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찬님의 글입니다.
[1] 드레싱맨.
신격호 롯데 회장밑에서 일한지도 이젠 어언 한달..! -_-
이제는 나를 심하게 갈구는 사람도 없고, 모두들 잼있게 웃어가며 일을 할수있는
메이트가 되었다. 신입시절...아! 얼마나 서러웠던가? 아무도 아는 사람도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데 갈굼만 심하게 당하고...정말 괴로웠던 시절이
다 흘러가고 이젠 나도 신입이 들어오면 같이 갈구게 되었으니... -_-;
그러던 어느날!
파란캡 : 자아. 이젠 패티맨은 그만하고 드레싱을 배우세요.
리앨 : 옷 입는것도 새로 배우나요?
파란캡 : 제발 아는척 좀 하지 말아요. -_-;
패티를 굽는 패티맨을 마스터하고나면 빵을 구워서 그 위에 각종 재료를 첨가하여
패티맨이 구운 패티를 얹혀서 햄버거로 완성시키는 이른바 '드레싱맨'이 된다.
물론 롯데리아에서 파는 여러가지의 햄버거를 모두 만들수 있어야 하며
빵속에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와 이름과 무게까지도 모두 암기를 새로 해야했다.
햄버거의 맛을 좌우하는 막대한 임무를 가지고 있는데다 조금만 딴생각을 했다가는
생판 처음 보는 새로운 햄버거를 제작하게 되는 엄청난 일이 발생하기에
고도의 기술과 집중력과 노하우를 요하는 작업이었다.
먼저 레타스(양상치)를 씽크대 물에 풀어 못 먹는 뻣뻣한 겉잎을 다 떼어내고
식용세척액을 뿌려 씻은뒤 여러번 헹궈내야 한다.
모든 햄버거에 공통으로 들어가는것이 바로 양상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곤 대기하다가 파란캡이 주문을 넣으면 주문대로 빵을 제한 시간내로
만들어야 한다.
파란캡 : 그릴 오더 데리 원다스
리앨 : 데리 원다스 땡큐 앞으로 4분.
재빨리 빵 12개를 기계에 넣어 구웠다. 빵이 구워지자 옆의 패티맨이 건네주는
고기를 빵위에 모두 얹은뒤 데리야끼소스, 마요네즈, 양상치를 넣고 마지막으로
빵뚜껑을 덮어서 뒤에 포장하는 미스터에게 건네주었다.
파란캡 : 그릴 오더 새우 원다스
리앨 : 새우 원다스 땡큐 앞으로 4분.
재빨리 움직이려는데 파란캡이 제동을 건다.
파란캡 : 미스터! 손 안씻어요?
햄버거를 먹다가 이 말을 들으면 입맛이 뚝~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롯데리아에서는
남자가 모든 음식을 만들고 여자는 판매만 한다.
하지만 남자가 만든다고해서 청결하지 않거나 하지는 않다.
무슨 작업이든 그 작업을 끝내고 나면 손을 반드시 씻어야 했으며
이를 잘 지키는지를 서로 감시하는 메이트들의 5호 담당제는 철저했으며,
심지어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파란캡이 손톱검사까지 했을정도다.
우우..롯데리아와 군대랑 틀린게 과연 무어란 말인까? -_-;
하지만 이렇게 청결한 롯데리아에서도 문제는 있다.
[2] 클레임.
햄버거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데 후로아에서 어떤 여자손님의 비명이 들렸다.
여자 : 꺄아아악..!
즉시 경훈씨가 손님에게 달려나갔다.
경훈 : 왜..왜그러세요? 손님...
드레싱맨이 바로 나였기에 웬지 불길한 느낌이 온몸에 확 퍼진다.
설마 햄버거에 문제가 있는건 아니겠지....-_-
여자 : 해...해..햄버거에서...
리앨 : 주여.... -_-;;;
경훈씨는 손님을 조용히 시키느라 정신이 없다.
경훈 : 소..손님. 좀 조용히 말씀해주세요. 조용히.. 무슨 문제가??
여자 : 여.. 여길 보세요. 햄버거에서 달팽이가 나왔어요.
경훈 : 으음...-_-+
간만에 꼬투리를 잡은 경훈 녀석이 나를 홱 째려본다.
딴청 부리며 열심히 햄버거를 만들고 있는 나..-_-;;;;;;
하지만 등엔 식은땀이 비오듯 했다.
