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말 많을 때에는 한 달에, 대략 15명 정도나 되더군요.
뭐가요? 제가 직접 사망선언하고, 제 이름으로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환자분들이요.
아마 병원에 따라, 상황에 따라, 직책에 따라 더 많으신, 훨씬 많은 의사선생님들이 수두룩할 겁니다.
그게 신해철법 시행 이후였다면? 전 그냥 환자 15명이 사망하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정위원회 조정 불려다니고, 소명하느라
제 일은 하나도 하지 못했을 거에요.
분쟁조정 신청하는데 오만원 남짓 드는데, 혹시 모르니까,밑져야 5만원이고 잘하면 몇백 몇천이니까, 일단 걸고 보자라는 사람이 거의 99%일 거구요.
지금까지는 문제 제기가 오면 거기에 대한 답변만 하면 별 문제 없었는데
(사실 그것도 사망이나 중증인 경우를 많이 보는 의사들에게는 치명적이긴 합니다.)
이제는 그냥 어떤 이유에서든 사망하거나 의식불명이 오래 가거나 하면 - 무조건 제가 거기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겁니다.
잘못이 있던 없던 간에...
일상생활도, 직업생활도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택시기사가 사고 나는 것 만큼, 혹은 택배기사가 배송사고가 일어나는 것 만큼이나 의사들에게는 환자의 사망이 일상사입니다.
그런 일들을 무조건 조정을 받아야 되고, 입증을 해야 되고, 해명을 해야 하고...
의사 하지 말라는 거나 다름 없는 법입니다.
거기에 그걸 판정하는 조정위원회 과반은 의료 비전문가이고...
과실이 없어도 일단 조정 들어가게 되면 소액이라도 물어주게 되기 쉽습니다. 현재 판결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의사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니까 몇 백, 몇 천 정도는 물어줘도 되지 않나? 크게 잘못한 건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 죽었다는데-"
이게 그들의 논리이구요.
곧. 진정한 헬조선이 열리게 될 겁니다.
저는 그냥 기다려 보겠습니다.
'신해철법'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분들의 태도가 어떻게 바뀔지 기대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