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쇼바를 튕겨보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어디갔다 왔냐구 말하는 거 같더니 영수증을 내밀었다. 5,900투그릭(5,000원 정도)
바로 돈을 건네니 금방 좋다고 헤헤 댄다. 재밌는 놈일세..
우선 숙소를 찾아 가야 했다. 인터넷으로 본 울란바트로에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UB게스트하우스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차역 건물 바로 중앙에 인포메이션 데스크가 있어 위치를 물어 보니 잘 모르겠다고 한다. 전화번호를 보여주니 전화를 걸어 나에게 바꿔줬다.
헬로? 나 거기서 자고 싶어요. 베드있어요?
아니요. 베드가 풀이에요.
그럼 언제 내가 거기서 잘 수 있어요?
지금은 알수가 없어요.
사장님 있어요?
없어요.
전화 끊고 잠깐 멘붕이 왔다. 나는 당연히 오늘 UB게스트하우스 가서 잘거라고 생각했고 한국인 사장님 만나면 저녁이라도 같이 먹으면서
여행 정보도 좀 얻고 몽골에 대한 이야기 좀 듣고하는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생각을 했었는데 언제 베드가 날지도 알수가 없다니 막막해 졌다.
우선 이른 시간이니 시내를 돌아 보면서 울란바트로가 어떤 곳인지 분위기도 느껴보고 다른 숙소도 알아 보기로 했다.
그런데 울란바트로가 원래 차가 많은 건지 교통이 혼잡한건지 기차역 바로 앞 도로부터 엄청 정체되고 있었다.
도로로 가다가 인도로 가다가 하는데 인도가 우리나라나 중국과는 달리 자전거로 다니기 불편하게 되어 있었다. 덜컹덜컹..
역시 몽골의 수도 답게 사람들 옷차림도 준수해 보이고 멋내고 다니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전기로 가는 버스도 보이고..
한국과 일본차들이 많이 보여서 중고차 수입을 많이 하는것을 느낄 수 있었고 한글이 새겨진 그대로 돌아다니는 차들도 많이 있었다.
많이 낡고 매연을 뿜으며 다니는 중고차들과 대조적으로 허머(험비), 랜드로바 같은 삐까뻔적한 외제차도 많이 보여서
여기도 빈부격차가 많이 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호텔이라고 씌여진, 우리나라 모텔 정도의 숙소를 몇 군데 다니며 가격을 물어 보니 시내에서 좀 떨어진 외곽은 싼곳이 20,000투그릭(17,000원 정도),
시내에서도 공동화장실을 쓰는 싼곳이 25,000투그릭(20,000원 정도) 이었다. 좀 깔끔은 곳은 45,000~50,000투그릭.
울란바트로 물가가 이렇게 비싼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차들로 복잡하고 도로는 깨진곳이 많아 좋지 않은데 흙먼지도 많이 날리고 햇볕은 뜨겁지 않고 따갑워 힘들게 헤메며 돌아 다니다가
배가 고파 밥을 먹으러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언제나 현지 음식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에 식당 안 벽에 음식 사진들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가 가장 만만해 보이는 것으로 주문했다. 4,200투그릭(3,500원 정도)
냄새 많이 나지 않을까 걱정 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전체적으로 싱거운 편이었지만 고기도 덩어리 덩어리 크면서도 부드럽고
고기 들어간 감자국인지 스프인지도 맛있었다. 저 컵에 든 것은 나중에 알았는데 수테차였다. 맛은 단맛을 뺀 아침햇살 맛..
어디를 숙소로 잡아야 하나 마음을 잡지 못하고 시내를 더 헤메고 돌아다니다가 시내 중심에서 좀 떨어진 동네에 작은 동산이 보여서
자전거를 울타리에 묶어두고 올라가 보았다.
어떤 여행자가 여행 다니면서 기회가 되면 높은 건물이나 가까운 산에 올라가 주변 경치를 보면 좋은 경험이 될꺼라고 했었는데
나도 어느정도 동감하고 있던 터였다.
올라가다 보니 사진의 재미 있게 생긴 식물이 많이 보였다.
동산에 올라서니 멀리 높은 빌딩이 모여 있는 울란바트로 시내의 중심이 보이고 그 주변을 빨강, 파랑, 초록 지붕을 한 집들이 넓게 둘러 싸고 있었다.
도심 넘어 멀리 보이는 민둥산에는 몽골에서 짱구가 인기가 있는지 짱구 아빠 얼굴을 크게 그려 놓은게 있었다.(물론 아님)
시내 외곽으로는 높지도 않은 엄청나게 많은 집들이 밀집되어 멀리까지 퍼져 있었는데 여행자인 내가 보기에 일종의 장관이었다.
줌으로 땡겨서 찍어본 주택들 사진. 중간 중간 게르들도 많이 보였다.
많은 주택들을 배경으로 사진 찍었는데.. 이런 역광..
돌아 다니다가 결국 시내 외곽에 가장 저렴하고 깔끔해 보이는 문 호텔로 숙소를 정했다. 이 곳에서 이틀정도 묵으면서 울란바트로 구경도하고
앞으로 일정을 계획하기 위해 미리 이틀치 숙박비를 계산했다. 40,000투그릭(33,000원 정도).
아줌마한테 이틀 묵을테니 깍아 달라고 했는데 웃으면서 안깍아 줬다.
객실은 중국 여행 다닐때 묵었던 중간 정도짜리 숙소하고 비슷했다. 그런데 텔레비젼은 있는데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인터넷이라도 되어야 여행 정보를 검색해 보고 뭐를 좀 해볼텐데 갑갑한 마음이었다.
어쨋든 몽골 들어와서 며칠만에 시원하게 샤워하고 들어올 때 사온 맥주하고 몽골 보드카를 마셔봤다.
고비 사막 건너올 때 버려진 보드카 병을 엄청 많이 봤는데 나중에 한번 먹어 봐야지 생각하고 있다가 마트에 많이 있길래 산거였다.
큰거는 15,000투그릭에서 20,000투그릭 정도로 생각보다 비싸서 뭐 혼자 코가 삐뚤어 지게 먹을 것도 아니고 맛만 볼려고
1,500투그릭짜리 작은걸로 샀다. 보드카는 처음 마셔보는데 맛은 쏘주처럼 먹자 마자 확 쓴맛이 아니고 마시면 처음에 어? 하는 뭉근하지만
강한 쓴맛이었다. 맛난 안주도 없고 계속 땡기지는 않아 3분의 1정도만 먹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