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일 됐나요? 권고사직을 통보 받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이곳 저곳이 힘들고 제가 있는 회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사는 2년 전부터 이 사업 저 사업에 뛰어 들며 몸집을 불렸고 자연스럽게 직원도 많아졌습니다. 

거의 100명은 불어난 것 같습니다. 감당이 안 되는 숫자였죠. 

그리고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때다 싶어 권고사직을 통보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하루 비어진 책상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사업은 접기 싫어 부서를 줄일 순 없고, 

결국 직원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요즘 흔하다는 무급 휴가 통보도 건너 뛰고 바로 권고사직을 남발했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사정이 나아지면 부르겠다며 무급 휴가를 제의했다는데 감축이 목표인 회사는 권고사직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연봉이 높은 임원급이 나가기 마련입니다. 아시아나도 임원들 전원 사표수리를 했다고 하죠.

하지만 저희 회사 임원들은 결의를 했습니다. '나 한명 받는 연봉을 줄여? 그러면 말단 3~4명 내보내면 되잖아!'

각 부서 임원들은 경쟁이 붙은듯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제 차례까지 왔습니다.

팀장은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저에게 권고사직 통보가 내려왔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저것 물은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미안하다 뿐이었습니다. 방법이 없다는거죠. 

통보를 받은지 몇일이 지났는데 그래도 버텨보지 않을래.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더 가져보지 않을래라고 물어왔습니다.

힘드시겠죠. 벌써 네다섯명한테 권고사직 통보를 하셨을테니, 그것도 윗 임원이 네가 통보해라고 한 전달을...

조금만 시간을 갖고 며칠 쉬면서 더 생각해보자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쉬는게 될까 모르겠네요.

어차피 답은 정해져있는데 1%도 안 되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버틴다는게...더 피폐해질 뿐인 것 같습니다.

괜찮으니 무리하지 마세요. 애쓰지 마세요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말에 또 고개 숙이시며 정말 미안해라고 답하셨습니다.

그래도 좋은 팀장님을 만난 것 같습니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습니다. 나갈 대상이 될만한 이유가 있으니 선정을 했겠죠. 제가 일을 정말 잘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권고사직 대상에서 제외돼 살아남으신 분들처럼요..

답답해서 끄적여봤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글이 길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들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