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D-War는 영화 좀 본다 하는 사람들에게 must-see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핵심은 '논란'이다.
영어로는 buzz, '와글거리는 소리' 되시겠다.
평론가들이 별점 4개나 5개를 이구동성으로 매겨주면 제작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큰일 났다, 내 영화 망하겠네.' (세 개로 깎아줘요, 플리즈~~)
요즘 관객들은 풍부한 논란꺼리 속에서 자기 의견을 갖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외를 막론하고 '버즈'가 일어나는 영화는 외면하지 못한다.
그러니 심형래 감독이여, 사람들이 당신을 '씹어대는' 것에 너무 억울해 마시라.
바로 그들이 당신을 돕고 있으니.
D-War는 잘 만든 영화인가, 못 만든 영화인가?
Etwas의 결론은 '불균질하다' 되시겠다.
평균을 내자면 별 두 개 반에서 세 개 반 사이를 오락가락 하겠지만,
이런 경우 대패로 밀 듯이 평균을 내는 것은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
먼저, 찌그러진 구석부터 따져보기로 한다.
시나리오 작법의 ABC와 어긋난다.
영화의 초반부, 중요한 이야기가 인물들의 대사로 주야장천 풀려나가는데,
요거는 시나리오 교과서에서 '절대 피해야 할 사항'으로 누누히 지적하는 바다.
이야기의 구조(structure)도 뭉툭뭉툭 하다.
예컨대, 1507년 낭자-도령의 이야기를 2007년 새라-이든 커플의 이야기가 소개되는 시퀀스 안에
풀어서 흡수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또한 용이라는 존재에 대한 느낌은 동아시아 관객과 서구 관객이 확연히 다르다.
그럴 때에는 용에 대한 스토리를 조금 풀어줘야 한다.
즉, 문화적 감수성의 차이를 영화 이야기로 번안해내는 교양과 감각이 아직 안 생기셨다는 뜻.
군데군데 세련되지 못한 에피소드들은 따지지 말고 걍 넘어가자.
연출력 면에서도 너무 평이했다.
CG 아닌 실사 장면에서 커트와 화면의 구성력, 즉 미장센이 빈약하고,
어쩐 일인지 조명까지 TV 드라마처럼 평평해서 입체감이나 깊이감이 없다.
새라가 병실에 갇혀서 난리 부르스 칠 때, 새라와 문 밖의 감시인에게 각각 떨어지는 그림자의 황송함이란..
상식 수준이랄까 아마추어적으로 조명 켜고 카메라 돌렸다는 이야기.
감독이 하는 일은, 포 떼고 차 떼고 말하면 미장센인데,
심형래 감독님, 당신은 그런 면에서 솔직히 말해 훌륭한 영화감독은 아직 아니시다.
D-War는 또한 비싼 배우가 돈 값을 하는거구나,
반면교사로 가르쳐준다.
주연배우들에게서조차 작렬하는 어색함..
뭐 꼭 비싼 배우만이 연기 잘하는 것도 아닌데, 캐스팅을 왜 그러셨어여?
이번에는 좋은 점.
조선시대 사극도 많이 봤고 CG로 만들어진 괴수-괴물도 많이 봤지만,
그 두 개가 합해진 건 첨 봤다.
성벽 위에서 천자총통, 지자총통(인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쏘는 조선병사들 앞에 좌악~ 늘어선 괴수군단,
그들이 날리는 불꽃이 기와지붕을 박살내는 비주얼, 신선했다.
<반지의 제왕>이 별건가?
새로움이란 익숙한 것들의 조합-충돌에서 탄생한다.
컴퓨터 그래픽.
ILM이나 픽사, 웨타 스튜디오 만큼은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 풀어내는 데 충분할 만큼은 된다.
고층빌딩 휘감은 이무기 비주얼, 막판에 등장한 용 비주얼, 요런 거는 유니크 했고, 나름 감동 먹었다.
