은 그녀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풀어버렸고, 판관의 아내는 설운한테 “장군님한테도 약점이 있는지 궁금해요.”라고 집요하게 물어본 끝에 설운으로부터 “내 목을 자르고 거기에 메밀가루를 뿌리면, 나는 죽게 되지.”라는 답을 알게 되었습니다.


    설운의 약점을 알게 된 판관의 아내는 설운이 깊은 잠에 빠진 사이, 먼저 두 아이를 통나무로 만든 배에 실어 바다로 띄워 보냈고, 몰래 관군에게 자신과 설운의 위치를 알려서 그들을 불러들였습니다. 들이닥친 관군은 설운의 목을 칼로 베었고, 설운의 목은 다시 몸과 붙으려 하였으나 판관의 아내가 메밀가루를 뿌리자 끝내 목은 몸과 붙지 못하고 설운은 죽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설운이 죽자 왜구들의 침략은 다시 계속 되었고, 수우도 주민들은 설운이 지켜주어 왜구가 없던 때를 그리워하며 설운과 판관의 아내와 두 아이들을 신으로 섬겼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수우도 주민들은 설운의 영혼을 신으로 모시는 제사를 매년 10월 보름마다 지령사(至靈祠)에서 엄숙히 지낸다고 합니다. 



    suwoodo_3.jpg


    (지령사 안에 걸린 설운 장군의 영정. 주민들에게는 아직도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204~206쪽/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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