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내고 집에서 커피 마시면서 글을 씁니다.
촌스럽고 좀 어리숙해 보일 점 미리 사과드려요.
팀에 저보다 1살 어린 동갑내기 후배 두 명이 있습니다. 전 사회생활을 대학 졸업하자마자 바로 시작해서 이친구들보다 연차가 훨씬 높아요.
제가 재수를 하기도 했고 학번이 후배들과 같기 때문에
업무적으로도 물론 사석에서는 누나 동생하면서 말도 편하게 하고 술도 마시고 친하게 지냅니다. 회사에선.. 당연히 짤 없고요^^;;
본론으로 들어가면 이 후배 중 1명의 후배가 9월 첫 주에 여친과 헤어졌고
힘들어하던 애를 위로해주는 와중에 점점 좋은 감정이 생겼어요.
처음엔 저도 이성적인 감정이 없었던 터라 6년 만나고 헤어진 경험에서 우러나온 굉장히 현실적이고 누나같은 조언을 해줬었는데
(네가 마음이 있으면 구여친 붙잡으라는 말도 여러번 했어요..)
그런게 고마웠던건지 한층 둘이 더 친해지긴 한 것 같아요.
앞에 적었다시피 저는 오랜 연애를 끝낸 후 에너지 소모가 심했고, 현재까지도 그 여파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어요.
상당히 많이 심적으로 지치고 남을 못믿는 상태라
뭔가 '이 사람도 내게 마음이 있구나'하는 확실한 시그널이 없으면 먼저 대쉬를 하기가 두려워 (또 상처받을 것이 두렵습니다)
그냥 계속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요..
이 친구가 이런저런 행동과 말을 한게 자꾸 생각이 나서요
제가 추워 할 때, 됐대는데도 자기 옷을 어깨에 입혀준다던가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널때 가볍게 손을 잡아주었다던가, 차가 온다고 어깨를 감싸 자기 품으로 살포시 끌어 당겼다던가
술만 마시면 집 앞까지 꼭 데려다주는 그런거.. 그냥 회사 상사한테 술김에 할 수 있는 매너인가요?
다른 사람과 밥먹을 때 제 앞접시에만 슬쩍 쌈이든 맛있는 반찬이든 집어준다던가 뭐 이런것들요.
자기는 이번 여친과 헤어지며 솔직히 여자에 대한 불신이 크게 생겼대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어도 앞으로는 긴 시간을 두고 여자를 보고 싶단 말을 몇 번 했네요.
자긴 딱히 이상형 같은 것이 없어서 가까이 친하게 지내다가 발전하는 것이 제일 편한 것 같다는 말도 한 적 있고..
단둘이서 밥먹을때는 회사 점심시간에 종종 있는 편이고, 차타고 교외로 나가서 먹은적도 한 번 있긴 해요.
집 갈때 같은 방향이라고 차로 최소 주 3회 이상은 집 앞까지 태워다 주고요.
제가 너 피곤하니까 그냥 가라, 됐다고 얘기해도 같이가요, 데려다줄게요 이런말 하면서 데려다 줘요.
이렇게 적으니 시그널이 있는것 아니냐 싶기도 하시겠지만, 사적인 카톡을 일체 하지 않아요.
제가 사석에서는 편하게 풀어주지만
일 할때는 기승전결 딱딱 잘 끊어서 가르치며 따라오게 만드는 스타일이라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대화 할때는 제가 편하게 반은 반말, 반은 존대 쓰는데 카톡으로는 칼같이 존대를 쓰거든요.
이 친구도 똑같아요. 말은 편하게 반말 섞어하는데 분명히 우리는 회사에서 엄청 친한데!! 개인 톡이 없어요.
사실 카톡은 둘 밖에 모르는건데도 어쩌다 한 번 업무 외적인 것으로 연락 할 때도 대리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단 술 마시면 누나라고 잘 하네요... 누나는 생긴것과 다르다. 너무 착하다 진짜. 뭐 이런말들 곁들여서...
(참고로 이 친구 저보다 술 못해서 항상 저보다 먼저 취합니다)
직급도 연차도 한참 높은 제가 사적인 감정을 표하면 아직 신입인 그 친구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또 만에 하나 이런 모든것들이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을 때 뒷감당을 어찌 져야할지 자신이 없어
혼자 마음을 숨기고 여전히 친한 느낌으로 다정히 대해주기만 하는데 마음이 점점 커져 답답합니다.
그래서.. 그냥 저를 친하게 생각해서 매너 좋게 행동하는거라면
계속 봐야하는 사이인데 섣불리 오버하지 않고 조용히 마음을 접을까 해서요.
객관적으로 이 친구는 제게 호감이 1도 없는 그냥 상사에게 할 수 있는 젠틀함을 보이는 것 뿐일까요?
고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