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슬프고 답답한데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솔직히 저도 제가 왜이렇게 우울해 하는 지 이해가 안됩니다ㅠ
어렸을 땐 생일 마다 레스토랑 가서 밥을 먹었던 것 같아요. 아마 7~8살 정도까지? 엄마 아빠 동생 이렇게 다 같이 가서 돈까스도 먹고 사진도 찍고 선물도 받고,, 그러다가 부모님 이혼하시고 집안 사정이 많이 안좋아졌어요. 그 뒤로는 딱히 생일에 뭘 한 기억이 없어요.
레스토랑 다녔던 생일 이후로 기억나는건 저 14살 쯤 이었나, 정확히는 기억 안나는데 제 생일 날 제가 집에서 혼자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생일이라고 엄마가 혹시 뭐라도 사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면서요. 그러다 엄마가 왔는데 손에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솔직히 실망이 컸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엄마 왔어? 하고 웃으면서 다가갔어요. 그런데 엄마가 절 보자마자 '왜 청소도 안해놨냐' 하시는데,, 그 짜증 가득한 표정과 말투가 아직까지도 너무 생생하고 잊혀지지가 않아요. 정말 별 거 아닌데 지금도 그 때 기분 생각하면 눈물이 줄줄 흘러요.
그렇게 그 때 생일은 그냥 지나갔고 그 뒤로는 생일이라고 뭔가 기대하거나 하지 않았어요. 직접적으로 뭔가를 부탁하고 원하기엔 집 안 사정 뻔히 아는데 너무 철 없는 짓 같고, 그렇다고 말 안하고 기대만 하고 있자니 기대하고 있다가 아무것도 없는 걸 알았을 때 기분이 너무 비참해서요.
그렇게 몇 년 동안 제 생일에 아무것도 안하고 지나갔는데 언제부턴가 동생 생일이 의식 되더라고요. 동생은 생일마다 케익에 불도 켜고 당시 유행하던 몇십만원 짜리 패딩이나 금반지 등을 선물로 받는데, 저는 선물은 고사하고 케익 조차 받아 본 적이 없거든요. 그게 저는 너무 이해가 안되는 거예요. 그걸 의식하고 난 뒤 부터는 제 생일 뿐만 아니라 동생 생일 날 까지 너무 우울해지더라고요. 동생이 케익에 불 끄는 걸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고..
제가 20살 좀 넘어서 너무 서러워서 동생한테 말한 적이 있어요. '엄마는 내 생일을 챙겨준 적이 없다. 그런데 너는 생일마다 온갖 선물 다 받고 케익에 불켜고 노래까지 불러준다. 안그러려고 하는데 자꾸 눈물이난다'고요. 그랬더니 동생이 '언니가 받고 싶은 걸 말을 해야 엄마가 해줄 거 아니야.' 이러더라고요. 그 말 듣고 아, 그런 거였나 싶었어요. 동생은 받고 싶은 걸 엄마한테 어필하니까 받게 되는 거구나. 그동안 집안 사정 때문에 뭔가를 바라는 건 양심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계속 이렇게 괴로워하느니 양심 한 번 없어보고 말자. 그래, 자식이 생일 날 바라는 게 있는데 엄마가 하루쯤은 무리해서라도 들어주지 않겠냐, 그동안은 내가 말을 안해서 엄마가 안챙겨 준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생일 전날에 바라는 걸 얘기했습니다. 너무 큰 걸 말하면 거절 당할까봐 무서워서 내일 감자탕이 먹고 싶고 책 한 권만 사줬으면 좋겠다고 말 했어요. 저는 정말 동생 말대로 하면 생일마다 오는 이 우울함이 해소 될 줄 알았어요. 내가 바보 같이 아무 말도 안해서 내 생일이 아무것도 아닌 날이 되왔던 거고, 이 정도는 진짜 무리없는 부탁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생일은 다를거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제 말 끝나자 마자 엄마가 '돈이 어딨어' 하는데 제 속에서 뭔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가격 조차 묻지도 않고 돈이 어딨어.. 돈이 어딨어... 다음날 제 생일이 되서는 도저히 엄마 얼굴 볼 자신이 없어서 하루종일 방에 박혀 있었는데 엄마가 집을 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바보 같이 또 기대했어요. 감자탕 사러가는 건가? 하고요. 엄마가 다시 돌아왔을 때 엄마 손에 아무것도 없는 걸 보고 ... 진짜 그딴 기대를 한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쪽팔리고 또 눈물만 나고....
진짜 쪽팔려서 어디가서 말도 못하겠어요. 엄마가 생일을 안챙겨줘서 우울하다? 이제 나이가 25인데? 저도 제가 왜 이렇게까지 우울한지 이해가 안되요. 동생 생일하고 제 생일마다 너무 힘 없고 우울해서 5~10KG 씩은 살이 빠져요. 일요일이 동생 생일이었는데 그때부터 밥도 못먹고 있고 너무 무기력해요. 눈물만 나와요. 어제 제가 보낸 문자 내역 확인할 게 있어서 동생 휴대폰을 보다가 엄마가 동생한테 보낸 문자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생일 축하하고 사랑한다 어쩌고 이런 게 써있더라고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그런 걸 보니까 또 왜 이렇게 슬픈지요. 저는 그런 문자 받아본 적이 없네요.
엄마는 왜 그랬을까요. 저는 엄마한테 뭘까요 진짜.
'왜 청소 안해놨냐.' '돈이 어딨어.' 이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요. 저 왜이렇게 슬프죠 진짜? 이제 더이상 엄마한테 생일 선물 바랄 나이가 아닌데도? 눈물이 안멈춰서 돌아버릴 것 같아요. 이해가 안되요... 무슨 어린애도 아닌데 아빠도 너무너무 보고싶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