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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tion_177462
    작성자 : 시노부=사랑
    추천 : 11
    조회수 : 2344
    IP : 175.202.***.241
    댓글 : 31개
    등록시간 : 2014/01/21 21:50:51
    http://todayhumor.com/?animation_177462 모바일
    "자막이 더 좋다고요?"…성우, 그리고 더빙 현실

    [Dispatch=서보현·김효은기자]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지난 14일. 서울 상암동 KBS 미디어센터를 찾은 성우들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4층에 있는 녹음실 3곳이 풀가동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셜록3', 명화극장, '인간극장' 등에 필요한 더빙이 진행 중이었다.

     

    이렇게 더빙 현장이 북적인 것은 꽤 오래간만의 일이라고 했다. 해마다 성우 지망생은 늘어가고 있지만 공채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힘겹게 성우가 된다 해도 일자리는 많지 않다. 이미 방송 내레이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 마이크는 스타들 차지가 됐다.

     

    '셜록3' 더빙 현장에서 국가대표 성우 4명을 만났다. 정미숙, 강수진, 박영재, 장민혁 등이다. 이들에게 성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4명의 성우들은 과거를 그리워했고, 현재를 안타까워했으며, 새로운 미래를 꿈꿨다.

     


     

    ◆ 더빙계는'셜록' 돌풍=더빙 시장이 위축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데 최근 희망의 씨앗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셜록' 시리즈가 그 중심에 있다. 완성도를 인정받으며 호평을 듣고 있다. 레전드급 더빙 방송이라는 시청평도 적지 않다.

     

    정미숙 : 안녕~ 셜록, 존, 짐. 그런데 오늘 이게 웬일이야. 밖에 팬들이 다 왔던데?

     

    장민혁 : 오늘 참관 이벤트 있는 날이에요. '셜록' 마니아면서 우리들 팬이래요.

     

    박영재 :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굉장히 의아할거야. '성우한테 팬이 있어?"하고 말야.

     

    장민혁 : 그러게요. 알고보면 성우들도 어느 정도 팬이 형성돼 있는데 말이에요. 더빙 자체를 좋아하는 분들도 참 많은 것 같더라고요.

     

    박영재 : 그런거보면 참 신기해. 성우는 목소리로만 출연하니까 길에서 알아볼 수가 없잖아. 그런데 오늘 10대팬이 날 알아보더라니까? 이렇게 현장에 와서 사인해달라고 하고 사진 찍어달라고 하면 감사할 수 밖에 없지. 아무래도 피드백을 잘 받지 못하는 직업인데 큰 힘이 돼.

     

    장민혁 : '셜록'은 제 성우 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작품이에요. '성우 장민혁입니다'하면 아무  반응없다가도 '대표작은 '셜록'입니다. 셜록 역을 맡았습니다'하면 반응이 달라지더라고요. 이런 반응을 보면 확실히 '셜록'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기분이 좋죠.

     

    정미숙 : 그만큼 '셜록'이 대단하다는 얘기겠지? 사실 난 이번 시즌부터 합류했는데 전에는 이렇게 대단한 드라마인지 몰랐어. 내가 '셜록'에 들어간다니까 중학생 딸이 '꺅'하고 소리를 지르더라고. 왜 그러나 싶어 전 시즌을 모니터링 했는데 역시 빠져들만 하더라. 아주 세련됐어.

     

     

    ◆ 명품 더빙 요소=명품 더빙의 필수 요소는 첫째도, 둘째도, 연기력이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분석, 그에 맞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성우가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했을 때 명품 더빙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장민혁 : 안그래도 이번 시즌에 선배님이 메리 역을 맡으셔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무조건 환영했죠. 경력이 많으시다 보니까 저희를 다 끌어주시고 받아 주시잖아요. 아직 제가 부족해서인지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불안하더라고요.

     

    박영재 : 그러고 보니 '셜록'에 처음 캐스팅됐을 때가 생각나네요. 민혁이와 저는 오디션을 통해 출연하게 됐어요. 그때가 지난 2009년이었으니까 프리랜서로 활동한지 얼마 안됐을 때였어요. 짜릿했죠.

     

    정미숙 : 그럼 준비 많이 했겠다. 나는 작품 들어갈 때마다 분석을 하는 편이거든. 1화 대본에 '메리는 따뜻하고 쾌활한 인물'이라고 적혀있더라고. 한데 내 목소리가 동글동글하게 맺히는 소리라서 그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어. 편안하고 평범한 느낌을 주려고 했지.

     

    강수진 : 맞아. 정 선배같이 성우는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야해. 천의 목소리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10가지 목소리는 가져야하지. 일반 배우들이 외모를 바꾸며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하듯 성우한테는 목소리가 외모와 같은거니까.

     

    장민혁 : 맞아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장면과 대사가 그려질 때까지 대본을 보고 또 봤죠. 저는 셜록과 한 몸이 되려고 했어요. 셜록이 숨을 들이마실 때 같이 들이마셨고, 코가 막혔을 때는 코에 휴지를 넣고 말하기도 했어요. 호흡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박영재 : 강 선배님 말처럼 성우는 캐릭터에 온전히 동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존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했어요. 셜록에 비해 자유롭고 편안한 캐릭터죠. 그래서 최대한 힘을 빼고 연기했어요. 존 캐릭터에 맞는 애드리브도 즉석에서 만들기도 했고요.

