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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서는 춘추시대의 인물입니다.
저는 이 인물을 참 좋아하는데, 보통 유교적 윤리로 포장되는 군-신 관계에서 군이 신을 엿먹였을때 보통 신은 참는 것이 권장됩니다.
그러나 오자서는 그런 틀을 깨고 아버지와 형을 죽인 초나라를 탈탈 털어버리죠.
오자서의 가문은 춘추시대, 초의 명문가였습니다. 오자서의 아버지 오사도 태자의 태부를 맡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초평왕의 실책으로 초는 점점 내분되고 약화되었고, 이 와중 그 당시 강대국이던 진(훗날 진시황이 통일하는 그 나라 맞습니다)과 혼인동맹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일이 꼬인게, 태자의 아내로 올 공주를 보고 초평왕이 반해버린 겁니다.....
이 때 간신 비무기는 초평왕에게 그 공주를 취하라고 제의하고, 공주의 시녀를 공주라 속여 태자에게 보냈죠. 당연히 이 일은 어찌어찌해 소문이 퍼졌고 당연히 비무기는 후환이 두려워진 겁니다.
태자가 왕위에 오른다면 당연히 자기가 죽을 테니까요.
그래서 후환을 없애기 위해 태자를 제거하고, 후환을 없애기 위해 태부인 오사와 그의 두 아들까지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꾸밉니다.
그러나 오사는 이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두 아들에게 태자와 태자의 아들을 모시고 초를 탈출하라고 합니다. 사기에서는 오사를 인질로 잡고 거짓 편지를 보내자 오자서가 그 상황을 눈치채고 형에게 탈출을 도모하나, 형은 이렇게 말합니다.
我知往終不能全父, 然恨父召我以求生而不往, 後不能雪恥, 終爲天下笑耳. 可去矣, 汝能報殺父之讎, 我將歸死.
내가 가더라도 아버지의 목숨을 보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아버지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우리를 부르는데 가지 않으면 한이 될 것이고, (둘 다 가서) 뒷날 치욕을 씻지 못한다면 종국에는 천하의 비웃음을 들을 것이다. 너는 가거라. 너라면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갚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에게 돌아가 함께 죽겠다.
약간 내용이 다릅니다만, 결론적으로 오사와 그의 큰아들은 죽고, 오자서는 도망쳤습니다.
오사는 오자서가 오지 않을 것을 보고 '오자서가 도망갔으니 초나라는 앞으로 큰 환란을 겪을 것이다.'라고 예언했습니다. 딱히 왕을 원망하지도 않은 그였으나 아들의 성격과 능력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죠.
당연히 초평왕은 찜찜했을 겁니다. 오자서는 문무겸비와 불굴의 의지로 소문난 인물. 이미 그와는 건널 수 없는 강을 지난 셈입니다.
병사를 잔뜩 보내서 수색을 하고 막으려 시도했으나 결국 오자서는 전부 죽여버리고 탈출합니다.
그 와중에 한 명을 살려 보내면서 '평왕에게 내가 언젠가 너를 죽이겠다고 전해라!' 라고 할 정도의 담력을 보이면서 말입니다.
간신히 초에서 탈출한 오자서는 초와 진(晉)-진시황의 진나라와는 다른 진입니다- 사이에 있던 정나라로 향합니다. 그러나 정의 정국은 명재상 자산의 사망으로 혼란스러웠고, 태자는 그 혼란을 틈타 정을 지배하려다 살해당해 오나라는 다시 태자의 아들 승만을 데리고 달아나야 했습니다.
그러자 오자서는 동쪽의 신생국가 오로 향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오로 가려면 초의 영토를 횡단해야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어떻게 횡단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여러 가지 일화가 생기는데,
첫 번째로 국경의 수비대장 신포서(오자서의 친구입니다)의 호의로 국경을 통과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이 때 신포서는 어떻게든 오자서의 마음을 돌리려 애쓰나, 그가 의지가 굳건한 것을 보고 오자서가 초를 멸망하려 한다면 나중에 자신이 막을 것이라고 한 후 보내줍니다.
두 번째로 한 늙은 사공이 오자서임을 알면서도 그를 배에 태우고 국경의 강을 넘어선 것입니다. 훗날 오자서는 이 사공의 아들에게 보답을 하게 됩니다.
어찌되었든 오나라에 도착한 오자서는 오나라를 강하게 만들어서 초나라를 친다! 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러나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오의 선대 군주였던 수몽이 현명하기로 유명한 막내에게 물려주기 위해 형제계승으로 제위를 선택해 놓은 것입니다. 효자였던 제번은 제번 이후 그의 동생에게, 그의 동생은 또 그의 동생에게 이런 식으로 물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셋째 동생 이매가 죽었는데도 그 막내는 왕위 승계를 계속해서 사양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문제가 생겼는데, 이매의 아들 요가 왕에 오른 것입니다. 당연히 제번의 아들 공자 광은 억울하겠지요.
오자서는 공자 광을 오왕으로 만드는 것이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생각, 쿠데타를 일으켜 요왕을 죽였습니다.
이제 오자서는 재상 자리에 올랐습니다. 오자서의 명성은 중원에서도 높아 온갖 인재들이 몰려왔습니다.
이때 온 인물 중 하나가 그 유명한 손자입니다. 뭐 나중에 오나라를 말아먹을 백비도 왔습니다만... 백비도 오자서와 비슷하게 간신에게 가족을 살해당하고 온 사람이라서 오자서는 동병상련을 느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백비는 나중에 뒤통수를 치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오자서는 서서히 힘을 키워 결국에 초로 진격합니다.
