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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7944
    작성자 : Orca
    추천 : 15
    조회수 : 1537
    IP : 220.116.***.33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4/09/02 18:07:41
    http://todayhumor.com/?history_17944 모바일
    일본이 여몽연합군을 상대로 잘 싸웠을까?

    여몽연합군을 일본군이 막아냈다는 댓글을 보고 주저리나마 써봅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태풍이 없었더라면 일본은 여몽연합군에게 개박살 났을 것입니다. 정말로 여몽연합군과의 전쟁에서 막부군이 한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니 아예 없었다고도 무방합니다. 오히려 태풍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었습니다. 

     

     

    1. 당시 여몽연합군과 일본군(더 정확하게는 가마쿠라 막부의 군대)의 수준차가 너무 심했습니다. 고려나 중국 등이 조직적인 체계와 지휘계통을 가지고 조직적인 전투가 가능했던 것에 비해 일본의 군대는 도료라고 불리는 각 지방 사무라이들이 거느리고 온 크고 작은 부대들의 집합체였습니다. 그렇기에 일사불란한 전투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오랜기간 동안 전쟁을 겪으면서 전투라면 이골이 날 정도로 단련된 여몽연합군(2차 원정에서는 범문호 지휘 하의 강남군 10만이 투입되었으나 이들은 이름만 군대였지 실상은 일본 점령 후 일본에 정착시킬 남송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남송이 아직 멸망하기 전에도 남송군에서도 가장 약한 축에 속하는 부대였습니다. 오히려 2만의 동로군이 주력이었습니다.)에 비해 막부 설립 이후 가마쿠라 막부는 반란 등은 있었지만 대규모의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안정기라 전쟁 경험 자체가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1274년음력 10월 5일에 있었던 여몽연합군의 공격이었습니다. 이 때 여몽연합군은 쓰시마 섬 남단의 사스우라에 상륙해 단 2시간만에 막부군을 전멸시키고 섬을 점령했습니다. 그리고 그 공격을 시작으로 단 15일만에 하카타만의 해안 방어선 30km가 완전히 개박살이 나버립니다. 

     

     

    2. 전투 방식의 차이에서도 엄청 차이가 났습니다. 가마쿠라 막부 시대의 전투방식은 잇키우치(一騎打ち)였습니다. 이 잇키우치는 한문에서도 알 수 있다 시피 기마무사가 일대일로 싸우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때 사무라이는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부하에게 우는 화살(명적)을 쏘아 개전 신호를 삼은 뒤, 종과 징을 요란하게 치며 나노리(名乗り)라는 의식을 행합니다. 이 나노리란 사무라이가 서로 자기가 누구인지, 얼마나 용감한 전투원인지를 큰목소리로 외치는 일종의 기 싸움이었습니다. 자기는 어느 전투에서 어떤 공훈을 세웠는지, 조상이 역사적으로 이름이 난 무사였다면 어떤 가문의 누구의 자손인지를 자랑스럽게 외쳐서 적의 기세를 누르려고 하였습니다. 상대편 무사도 뒤질세라 가문의 명예와 전투 경력을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기 싸움이었기에 상대편의 말을 받아서 야유를 보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여몽연합군의 전투방식은 저런 것과는 백만광년이나 떨어진 조직화된 부대 단위의 전투였습니다. 막부군 측에서 자기네들 일기토 한답시고 명적을 쏘면서 나왔다면 아마 여몽연합군은 그것이 전투 시작이라고 판단하여 병력으로 조졌을 것입니다. 

     

     

    3. 군에게 매우 필요한 역참이나 봉수제도 역시 매우 뒤떨어져 있었습니다. 여몽연합군의 1차 원정 당시 음력 10월 20일과 21일 사이에 하카타 만에 태풍이 불어 군선 900척 중 200척이 개작살나 결국 연합군은 철수하는데 이 소식이 막부에 전해진 것은 10월 28일이었고 막부가 명을 내린 것은 11월 1일 그리고 교토에 전해진 것은 11월 2일이었습니다. 무려 철수한 지 일주일이 더 됬는데도 막부는 전혀 그런 것을 모른 것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넓은 전선을 커버했던 몽골 등의 정보전달력에 비하면 한참이나 뒤떨어진 셈이었습니다.

     

    여몽연합군의 일본원정에서 가마쿠라 막부군은 지리멸렬하였습니다. 물론 공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1차 원정 때 지역 사령관인 쇼니 가케스케가 몽골군 부원수 유복형을 낙마시키는 전공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전공을 세운 전투에서 막부군은 패퇴하였다는 것입니다. 2차 원정 때는 1차 때 호되게 당한 탓에 방비가 예전에 비해 탄탄해졌다지만 하카타 재공략이 불발로 끝났을 뿐, 막부군은 여전히 연합군의 위세에 기가 눌려 전면전을 할 엄두조차 못냈습니다.  



    괜히 이들 여몽연합군을 패주시킨 태풍을 일본에서 가미카제라고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운도 실력의 일부라고 합니다만 가마쿠라 막부 아니 당시 일본에게 있어서 여몽연합군에게 밀어닥친 태풍은 정말로 신이 도와줬다는 소리가 나올 법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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