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포항사는 수험생입니다...
이번이 3번째 공부입니다.. 삼수이죠
제 병신같은 스토리 한번 봐주세요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하는것도 안하는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지냈습니다.
수능이 1달앞으로 다가와도 별 긴장감도 없고 그냥저냥 흐지부지 지냈습니다..
심지어 수능장에서도 긴장은커녕 빨리 집에 가고싶더군요.......
시험끝난날 저녁 부모님이랑 밥을 먹을때도.. 아무생각이없었습니다......
집에가 채점을해보니 당연하게도 개 병신같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그때의 썩어빠진 정신의 나는 아 재수해야겠다... 재수 하면 되겠지뭐
부모님한테 그냥 운이 안좋았다 재수하면 된다...
어머니는 말리셨지만 아버지는 그래 해봐라 ..해보면되지
아버지는 언제나 절믿었고 어머니는 절 언제나 걱정하셨습니다.
저는 그길로 상경을 했습니다....... 몇군데 학원에서의 의미없는 상담을 받고
이름을 대면 알만한 그런 대입학원에 입원? 했습니다...
그리고 고시원을 구했을때쯤 온 추가합격 전화를 받곤 가볍게 등록포기했습니다...
고시원 + 학원 한달에 120만원이 넘는 돈을 쳐부으며
집안 사정이 어려워 학원은커녕 알바와 EBS를 병행하시는 그 어떤 수험생과의 환경과는 다른
아주 풍족한 환경에서 전 또 나태해졌습니다.
수업시간엔 졸고 친해진 반친구들과 노가리 까며 자습시간을 보내고 주말엔
삼삼오오 모여 서울 나들이를 다녔죠..
물론 재수생이 하는일중 가장 멍청한 짓인 연애도 했습니다.
한강에서의 데이트.... 전 그때 그것이 청춘의 낭만인줄 알았습니다...
학원 종강을 하고 전 고향에서 시험을 보려 내려왔습니다.
수능 전날밤.......... 갑자기 정신이 아주 맑아지는것입니다.
고등학생 부터 그날까지 한번도 못 겪은 그런 맑은 정신이었습니다.
눈동자의 초점이 카메라 초점 마추듯이 돌아갔고 컴컴한 집 천장이 뚜렷히 보였습니다.
그리곤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멍청하게 누워서 시험을 기다리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2년동안 내가 한게 아무것도 없다는걸
갑자기 오금이 저리고 내일 다가올 수능이 무서워졌습니다...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중 남고에서 수많은 빠따를 수십대 맞고도 절대 흘리지 않은 눈물
잘못건드린 선배에게 면상을 맞으면서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
갑자기 명확해진 제 병신같은 모습에
제 헛되이 보낸 2년의 무게와
저를 믿으신 부모님과 친척들 친구들의 무게에 전 너무 무서웠습니다..
전 다음날 덜덜 떨며 수능을 쳤습니다...
그리고 채점을했습니다
그때 생각합니다... 수능은 매우 객관적이고 1년의 노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험이란걸
채점결과는 제 1년의 인생을 보여줬습니다....
그뒤 한달이 하루하루가 지옥같았습니다...
부모님께는 결과를 숨겼습니다........... 그리고 택도없는 대학에 지원을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능성 있는 대기번호를 받았습니다........
저는 다시 더러운 기회주의자가 되며 마치 대학에 붙은것인냥 돌아 다녔습니다
대기번호가 줄어들 수록 전 스스로 대학생이 되어갔습니다..........
친구 당구 술 담배 피시방과 2개월을 지냈습니다...
입시 막판이 되자 번호가 안줄어들었습니다.... 주변의 재수한 친구들은 납치가 되어가는데
저만 덩그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전이미 대학생마인드였기에 아무생각이없었습니다..
친구들은 이제 새터니 뭐니 하며 레알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결국 전 진짜 대학생이 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영문을 모르시는 부모님은 제게 계속 물어보셨지만 전 말도안되는 짜증으로만 일관했습니다....
........... 정말 기억도안나게 몇개월이 흘렀습니다.......
도피하고싶었습니다.. 어디로든지.......
군대에 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신체검사를했는데 4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자세히 모르지만 집안내력 + 술을 너무 처먹어서 그랬던것 같습니다... 혈압에 지방간이었습니다..
그래서전 공익판정을 받았고 훈련소에 갔다왔습니다.....
근무지에서 열심히했습니다.. 열심히한다고해봤자 간단한 잡무였습니다...
먼저오신 공익 선배분들도 잘해주시고 직원분들도 잘해주셨습니다...
현역간 친구들의 편지를 받으면서,,, 최근의 총기사건, 탈영, 자살 보도를 보며 생각하건데
공익은 현역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그런 생활이었습니다...
현역가신분들 지금도 존경스럽습니다...
요즈음 생각합니다........
20년동안 난 나를 한번도 이긴적이 없다..
항상 내가 원하는것만 했고
근시안적인 생각에 갇혀있고
항상 바로앞의 즐거움에 무너졌고
잠시의 고통의 인내는 단 1시간도 없는 없는 게으른 삶이였다...
내 환경에 고마운줄을 모르고 그속에서 더 나태해졌다.
실패하면 적당한 자기 합리화와 남에겐 거짓으로 내 자신을 보호해 나갔다...
내자신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래서 저 얼마안남았지만 수능 공부를 다시해보려고 합니다........
120일동안 정말 앞으로 나를 믿을수 있게 나를 언제든 이길 수 있는 나로 만들기위해
내가 나한테 미안하지 않게
노력 해보려구요..
그동안 항상 저와 남을 속이며 살아와서 이런 말할 사람도 없어서 이렇게 오유에
찌질이의 일기글을 남깁니다...
수능날 좋은 결과로 인증했으면 좋겠네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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