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웃기다고 생각해서 쓰는데, 쓰고 보면 그때 상황처럼 별로 안 웃기네요. ㅎ
그냥 음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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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이 차이가 조금 많이 나는 연상연하 커플인데다
남편이랑 내 성격이 너무 비슷해서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 함. ㅠㅠ
다행히 남편이 나와 다르게 애교가 넘쳐서 금방 풀어지긴 함.
초반에 한국어 때문에 자주 투닥거렸음.
남편이 조금 엉뚱한 데가 있는 건 알지만, 평소에는 잘 모르고 지나침.
그러다가 그 엉뚱함은 유독 한국어를 썼다 하면 주체 못 하고 터져 나옴.
몇 가지 일화가 있어서 오늘 데려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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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응? 응. 응! 으으응~ 이것.
다들 아시지 않음? 응? 으로 질문도 하고 대답도 하고 긍정, 부정도 다 하잖음.
어느 날, 남편이 남은 카레 자기가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고개를 흔들면서 으응-! 이라고 했는데, 남편은 나를 보지 않아서 긍정으로 알아듣고 남은 카레 다 먹음.
내 카레 토하라고 막 등짝 스매싱 날렸음.
또 어떤 날은, 남편이 티비 보다가 영화 보자고 하는데, 내가 못 알아 듣고 응?
했는데, 갑자기 채널 돌려서 막 황당한 적도 있었음. 쿠션 폭탄 투하함.
그리고 대답할 때도 추임새로 응. 응. 하면서 중간에 넣지 않음?
그럼 남편은 이게 긍정인지 부정인지,의문인지 뭔지 몰라서 막 짜증을 냈음.
평소엔 모르는데, 진지한 대화할 때 짜증 냈음. 반응 그렇게 하지 말라고 ㅠㅠ
그런데, 이게 나는 십수년에 익은 습관이잖음.ㅠㅠ
고치겠다고 노력했지만, 잘 안됐음.
그러던 어느 날, 남편 베프가 놀러왔는데...
친구가 하는 말?
친구 > 너 중간에 하는 그 신음 소리가 같은 거 뭐냐? 한국어냐?
친구는 그게 화장실 가고 싶어서 참다 터져 나오는 소린줄 알았다 함. ㅋㅋ
더 웃긴 건,
학교에서 교수 님이랑 대화하는 데, 교수님이 자꾸 자기를 쳐다보면서 인상을 쓴다는 것임.
속으로 왜 저러지 생각했는데...
점점 인상이 구겨지는 교수님 얼굴을 보면서 자기가 '응. 응. 응!" 하고 추임새를 넣고 있었다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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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씨가 제일 처음 배운 한국어는 '추워' 임.
스페인에 카미노라고 아심? 산티아고 순례길? 우리 부부는 거기서 만났음.
서른을 훌쩍 넘어서 대책 없이 두 번째 순례길을 떠났다가 둘째 날 만나고 며칠 뒤부터 끝까지 40일 정도 같이 걸었음.
결혼할 사람 있으면 카미노 데려가서 같이 걸어보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만만한 게 아님.
너무 힘들고 극한 상황에 처하고 그러다 보니 그 사람 됨됨이 알아보기엔 딱임.
어쨌든, 거기서 추위를 너무 잘 타는 내가 입에 춥다는 말을 달고 살아서 배운 단어임.
그다음에 배운 단어는 아이들이 자주 쓰는 단어임.
"아니. 아니."
이거 배우더니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아니, 아니, 그랬음.
나 > 추워
톰 > 아니! 아니 추워!
나 > 배고파
톰 > 아니! 아니 배고파!
나 > 피곤해.
톰 > 아니! 아니 피곤해!
내가 하는 말에 다 한국어로 반박하고 싶은데, 아는 단어는 아니 밖에 없음.
내가 하는 말 따라하면서 아니만 가져가 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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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미노를 걷다보면 작은 마을을 많이 지나가는데, 거기에 그렇게 잔망포텐 터지는 강아지들이 많음.
그래서 그 뒤에 '멍멍이'란 단어도 배웠음.
기억력은 좋아서 또 배운 건 또 다 기억함.;;
한 번은 같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조그만 강아지가 앙팡지게 짖고 있었음.
갑자기 강아지를 보더니 하는 말.
톰 > 여보! 망망이~ 망망이~ 귀엽다~
나 > 망망이?
톰 > 네! 망망이에요.
나 > 아니야. 멍멍이야.
톰 > 아니. 아니. 아니요. 망망이에요.
위 대화를 한국어로 한 것임.
막 우기길래 멍멍이가 맞다고 알려줘도 계속 우김.
왜냐고 물어보니,
커다란 개는 멍멍이고, 작고 귀여운 강아지는 망망이라는 것임.
한번 소리 내면서 해보면 멍멍과 망망에서 크기가 느껴진다는 것임.
