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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178425
    작성자 : 나능햐
    추천 : 8
    조회수 : 427
    IP : 14.33.***.207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7/03/23 22:28:51
    http://todayhumor.com/?animal_178425 모바일
    꽃이라도 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맨처음, 가습기용도로 사놓은 항아리에 물고기가 있으면 이쁠것같다는 생각에 널 사왔었다.
    그러다 점점 키울때 필요한 용품들이 늘어가고, 항아리는 거진 완벽한 어항되었다.
    당시 책임감도 관심도 없던 부모님에게서 나는 단지 불쌍하다는 이유로 조금씩 너에게 관심을 가졌고
    결국엔 너는 완벽한 내 책임이 돼있었지
    식물도 하나 제대로 못키워서 말려죽이는 나한테 너는 너무 귀찮고 싫은 존재였었다.
    그리고 너도 맨날 먹이를 주는 나지만 가까이 가면 무조건 돌틈으로 숨기 바빴지.
    나는 너를 귀찮아하고 싫어했고, 너도 나만보면 숨기 바빴으니 날 좋아하진 않았을꺼같다.
    그런 너였는데, 막상 가버리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았다. 징그러워하고, 아주 귀찮아했다.
    그런데 니가 죽은 어젯밤, 죽기직전까지 힘들어하는 널보며 난 니가 죽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넌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짜내어서 물을 크게 첨벙이고는 죽어버렸다. 그런 너가 난 마지막까지 징그러웠다.
    널 뭍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너한테 정이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너의 두꺼운 입술과 커다란 비늘은 너무 징그워웠지만, 찰랑이는 지느러미는 참 예뻤다.
    내가 먹이를 줄때마다 넌 숨어버렸지만, 내가 멀리 떨어지면 슬쩍 나와서 먹이를 먹었다.
    나는 그런너가 재밌어서 늘 숨어서 먹이를 먹는모습을 구경했다. 그러다 날 발견하고 다시 숨어버리면 조금 미안해하곤 했다.
    나는 너에게 관심이 아주 없었기에, 니가 언제 우리집에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 흔한 사진한장이 없고, 너를 부르던 이름조차 없다.
    다만 같은시기에 구입했던 다른물고기가 새끼를 낳을때 사진은 있어서, 대략 5년정도 되었겠다 하고 추측만 할수 있었다.
    니가 온 날짜도 모르고, 너의 이름도 없고, 사진한장이 없다. 이제서야 내가 너한테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무관심속에서 5년동안이나 버텨준 너가 고마웠다.
    너는 이미 죽어버렸지만, 마지막이나마 너에게 무었이든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너를 뭍어줬다. 햇빛이 아주 잘 내리쬐는 나무 밑에 최대한 정성을 다해 뭍어줬다.
    옆에 활짝 핀 매화나무에서 꽃을 약간 꺾어서 작은 언덕이 된 너의 위에 올려놓았다.
    꽃이라도 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5년만에 너에게 준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였다.
    니가 나한테 오지 않았다면 더 좋은 주인을 만날수도 있었겠지.
    이제서야 미안해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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