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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764774
    작성자 : 익명Z2ZpZ
    추천 : 2
    조회수 : 788
    IP : Z2ZpZ (변조아이피)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9/01/28 01:56:05
    http://todayhumor.com/?gomin_1764774 모바일
    그 사람을 잊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 사람을 알게 된 건 두 달

    만난 건 한 달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오랜 친구처럼 내밀한 얘기를 많이 했고 마음을 열었습니다.

    똑똑하고 재밌는 사람이었지만

    어떤 지점에선 많이 이기적이었죠.

    그래도 좋아했습니다.

    그 사람과 연락하는 것이,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걷는 것이, 담배 피는 것이, 술 마시는 것이 너무 즐거웠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사람이 저를 보는 찰나의 차가운 시선들,

    관계 후의 차가운 행동들 때문에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와닿아서

    연락을 끊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 역시 당연하다는 듯 연락을 해오지 않았구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관계인데

    벌써 이 주째 정신을 못 차리겠습니다.

    이제 사랑과 관련된 어떤 영화도, 드라마도 보지 못 하겠어요.

    거의 십 년 만에 엉엉 울어봤습니다.

    내일은, 아니 오늘은 정신과에 가서 약처방을 받으려고 합니다.


    매 순간순간 그 사람이 떠오릅니다. 그 사람이 했던 이야기들-어느 게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알 수 없으면서

    자꾸 그런 것들이 떠오르고, 그 사람의 예뻤던 손이 떠오르고, 그리고 나를 외면했던 뒷모습이 떠오르고,

    하지만 나의 어떤 말에 정말 진심을 다해 웃어주었던 게 떠오르고.

    그 사람의 가슴 위에서 심장소리를 들을 땐 그 사람도 내 마음과 같다고 생각했고,

    그 사람의 등에서 위장소리를 들을 땐 아 이제 끝났구나 생각했고.

    이렇게 아플 거면 차라리 을이 되어 질질 끌려다니더라도 그렇게라도 얼굴을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런 어리석은 생각도 했다가,

    그래도 그건 아니야, 하면서 다시 마음 다잡고.


    지옥 같아요.

    그 사람과 있을 때 천국 같았던 딱 그만큼 곤두박질쳤어요.


    며칠 전에 우연히 그 사람과 걸었던 길을 다시 걸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다 유심히 봤습니다.

    그 사람과 우연히 같이 탔던 번호의 버스를 탈 때마다 자꾸 뒷좌석을 보게 됩니다.


    이제 그 사람과 같이 시간을 보냈던 그 날들, 크리스마스, 신정이 올 때마다 저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까요.

    미리부터 술을 잔뜩 마시고 잠을 자버려야 할까요.


    시간이 흐르면 다 괜찮아진다는데, 그 시간은 언제 올까요.

    사람은 사람으로 잊혀진다는데 이제 누구와도 대화가 즐겁지 않아요. 그런데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날까요.

    스스로에게 집중해보려 해도, 제 안엔 오로지 그 사람 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추억, 그 사람에 대한 미련, 허무한 바람과 의심과 후회들.


    제게 남은 건 이제 약밖에 없네요. 처방받은 약들을 먹고 나면 좀 수월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저 혼자 좋아하고 저 혼자 아파하네요.

    그렇지만 그 사람을 만났던 걸 후회하지 않아요. 그 사람은 저와 있던 시간을 벌써 다 잊었다고 해도 그것도 괜찮아요.

    그냥 지금 이 고통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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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28 02:01:39  14.39.***.205  로즈핑크  746008
    [2] 2019/01/28 02:51:22  211.245.***.4  트로이시반  35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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