한번 님들도 소리 내서 해보셈. 진짜 그럴싸함. ㅋㅋ
독일어로 망망은 봐우봐우 : Wauwau. (영어랑 발음도 비슷함)
멍멍은 그럼 뭐냐니까. Wuffwuff라고 함.
이게 독음으로 쓰기 애매한데, 여하튼 이 단어는 사전에도 없는 단어임.
그런데 정말 쓰는 단어임. (사전엔 멍멍이 WauWau 였음.)
사전에 없다니까 중요한 단어라고 나보고 사전에 추가하라고 함;; -_-
그렇게 '망망'을 만들어 내심.
이게 자꾸 듣다 보면 묘하게 설득력 있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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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를 화나게 했던 한국어의 미묘한 차이로 답답했던 일도 있었음.
나는 답답하여 복장터 져서 화가 났고
남편은 답답하고 억울해서 화나 났었음. ㅋㅋ
남편은 알고 있는 한국어가 몇 되지도 않으면서 실생활에서 자주 쓰고 싶어 하고
올바르게 사용한 경우 스스로 아주 대견스러워함.
쓰담쓰담해달라고 입 내밀고 머리 드리밈. -_-
그런데다 간혹 칭찬해주면 아주 신나서 기고만장 난리도 아님.
한국 가서 살아도 되겠되고 오버함. (아.. 아니거든!)
그래도 잊지 않으려고 자꾸 써주는 남편이 예쁘고 고마워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데,
이것은 남발한 칭찬이 부른 참사임.
대화체는 한국어 대화체이며,
남편의 서툰 한국어임으로 문법적 오류와 말도 안 되는 말이 있음을 미리 밝혀둠. ㅋㅋ
나 > 밥 먹고 차 마시고 싶어?
톰 > 네네네~~~
나 > (차 마실 물을 끓이고 있음)
톰 > 지꿈 모해요? 가자. 가자. 빨리 가자.
나 > ????????????????? 왜??? 어디?????
톰 > 차 가고 싶어요.
나 > 바보야. 내가 마시자고 했잖아! 누가 타자고 했어?
톰 > 바보 모에요? 빨리~ 빨리~ 가가~~!!
나 > -_-;;;;;;;;;
차 타자. 이 말을 남편은 차 가자.라고 함.
그래서 자기 혼자 차 마시자를 차 가자로 이해하고 막 나가자고 한 것이었음.
나 > 제육볶음 맛있어요?
톰 > 네네네~ 맛있다!
나 > 진짜 맛있지?
톰 > 응. 맛있지! 진국이 맛있지! 쪼꿈볶음 is one of my favori~~~tes~~~!
나 > 근데, 짜?
톰 > 차? 차 없어요. 안 먹어요. 제육볶음 먹어요~
나 > 짜냐고???
톰 > ㅠㅠ 짜 뭐예요?? 차 아니에요. 쪼금 볶음이에요. ㅠㅠ
나 > ㅠㅠ Sprich mal einfach auf Deutsch! bitte. (그냥 독어로 말해. 제발 ㅠㅠ)
대화가 안됨. ㅋㅋ
내가 먹다가 맛있지? 하면 맛있어!인데, 같이 맛있찌! 함.
그리고 진국이-뜻은 매우, 많이. 아주. 의 뜻임.
이게 예전에 독학할 때 배운 건데.. 한국어 단어 연습하는 다이얼로그가 있었음.
거기에 이런 대화가 있었음.
갑 : 을, 너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을 : 여자친구한테 차였어.
갑 : 저런, 힘내. 그런데 왜 차였어?
을 : 내 암내가 진국이래. ㅠㅠㅠㅠ
대략 내용이 이랬는데..ㅋㅋ 글쎄, 거기에서 암내와 진국이란 단어를 배운 것임.
진국이다.라는 단어는 찌개나, 국물 맛이 진할 때와 사람이 괜찮을 때 두 가지 경우 빼고는 안 쓰는 단어라고 아무리 설명해줘도 맘에 든다며 항상 씀. very much 대신에;;
암내란 단어도 저때 배워서, 자기 이름이랑 암내란 단어가 들리면 구석 가서 자기 옆구리 막 확인함. ㅋㅋ
남편이 헷갈리는 단어는 바로.
차(타는), 차(마시는), 짜(미각), 자(잠자다), 이었음.
모든 발음을 다 '쟈'로 강제 통일 됨.
시누가 불어 선생님이고 시누 남친이 독어 선생님이라
시댁 식구들 모였을 때, 자, 차, 짜, 로 누가 발음 정확하게 하나 삼십 분 동안 내기도 했었음.
자기도 못하면서 막 코치함. 자기도 '쟈'로만 발음하면서 ㅋㅋ
쟈? 쟈. 쟈! 쟈?!?!?!?!????
ㅋㅋㅋㅋㅋㅋㅋㅋ 쟈~~
발음도 발음이지만 생긴 모양은 그냥 똑같다고 함.
이게 어떻게 구별이 안 되는 거지?? 왜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