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문화방송의 100분 토론에 대한 이영훈 해명서
지난 9월 2일 MBC 문화방송의 100분 토론 ‘과거사 진상규명 논란’의 토론 당시 구 일본군 성노예와 관련된 저의 발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관계자 여러분과 기관에 해명합니다.
1. 저는 일본군 성노예가 ‘사실상 상업적 목적을 지닌 공창의 형태’였다는 일부 언론에서 유포하고 있는 발언이나 그와 유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토론과정에서 직접 행한 적이 없습니다. 토론과정에서 송영길 의원이 제 멋대로 해석해서 덮어씌운 발언이 마치 저의 발언인 것처럼 보도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대하여 정정보도를 청구한 상태입니다. 또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인용 보도한 일부 언론매체에 대해서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2. 그렇지만 저의 발언을 계기로 어지럽게 전개된 토론과정에서 일본군의 성노예로 전 인격이 파괴된 채 평생을 고통으로 살아오신 할머니들께 결과적으로 가슴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더 없이 죄송한 마음에서 깊이 사죄드립니다. 또 일본군 성노예가 ‘상업적 목적을 지닌 공창의 형태’였다는 악의적 해석이 마치 저의 발언인 것처럼 시청자들에게 전달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와 소모적 논쟁을 초래한 데 대해서는 제 개인적으로도 몹시 당혹스럽고 고통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3. 저는 구 일본군이 위안소를 설치하여 여성을 강제 동원하고 감금하여 병사들에게 성적 위안을 강제한 행위는 국제사회가 협약으로 금하고 있는 성노예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지금 개정중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에서 열거하고 있는 22가지 죄목 가운데, 다른 죄목에 대해서는 이의가 있지만, “일본군위안부의 강제동원에 적극 협력한 자”의 죄목에 관해서만은 그것이 인류 문명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 반인륜의 범죄에 해당하므로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끝까지 추적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 저의 세 번 째 토론발언에서도 저의 이러한 기본입장은 명백히 입증됩니다.
4. 그러나 계속된 네 번째 토론 발언에서 저는 위와 같은 일본군의 성노예제 조직과 관리의 전쟁범죄가 그들만의 유일한 책임이 아니라 강제 동원과정에서 협조하고 위안소를 위탁경영한 한국인 출신 민간업주, 위안소를 찾은 일반 병사들에게도 도덕적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들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자발적이고 성찰적인 고백이 있어야만 진상이 규명될 뿐더러 진정한 역사의 청산도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 고백과 반성의 범위를 해방 후 대한민국의 일부 군대에서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자행된 여성의 성착취 문제,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사실상 방조된 미군기지의 성착취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일본 제국주의의 역사적 책임을 면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책임을 엄중히 물으면서도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틀 내에서 자행된 여성에 대한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억압에 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5. 제 발언의 취지는 국가권력에 의해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제도와 기구가 설치, 운영되고 그에 다수의 민간인이 협력한 사실의 기본 구조에 관한 한 보편적 반인륜의 범죄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민족을 잣대로 그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차별적 추궁이 정당화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TV 생방송 대중토론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토론자들의 오해에 미숙하게 대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본군 성노예가 상업적 성매매였다는 인상을 일반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다면, 토론참가자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는 바입니다.
6. 저는 이 번 일이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체가 국가권력에 의한 여성의 성 착취 범죄 행위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고 겸허한 자기 성찰의 역사적·사회적 반성을 행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역사의 청산은 결코 과거의 소수 범죄자들을 들추어 모든 역사적 책임을 덮어씌우는 방식이 아니라, 그것을 자기성찰의 반면 거울로 삼아 사회 전체가 미래지향적으로 그 도덕성을 고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대 할머니들을 비롯한 일본 제국주의 강제동원의 희생자 분들께는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2004년 9월 5일
이 영훈 拜上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