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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가 말하는 만큼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닐지도 몰라.
작년 여름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 옆자리에 너가 앉았고, 나에게 말을 걸었지.
외국을 가는 것도 비행기 타는것도 처음이라고. 많이 도와달라고. 사실 내가 도와준 것도 얼마 없는데 너는 항상 고맙습니다고 말했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니까 시간이 금방 가더라. 비행기에서 내리고 그리고 공항에서 나와서 가장 후회한 건 연락처를 물어보지 않았던거야.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하자고 마음 먹었지만, 1주일 동안 매일 밤을 후회하며 지냈어.
만약 연락처를 물어봤다면 달라졌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
.
.
.
비엔나에서 우리는 다시 우연히 만났지.
사실 우연은 아니야.
나는 너를 만나려고 비행기에서 얘기한 여행 일정을 떠올렸어.
내가 들은 거라곤, 어느 나라의 어느 도시를 간다는 것 뿐.
비행기에 세부 일정을 자세히 물어볼껄...
지도를 펴고 너가 가는 도시들을 보며 루트를 추측했고, 나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선택했지.
그땐 몰랐다 비엔나가 생각보다 크다는 걸.
딱 1주일만 있어보자라는 생각으로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 비엔나 있었어.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던 것 같아.
슬슬 포기하려한 5일째 성당 앞에서 널 봤고, 나는 속으로 거의 환호를 질렀어.
우연이라며 신기해하던 너를 보면서 나도 좋았어.
막상 이렇게 만나고 나니까 내가 널 속이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더 이상은 못 다가겠더라.
그래서 연락처를 받았어도 또 ""우연히 만나요""라는 말을 남겼던거야. 나중에 알았어 넌 그말이 서운했다라는걸.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여행을 하는데 갑자기 너한테 연락이 왔어. 혹시 밀라노 근처냐고.
지갑을 도둑 맞았는데 도움 청할 사람이 없다고 만약 정말 만약 근처면 도와달라고.
난 그 연락을 받고 지금 스위스에 있고 마침 다음날 밀라노로 간다고 했지만, 사실 그때 바르셀로나였어.
하하...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너는 또 '우연'이라는 말을 썼지만, 아니었어. 바르셀로나에서 밀라노까지는 거의 12시간이 걸리더라.
그래도 기차를 타고 밀라노로 갔어.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났고, 짧지만 같이 여행할 수 있었지.
그 며칠이 내 여행 중 가장 좋았어.
우리가 만난지도 거의 500일이 다 되가지만, 아직도 유럽에서 두번의 만남 뒷 얘기는 너에게 못하겠어. 뭔가... 속였다? 라고 생각들어서.
비엔나에서 일주일을 기다리고, 바르셀로나에서 밀라노까지 갈 용기는 있으면서,
왜 이 말을 할 용기는 없을까.
출처 |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4130번째포효 https://www.facebook.com/koreabamboo/posts/5481093187257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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