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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17786
    작성자 : TT
    추천 : 13
    조회수 : 3852
    IP : 211.33.***.118
    댓글 : 90개
    등록시간 : 2016/12/12 04:26:02
    http://todayhumor.com/?love_17786 모바일
    바람 폈던 전 여친과의 조우
    같은 과 씨씨로 2년 가까이 사겼던 여자친구가 갑자기 헤어지자 통보하고 다음 날 웬 남자와 허리를 감싸고 걸어가는 걸 보고서,

    모든 걸 다 쏟아부었기에 너무나 사랑했기에 영원할 줄만 알았던 절대 이 사람만은 그럴 수 없다며 믿어왔던 내 마음이 짓밟히고 유린당한지 벌써 반년.

    아무리 안 보려고 해도 둘 중 누가 휴학 하지 않는 이상 한 공간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순간들.

    트라우마가 되서 같은 과 사람만 봐도 사지가 떨려서 주체할 수 없었던 날들.

    땅만 쳐다 보고 다니고, 수업 땐 항상 맨 앞자리 아무리 안 보게 제일 일찍 가서 앉았다가 제일 늦게 나오던 날들.

    시간이 약이라고 그래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고 마주쳐도 그날 하루 기분 나쁘고 말 정도로 좋아졌지만..

    시험기간 친구와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친구가 자기 있는 곳으로 오지 말라고 합니다.

    딱 봐도 그 인간들이 있겠다 싶었는데 더 이상은 피하기 싫고, 나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미안한 감정이라도 느끼는지 보고 싶어서 갔어요.

    6인용 책상에 나란히 앉아서 바람핀 남자 친구까지 총 셋이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옆 책상이 바로 제 친구가 앉은 자리였는데 제가 자리에 앉으니 그 둘이 저를 슥 보더니 할일을 계속 했습니다.

    순간 그걸 보고 너무 화가 났어요. 일말의 불편한 기색도 없이 당당한 얼굴로 자기들 할 일을 계속 하는 거에요.

    언제까지 하나 싶어서 10분 정도 그렇게 쳐다보고 있었어요.

    눈 하나 깜박 안 하고 자기들 할 일을 계속 합니다.

    벌써 사지가 달달 떨려서 제 스스로 제어가 안 됐어요. 그 순간을 목격했던 그 때의 그 감정, 그 반응 그대로. 너무 무서웠어요.
    하지만 극복하고 싶었어요. 이들이 저한테 미안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눈치 보면서 사라져주기를.

    마음 먹고 비어있던 그 인간들 바로 맞은 편 자리에 가 앉았어요.

    그리고 그 셋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 봤어요. 고개 한번 안 들고 지들 공부를 계속 해요.

    그 친구라는 인간은 저한테 자기 친구는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오히려 저한테 헛소문 퍼트리고 다니고 찾으러 다니는거 그만하고 사과하고 수습하라면서 자기 전 여친도 바람 났었는데 제 마음을 잘 안다면서 그 바람 핀 남자랑 제가 만나서 얘기할 때 옆에 있던 인간입니다.

    끝까지 자기들은 아무 사이 아니라고, 전 여친은 자기는 끝까지 피해자인 척 그러고서 지금은 동거 중이죠.

    그렇게 한 십분이 흘렀나.

    남자가 갑자기 하던 걸 내려놓더니 저를 슥 쳐다봅니다.

    눈 하나 안 깜박이고 당당한 얼굴로, 전 여친이 바람 피는 걸 목격했을 때 마주했던 전 여친의 얼굴로..

    그 당당함에 어이가 없어서 웃었는데 그 남자도 따라 웃습니다.

    그러더니 손으로 꽃받침을 하더니 턱을 괴더니 저를 웃으면서 쳐다봅니다.

    너무나 분명한 의사였죠. 자기는 아무렇지 않다. 니가 이러는 거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저를 엿먹이려는.

    저는 반응하지 않았어요. 웃으면서 하던거 계속 하세요라고 말하니

    고개를 가로젓더니 계속 그러고 쳐다봅니다.

    그러더니 옆에 친구라는 인간이 종이에 뭘 써서 저에게 보여줍니다.

    그러고 쳐다보는데 어떻게 집중을 합니까라고..

    그 친구라는 인간 면상을 쳐다보니 입을 삐죽 하면서 양손바닥을 들어보이는 제스쳐를 합니다.

    참 끼리끼리 노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여친은 고개 한번 안 들고 표정 한번 안 바꾸고 그러고 짐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사라집니다.

    자기가 무슨 짓을 했던 지는 아는지.

    사지가 미친듯이 떨렸어요. 더 있다간 그 목격 당시 제가 느꼈던 그 살인충동 마저 올 것 같아서 다리를 질질 끌면서 거기를 나왔어요.


    시간이 그래도 꽤 지났는데도 너는 아직 찌질하게 왜 그러냐고 누가 그럽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에서야 확실해졌습니다.

    복수 해야겠다는 것을요. 물론 정신적인 복수입니다. 여자관계 더러운 그 남자에게 제가 당한 것처럼 똑같이 배신 당하길 빌어요. 그리고 제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았을 때 저는 자기가 만날 수 없는 위치의 사람으로 성공하고 제 옆에는 자기는 비교도 못할 좋은 사람이 있기를 빌어요. 

    그 때 비로소 전 여친에게 웃으면서 한 마디 해주고 싶네요.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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