     

    장민혁 : 맞아 맞아. 이번 시즌에도 애드리브 폭발했지?

     

    박영재 : 1화에서 존이 셜록에게 화가 나 쳐다보지 않는 신이 있어. 그때 대사는 원래 '죽여버리겠어'였는데 혼잣말이다 보니 '죽여버려야돼, 진짜'가 더 잘어울리겠더라고. 그랬더니 '존 왓슨이 사실은 풍양 조씨다', '영국인이 한국말 한다' 등의 댓글이 달리더라. 하하.

     

     

    ◆ 원어 vs 더빙, 선택은?=분명 '셜록'은 화제작이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수작이라는 평을 들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더빙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더빙이 작품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민혁 : 선배님들, 얼마 전에 '셜록'이 이슈였던거 아시죠? 어떤 사람이 요즘 누가 더빙을 보느냐고 했던 모양이에요.

     

    박영재 : 원작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해. 그런데 원작과 더빙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게 맞는걸까? 더빙 방송은 제 2의 콘텐츠야. 원작에는 A라는 재미가 있다면, 더빙에는 B라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시청자분들이 이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

     

    장민혁 : 그러게요. 더빙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시청자분들이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어요.

     

    강수진 : 다들 왜 더빙에서 자막으로 이동했는지 알고 있어?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더빙이 우세했어. 그러다 갑자기 자막으로 바뀌게 됐지. 그때가 IMF때야.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자막을 입히기 시작했고, 어느새 일반화가 된거야.

     

    정미숙 : 방송사 입장에서는 수익적인 면에서는 더빙을 안하는게 훨씬 이득인거지.

     

    강수진 : 그런데 방송국은 수익성만 따져서는 안되잖아요. 시청자들에게 원어와 더빙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해요. 지금 '셜록3'처럼 말이죠. 다중언어 기능으로 자막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자막판을, 더빙을 보고 싶은 사람은 더빙판을 볼 수 있게끔요.

     

    박영재 : 그래서 외화 더빙이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움직임이 생겼으면 해요. 지금 방송 중인 외화는 '닥터후 뿐인데, 그 외 다른 외화 시리즈들이 꾸준히 방영됐으면 해요.

     

    강수진 : 사실 더빙은 꽤나 의미있는 작업이야. 요즘 국어 파괴가 심하잖아. 하지만 더빙에서는 온전한 국어를 사용하지. 우리 언어 보호를 위해서라도 더빙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법제화를 해서라도 유지했으면 좋겠어.

     

    장민혁 : 성우들도 게을러지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시청자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방송 제작하는 분들도 좋은 작품 많이 가져와서 많이 편성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셜록'도 일요일 심야시간이라 아쉬웠거든요.

     


     

    ◆ 성우들의 과제=분명 성우들의 입지는 좁아졌다. TV 외화를 편성한 방송국은 KBS 뿐이다. 그것도 일요일 심야시간이다. 라디오 드라마는 관심 밖으로 밀린지 오래고,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은 연예인들 위주로 움직이고 있다. 성우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미숙 : 자막 방송이 일반화되면서 확실히 입지도 좁아졌지?

     

    강수진 : 예전과 비교하면 굉장히 안좋아졌죠. 성우의 주 무대였던 라디오 드라마, 외화 더빙 등이 묻히는 추세잖아요. 애니메이션, 게임, 광고 등은 탤런트와 가수같은 연예인들이 많이 하고 있고요.

     

    정미숙 : 맞아. 나만 해도 정말 만화를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지. 이런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강수진 : 꼭 전문 성우만 내레이션을 해야한다고는 생각 안해요. 배우도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직업이니까. 다만, 내레이션을 한다면 스타성 외에도 좀 더 전문적인 기능을 갖췄으면 좋겠어요. 캐릭터랑 목소리는 맞아야 하니까.

     

    장민혁 : 선배님들은 성우 전성기를 지나오셨잖아요. 그때랑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강수진 : 가끔 상대적 박탁감이 느껴지긴 해. 성우가 하는 것보다 더빙의 질은 떨어지는데 가치가 높다고 하니까. 하지만 그게 티켓 파워로 이어질까? 잘 모르겠어.

     

    박영재 : 반대로 감탄했던 경우는 없으세요?

     

    강수진 :전에 애니메이션 '업'을 봤어. 거기에 이순재 선생님이 더빙을 하셨는데 감탄했어. 목소리와 극중 캐릭터가 잘 맞고 내공이 느껴지더라고. 이런 경우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지.

     

    정미숙 : 성우도 달라져야 해. 내가 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성우가 광고하면 선배들이 무시했어. 어디 상업성우가 예술성우 있는데 오느냐고 말야. 그런데 이제는 성우가 한 분야가 아니라 만능이 돼야한다고 생각해.

     

    박영재 : 네, 성우들도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활동 영역을 좀 넓히고 있어요. tvN '푸른거탑'에서 중대장 역으로 출연 중이거든요. 1회 출연이었는데 고정이 됐죠. 요즘보면 저처럼 예능, 광고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려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정미숙 : 대찬성이야. 이제 성우들이 새로운 분야와 시장을 찾았으면 좋겠어. 우리 후배들은 단순하게 눈 앞에 있는 것만 받아들이지 말고 멀리 보고 예측했으면 하고. 너희들의 미래를 적극 응원할게.

     

    <사진=서이준기자>



    2차출처


    1차출처

    시노부=사랑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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