우리 기술진이 다 했느냐, 외국 스탭이 많이 참여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기술이란 내게 필요한 것을 어디서든 끌어다가 충분한 효과를 내면 되는 것이다.
기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이야기 되시겠다.
컨텐츠 전략.
전통적인 소재를 서구/ 할리우드와 접목시켜, 신선하면서도 보편성 있는 아이템으로 만든다..는 것이 D-Waf의 기본 전략이다.
이거, 무조건 말 된다.
심형래식 개그의 흔적도 반가웠다. (괴물 따라 자기도 벽 뚫고 들어가려던 할머니. ㅋㅋ)
시장 전략.
D-War는 할리우드 기준으로 볼 때, 절대 블록버스터 아니다.
A급 시장용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럼 무엇이냐? B급 시장용이라는 것이지.
B급이란 후졌다는 뜻이 아니라, 범주가 틀리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극장 1500개 개봉 안해도 된다.
적당한 숫자의 극장에서 틀다가 DVD로 팔거나 대여 하면 된다.
미국시장의 특징.
극장 수익보다 부가시장 규모가 훨씬 크고, 전체 시장 규모가 우리나라의 40배가 넘는다.
그러니 A든 B든 C든, 자기 자리 잘 골라서 쏙~ 들어가기만 하면 돈 무조건 된다.
B급 장르영화, 아시아 소재 영화 좋아하는 관객들 틀림없이 있다.
D-War 같은 영화의 시장이 확실하다는 이야기.
심형래 감독이 비디오 가게에 <용가리> 비디오 꽂혀 있는 거 보고 감동 먹었다는 거, 거짓말 아니다.
마케팅.
D-War의 후반 홍보전략을 보면
다른 무엇도 아닌 심형래 자신을 내세웠다.
애국심 마케팅이니 뭐니 비판하지만, 마케팅은 일단 관객을 극장 앞에다 끌어다 놓는 것이 최우선이자 유일한 목적이다.
그런 점에서 D-War 팀은 이 영화의 홍보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구사한 게 된다.
덕분에 무릎팍 도사, 상상 플러스, 옛날 TV 등등에서 심형래식 개그 오랫만에 무쟈게 봤다. ^_^
(무한도전은 안 나왔나?)
Etwas, 심형래 감독에게 종합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시나리오 혼자 쓰지 마시라.
기획, 시나리오에 사람과 돈을 적극 투자하시고, 크레딧을 과감하게 양보 내지 나누시라.
지금처럼 각본 감독 심형래(written and directed by).. 한 거, 자랑 아니다.
뛰어난 전략가이자 CEO인 당신,
역할을 집중하시는 게 어떤가.
감독 타이틀보다 프로듀서-제작자 역할이 훨씬 어울려 보인다.
각본-감독-제작 다 하는 거, <영구와 땡칠이> 시절이면 몰라도
'세계 최고'를 꿈꾸는 이 마당에 진짜 타당한지 숙고해보시라.
감독만 빛나는 존재가 아니다. 제작자-프로듀서, 이거 진짜 죽이는 타이틀이다.
영화 끝나고 줄줄이 자기 이야기 붙인 거,
그 심정 이해는 충분히 한다.
그래도 그거 감상 과잉이다.
'세계 최고'는 영화 속에서 오직 영화만 보여줘야 한다.
억울함도, 소명의식도 가라앉을 때, 당신은 진정 세계적인 영화인-비즈니스 맨의 길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D-War를 보고 난 최후 소감.
꿈꾸는 자, 꿈을 실천하는 자,
그들이 사람을 움직이고 세계를 움직인다.
심형래, 그는 꿈을 실천한 사람이다.
그리하여 엄청난 경험과 향후의 잠재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꿈의 결과물이 어떤 수준인지가 그리 중요한가? 민폐 안끼치면 됐지.
그런 의미에서, 비판자들이 아닌 심형래가 이긴 것이다.
You win!
출처 : [공룡양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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