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손가락 재활을 받으러 매주 오면서도</p> <p> </p> <p>나갈때면 항상 출구 계단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p> <p> </p> <p>허둥대는 내가 신기했다고 했다</p> <p> </p> <p>올때마다 꾸벅 인사를하고는 눈을 피하는 내가</p> <p> </p> <p>수줍음이 많은건지 낯설음 때문인지도 궁금했고</p> <p> </p> <p>가끔씩 치료실 침대에 반대로 누워 있는 이 사람에게</p> <p> </p> <p>뭐라 무안을 주지 않고 이야기 할까 하다가도</p> <p> </p> <p>퍽 그 사람 답다고 생각되어 그냥 두기도 했다고도 했다</p> <p> </p> <p>언젠가부터는 내가 오는날이면 </p> <p> </p> <p>나갈때 왼쪽으로 갔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오른쪽 출구로 나갈지</p> <p> </p> <p>오른쪽으로 가다가 멈칫하고는 그대로 나갈지 </p> <p> </p> <p>맞추는게 혼자만의 소소한 유희가 되었다고도 했다</p> <p> </p> <p>어느날인가 내 손을 주무르다 보니 아버지가 생각났다고 한다</p> <p> </p> <p>깊게 박힌 굳은살과 얼굴보다 빠르게 켜켜히 쌓여있는 고됨이</p> <p> </p> <p>언제인지도 모를 어릴적 잡았던 아버지의 손과 꼭 닮았다고 생각이 들었더랜다</p> <p> </p> <p>어쩌면 이제는 볼 수 없는 아빠를 그 아빠의 나이즈음이 된 당신과 나를 통해 보게되었는지도 모른다</p> <p> </p> <p>그 날부터 이젠 더 이상 내가 왼쪽으로 가는지 반대든지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다했다</p> <p> </p> <p>대신 오늘은 무슨일이 있었는지 치료가 끝나면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는지</p> <p> </p> <p>밥은 먹었는지 항상 굳어있는 무뚝뚝한 얼굴이 웃을때면 어떤지 눈꼬리는 쳐지는지 올라가는지</p> <p> </p> <p>침대에 누워 드리우고있는 울적한 표정은 무엇때문인지 그 모든 것들이 알고싶었지만 </p> <p> </p> <p>지금에야 알게된 나 만큼이나 수줍음이 많던 그녀는 홀로 생각만 할 수 밖에 없었을거라 생각한다</p> <p> </p> <p>갑작스레 비가 쏟아지던 날</p> <p> </p> <p>흠뻑 젖어선 찾아온 나를 보며 처음으로 화가 났다고 했다</p> <p> </p> <p>젖은 옷가지를 매만지며 오늘은 의자에 앉아서 받겠다는 나를 보며</p> <p> </p> <p>오늘은 반대로 누울일은 없겠다 생각하며 우습기도 했었고</p> <p> </p> <p>그렇게 처음으로 같은 눈높이에서 치료를 해주던 날 생각을 했다고 한다 </p> <p> </p> <p>오늘 이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겠다고 그게 오늘이라고</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