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차...
연애 때부처 종종 뵙던 어머님은, 옛날 마인드시지만 좋은 분이셨어요. 저를 예뻐해주시기도 하시고 막 부려먹지도 않으셨고요.
가끔 옛날 사람다운 소리를 하셔서 쎄하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분이니 그 정도는 가볍게 넘기자는 생각으로 잘 지내왔어요.
그러다 이번 추석에는 너무 서운한 소리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2주가 지났는데도 계속 생각이 나요.
많은 서운한 말씀을 하셨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생각나는 단어는 '출가외인'.
저 태어나서 마주보고 앉은 사람 입에서 직접 출가외인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걸 들은 건 처음이었어요. 여자는 출가외인이라 결혼했으면 그래도 시댁이 최우선이라고 직접적으로 말씀하셨어요. 옆에 있던 남편이 되려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디있냐고 어이 없어 해주었고요.
저는 집에서 공주대접 받고 자라진 않았지만, 그래도 사랑은 받으면서 자란 막내딸이에요. 오빠가 있지만, 부모님은 차별 없이 똑같이 사랑해주셨고 딸이라고 더 못 받고 자란 거 없고, 늘 아들딸은 똑같은 거라 하셨어요. 저는 제가 며느리라서 시댁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고, 시댁은 남편의 가족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킬 뿐 저에게 최우선은 친정이라고 생각해요.
출가외인이라는 단어가 추는 충격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어요. 나를 사랑해주시고 나를 이렇게 키워주신 건 우리 부모님인데, 내가 결혼했다는 이유로 시댁이 우선이 된다?... 정말로 그런 거라면 저는 결혼을 안 했을 거예요.
근데 어머님도 말씀은 매번 저렇게 하시지만 정작 시집살이는 안 시키세요. 또 절 위해 선물도 주시곤 하세요. 그래서 저는 어머님 미워하지도 않고 서운한 말씀 하시면 그냥 조근조근 제 생각만 말씀드리곤 합니다. 나쁜 분은 아니니까 그냥 적당히 한 귀로 듣고 흘리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번에는 너무 마음이 아파요. 너무 서운하고 아파서 저도 모르게 남편이랑 술 먹다가 오열했어요.
남편도 시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옆에서 계속 들었어서 그런지 토닥토닥 해주더라고요. 그래도 남편 어머니인데 괜히 말했나 싶다가도 계속 이렇게 생각나는 거 보면 말하는 게 맞았다 싶기도 하고요.
사실 작년에 부모님께서 돌아가셨는데,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픈 것 같아요. 부모님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지듯 아파오는데 출가외인 소리 들으며 친정보다 시댁이 우선이다 소리 들으니 하늘에 계신 우리 부모님이 너무 서운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돌아가신 부모님이지만 앞으로도 저는 저희 부모님을 세상에서 최우선으로 생각할 거예요.
제가 결혼을 일찍한 편이라 오빠는 아직 미혼이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오빠가 결혼하면 새언니한테는 친정이 우선인 거라고 말해줄 거고, 어머님은 오빠가 결혼하면 며느리인 새언니가 제사상을 차리는 거라고 하셨지만 제사도 당연히 자식인 저랑 오빠가 주된 일을 할 거예요.
출가외인 소리에 가슴 아팠지만, 절대 저는 그렇게 살지도 않을 거고 남에게도 그런 강요를 하지 않을 거예요.
에고... 그래도 가슴에 가시가 박힌 마냥 답답하고 아픈 건 어찌해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저런 말씀을 하실 때마다 남편이 나서서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딨냐고 정색해주는데, 어머님은 옛날 마인드시라 변하시진 않을 것 같아요. 딸도 없으셔서 딸 가진 부모 마음도 이해 못 하실 거예요. 그런데 어머님이 시집살이를 호되게 당하셨어서 그런지 저한테는 그렇게 나쁘게 안 하세요. 악의가 있거나 저를 미워해서 저러시는 게 아니고 평소엔 되려 챙겨주시면서 말씀은 매번 저리 하시니, 서운하고 아프지만 미워할 수도 없고 참 혼란스럽네요.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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