오자서의 오래 묵힌 분노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3개월도 되지 않아서 수도 앞까지 오군은 진격했고, 난공불락으로 유명한 영(郢)-초의 수도입니다-은 손자의 수공으로 함락됩니다. 왕과 대신 몇명만이 탈출했고, 오자서는 수도를 불태우고 부수고 보이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고 강간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원수중의 원수 초평왕과 비무기는 죽은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오자서의 분이 풀릴 리는 없었고, 오자서는 초평왕의 무덤을 꺼내 시체를 꺼낸 다음 구리채찍으로 후려쳐 시체를 형체조차 찾을 수 없도록 만들어버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굴묘편시(掘墓鞭屍)의 고사입니다. 오자서의 인생 중 가장 후련했을 때가 아니었을까요.
어찌되었든 간에 오자서의 계획은 옛 태자의 아들 승을 초의 왕위로 앉히고, 자신이 재상으로 올라 초를 오의 속국으로 만드는 것이었으나 오왕은 그 의견을 무시하고 시간을 끌다 반격을 허용했습니다. 초는 오에게 막대한 영토를 할양하고 왕손 승에게 공작 작위를 내리는 것으로 화의를 맺게 됩니다. 다만 승은 나중 반역을 일으키다 처형당합니다만...
여기까지 오자서의 전성기였다면 이제부터는 오자서의 몰락기입니다.
오자서의 절대적인 아군이었던 오왕은 오의 옆에 붙어있는 월이 성장하자 위협을 느끼고 월을 치다 계략에 넘어가 사망합니다.
그의 아들 부차는 아버지의 원한을 갚기 위해 오자서와 함께 힘을 합했고, 월은 완전히 몰락해 부차 앞에 월왕 구천이 엎드려 빌게 됩니다.
오자서는 지금 월을 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부차는 그 조언을 듣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오자서의 시대는 거의 끝이라고 보면 됩니다.
잡혀온 구천은 정말 부차에게 온갖 아부를 떱니다. 그 중 부차의 똥을 맛보고 병세가 호전될 것임을 예언한 일화도 있으니 할 말이 없죠. 결국 부차는 구천에게 감동해 구천을 월로 보내는데, 구천은 당연히 오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 이를 갈게 됩니다. 여기서 구천은 패배의 굴욕을 되새기고자 곰쓸개를 핥고 거친 나무 위에서 잠을 잤는데, 이를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월의 재상 범려도 그 능력이 대단한 사람이어서 부차와 오자서 사이를 이간시키는데 성공합니다.
교만해진 부차는 중원의 제후들을 소집해 패자에 오르겠다는 야망을 품었는데 이를 오자서가 반대하자 차도살인을 시도합니다.
오자서를 협박장을 들려 제나라로 보낸 것이지요. 이에 오자서는 오의 멸망을 어렴풋이 느낀 것인지, 자신의 아들을 제의 유력자인 포씨에게 맡깁니다.
그러나 제나라는 그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제는 부차의 수작을 눈치채고 오자서를 대접해 돌려보냅니다. 결국 부차는 오자서에게 명검 촉루(屬鏤)를 내려 자결을 명합니다.
그러나 오자서는 당당하게 '내가 죽으면 무덤에다 가래나무를 심어 그 나무로 부차의 관짝을 짜도록 하고 내 눈을 뽑아 동쪽 성문에 걸어두면 월이 오를 멸망시키는 것을 지켜보겠다' 는 유언을 남기고 자결하게 되는데, 물론 이런 유언을 들은 부차는 무덤도 필요없다고 욕하며 시체를 가죽부대에 넣어서 강물에 던집니다.
오자서 사후 몇 년도 되지 않아 월은 오를 공격합니다. 오는 한참 중원에서 패자로 공인받기 위해 회의를 소집하고 있었는데 이 때 월이 오의 수도를 공격해버린겁니다. 부차는 어떻게든 강화를 시도했으나 구천은 거부했고, 부차는 오자서를 볼 낯이 없다고 탄식하며 얼굴을 천으로 가리고 자결합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왕이 자신의 가족을 죽이자, 다른 나라로 망명해 그 나라를 키워서 군대를 이끌고 돌아와 왕의 나라를 불태워버리고 왕의 시체를 꺼내 갈아버린 남자, 가 되겠습니다.
사마천은 사기 <오자서전>에서 그를 '소의(小義)를 버리고 큰 치욕을 갚아 명성이 후세에 전해졌으며, 모든 고초를 참고 견디며 공명을 이룬 강인한 대장부'라고 평가하였다. 저는 그 평가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왕이 폭정을 펼칠 때, 그 앞에서 죽음으로써 간언을 하는 자보다 이렇게 수모를 겪으면서도 견뎌내어 결국 뜻을 이루는 자가 진정 대장부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p.s
1. 오자서의 친구 신포서-국경을 통과할때 그를 보내준-는 오자서가 한참 초나라를 휩쓸때 진나라로 가 피눈물을 흘리며 원군을 요청합니다. 진의 왕은 그에 감동해 초나라로 원군을 보내게 됩니다.
2. 오자서는 정을 칠때 늙은 사공의 아들이 나와 침략하지 말아달라고 빌자 그 부탁을 들어줍니다. 그 아들은 어대부로 봉해집니다.
3. 오를 멸망시킨 일등공신 월의 재상 범려는 월왕 구천이 승리 후 공신들을 숙청하자 재상직을 버리고 물러납니다. 오자서의 최후(가죽부대안에 담긴 시체)를 떠올린 그는 치이자피(鴟夷子皮)로 개명합니다.
4. 백비 이야기를 까먹었군요. 오자서는 백비를 중히 썼으나 백비는 월에 매수당해 오자서를 엿먹입니다. 훗날 월이 오를 점령하자 구천은 오자서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목으로 백비를 죽여버리죠. 으이구 멍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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