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포켓몬스터 선/문 발매 소식에, 뒤늦게 3DS XL을 중고로 사왔습니다.
소프트는 포켓몬스터 X.
이제 룰루랄라 신나게 스토리를 깨고 7세대만 기다리면 되겠군요!
그런데 스타팅 포켓몬을 잡고 열심히 풀숲을 돌아다녀도 제가 좋아하는 꼬렛이 나오질 않습니다.
구구는 왕창 나오는데 왜 꼬렛은 없는거야!
포켓몬 위키를 뒤져봅시다.
...???
6세대에서는 꼬렛을 못 잡는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ㅠㅠ
화가 나서 열심히 미라클 교환을 해봅니다.
근데 개무소만 와서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안되겠다 꼬렛을 공수해와야지!
그런데 무슨 수로?
문득 눈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GBA 클론 기기, Revo K101 입니다.
GBA 카트리지가 그대로 돌아갈 뿐 아니라, 백라이트 기본 탑재에 교환까지 가능한 명기죠.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걸 보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럼 꼬렛을 3세대에서 데려오면 되잖아?
가볍게 설명하자면, 포켓몬스터는 발매된 하드웨어를 기준으로 세대가 나뉩니다.
1세대는 게임보이, 2세대는 게임보이 컬러, 3세대는 게임보이 어드밴스, 4세대와 5세대는 닌텐도 DS, 6세대와 7세대는 닌텐도 3DS 순이죠.
이 중 3세대부터는 아직까지 포켓몬을 옮겨올 수가 있는 겁니다.
1세대와 2세대는 완전히 단절되어 버렸지만요.
마침 저한테는 3세대 포켓몬스터 팩이 죄다 있던 터였습니다.
포켓몬스터 핀볼 루비/사파이어가 없긴 하지만요 흑흑.
아무튼 그래서 꼬렛을 3세대에서 6세대로 데려오는 과감하고 정신 나간 계획을 진행하게 되었죠.
우선 사용할 소프트는 3세대 리프그린. 태초마을에서 나가면 바로 꼬렛이 나올테니 가장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간만에 보는 제 포켓몬들. 얘네를 데리고 어떻게 그린을 잡았지...?
태초마을에 도착해서 잠깐 풀숲을 뒤지니 꼬렛이 나옵니다.
넌 이제 미래로 가게될 것이다!
기왕 잡는 거 울트라볼로 잡아줍시다.
꼬렛 넌 내꺼야!
자, 이제 포획이 끝났으니 이 녀석을 4세대로 옮겨야겠죠?
근데 저는 4세대와 5세대 카트리지가 없었습니다 흑흑.
급히 중고나라를 뒤져서 직거래를 성사시킵니다.
청담동까지 찾아가 직거래를 하고 왔습니다.
축구공을 든 중학생 친구더군요 후후...
이런 아저씨가 사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겠지 흑흑...
아무튼 이제 준비가 끝났습니다!
닌텐도 DS를 준비해보죠.
슬롯 1에 펄기아를, 슬롯 2에 리프그린을 각각 꽂아줍니다.
그러면 이렇게 못 보던 메뉴가 뜹니다.
GBA에서 데리고 온다!
데려오겠다고 하면 6마리를 고르게 합니다. 열심히 잡아둔 새들과 꼬렛을 데려오도록 합시다.
그 다음에는 팔파크라는 곳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이곳이 바로 3세대 포켓몬을 4세대로 데려올 수 있는 관문과도 같은 곳이죠.
내부는 사파리존처럼 꾸며져 있는데, 이곳의 풀숲을 돌아다니다 보면 옮겨온 포켓몬들이 출몰합니다.
그 때 볼을 던져 포획하면 완전히 4세대로 이동되는거죠.
참고로 포획률은 100% 입니다.
꼬렛이 나왔습니다 후후.
여기서 볼을 딱 던지면!
이미 한번 잡았던 내 포켓몬이기 때문에, 돌아오라는 말과 함께 바로 잡힙니다.
3세대가 한국에 정식 발매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름은 일본어로 고정됩니다.
별명을 지어주지 않아도 저 이름이 별명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나중에 바꿀 수도 없습니다 흑흑.
아무튼 이제 4세대로 꼬렛을 옮겨왔으니 컴퓨터를 켜서 박스를 확인해봐야겠군요!
...?
????
??????
아, 여기 있군요 꼬렛.
도대체 원래 주인이었던 중학생 친구가 뭐하던 사람인가 궁금해지지만...
그 의문이 풀릴 날은 없겠죠.
이제 4세대에서 5세대로 넘어갈 차례입니다.
3DS에서는 하위 호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포켓몬스터 블랙은 3DS에 넣고 돌려보도록 하죠.
우선 블랙시티 내지는 화이트 포레스트에서 왼쪽으로 가면 나오는 시프트 팩토리라는 곳을 찾아가야 합니다.
4세대와 5세대의 관문이죠.
여길 들어가서 연구원에게 말을 걸면 이런 메세지가 뜹니다.
그 다음 닌텐도 DS를 켜서 다운로드 플레이로 들어가면, 이렇게 포켓몬스터 블랙이 보이죠.
여기로 접속하면 됩니다.
전송할 포켓몬들을 정하고 나면...
이런 식으로 귀찮기 짝이 없는 미니게임을 거쳐야 합니다.
아래 보이는 석궁 같은 걸 터치펜으로 조작해 풀숲 사이로 뛰어다니는 포켓몬들을 맞춰야만 합니다.
아주 귀찮더라고요 으으...
어찌 되었든 5세대로 이동 성공!
이제 남은 건 6세대, 3DS로의 전송 뿐입니다.
5세대에서 6세대로의 이동은 포켓무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다만 이 포켓무버는 포켓몬 뱅크의 하위 프로그램이라, 우선 포켓몬 뱅크를 설치해야 하죠.
그리고 포켓몬 뱅크는 1년 사용료 5천원짜리 서비스라, 유일하게 포켓몬을 옮기는데 돈이 드는 케이스가 되고 말았습니다.
뭐, 어찌되었던 포켓무버를 깔았습니다. 슬롯에는 포켓몬 블랙을 꽂아둔 상태입니다.
포켓무버는 박스 1에 있는 포켓몬을 통채로 옮기는 방식입니다. 꼬렛은 이미 박스 1에 잘 옮겨두었죠.
박스를 전송하겠다고 선택하면 해당 박스가 5세대를 떠나 포켓몬 뱅크의 전송 박스로 옮겨집니다.
인터넷이란 정말 대단해!
자, 이제 꼬렛을 맞이할 때가 왔습니다.
포켓몬스터 X를 슬롯에 꽂고, 포켓몬 뱅크를 실행합니다.
전송박스에 있는 포켓몬들을 받아옵니다.
짜잔~ 드디어 꼬렛이 6세대로 넘어왔습니다!
시공을 넘어서 온 너를, 만나고 싶었어!
지금은 레트라로 진화해서 제 주축 포켓몬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후후
최근 포켓몬 GO의 폭발적인 인기를 보면 놀랍기도 하지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20년간 포켓몬스터 프랜차이즈는 꾸준히 성장해왔고, 언제나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죠.
이 시리즈가 계속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성장한 이후에도 팬으로 남게하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세대가 지나고, 기기가 바뀌어도 어릴 적 나와 함께 모험했던 포켓몬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배려 또한 그 중 하나겠죠.
주말 내내 시간도 쓰고 4세대, 5세대 카트리지 사느라 돈도 썼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