손님에게 지적당하는걸 클레임이라고 하는데 미국 같았으면 당장 고소당하여
재판이 열리고 손님은 수천달러를 보상 받을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엄연한 한국!
경훈 : 죄송합니다. 양상치가 농약을 치지 않은 너무도 싱싱한 제품이라
가끔 달팽이가 있기도 하죠.
여자 : 우웩...
경훈 : 대단히 죄송하구요. 바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뭐 드시겠어요?
여자 : 우우욱...이제 햄버거는 싫어요. 치킨으로 주세요.
경훈 : 바로 대령하겠습니다.
이윽고 그릴로 성큼 성큼 걸어오는 경훈이 녀석...! 내 앞에 섰다.
경훈 : 대체 지금 뭐하는겁니까?
리앨 : 아..예.. 햄버거를 만들고 있습니다. -_-
경훈 : 지금이 장난 칠때에요? -_-;
손님의 햄버거에서 달팽이가 나오다니.. 이런일이 있을수가 있나요?
리앨 : 에...프랑스에서는..
경훈 : 장난 그만 쳐욧! 햄버거를 이 따위로 만들다니....
하루종일 패티만 굽는 패티맨으로 다시 전락될줄 아세욧!
리앨 : 제길...-_-;;
오오...이때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녀석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옆에 있는 빵을 실수로 건드린 것이다.
경훈 : 손님이 먹는 음식을..... (툭!) 엇?? -_-
녀석의 팔꿈치를 맞고 땅에 떨어지는 빵!
놀란 녀석이 급히 빵을 주워서 후후~ 불어 먼지를 털어낸다. -_-;
리앨 : 으음..-_-++
롯데리아에서는 음식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음식이 상했다던지, 손님에게 클레임이 들어왔다던지, 너무 더럽다던지
할때만 매니저에게 보고하고 서류에 기록을 하여 폐기처분을 하는거지,
웬만해서는 음식을 폐기처분 하지를 않는다. 그래서 재고조사를 하는거다.
이 때문에 메이트들이 일을 하다가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해서 함부로 먹을수
있는것도 아니고, 숨겨서 집으로 가져갈수 있는것도 아니었다.
리앨 : 으음..지금 뭐하는거죠? -_-
경훈 : 그..그게....-_-;;;;
리앨 : 그거 손님이 먹는 음식인거 같은데요..
경훈 : ...-_-;;;
앞으론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을때 양상치를 잘 살펴보시길..^_^;
햄버거를 달팽이가 먼저 먹고 있을지도 모르니..-_-;
[3] 쥐벼룩.
언제부터 인가 사타구니가 무척 가려웠다.
리앨 : 으음...한번도 가본적이 없는데 왜 이러지? -_-;
신입 : 어딜 가봐요?
리앨 : 윤락업소요. -_-; 한번도 안가봤는데 가려워 미치겠어요.
신입 : 아앗....리앨씨도? 저도 그래요.
사타구니사이에 달려있는 알주머니가 따끔따끔 하죠? -_-
리앨 : 으음...저랑 증세와 부위는 다르군요. -_-;;
알고보니 전 메이트들이 모두 가려움증과 따가움증에 고생을 하고 있었다.
원인은 쥐벼룩으로 밝혀졌다.
메이트들의 옷은 저녁때 모두 거두어 미스들이 세탁기에 돌려서 빠는데
음식을 취급하는 곳이라 쥐가 있기 마련이었고, 이에 쥐에 기생하는 쥐벼룩이
옷에 달라붙어 있다가 우리몸으로 이사온것이었다.
하지만 가려워도 손님들과 미스들의 눈이 있어 대놓고 긁지를 못했다.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아무도 눈치 못채게 박박박~ 긁고 싶었지만
롯데리아 유니폼 바지에는 앞 주머니가 없다. -_-;
그래서 햄버거를 만들다가 갑자기 가려우면 다른데 갈수도 없고 미쳐버린다.
리앨 : 우욱...녀석이 내 사타구니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 -_-
신입 : 우욱...녀석이 내 사타구니의 알을 빨아먹고 있다. -_-;;;
리앨 : 미스들의 몸에도 벼룩이 기생하고 있겠죠?
신입 : 그렇겠죠. 근데 미스들은 전혀 내색을 안하는군요
리앨 : 미스들은 치마를 입었으니 제자리에서 한번 껑충 뛰면 벼룩이
다 떨어지지 않을까요? -_-;
신입 : -_-;
[4] 타 롯데리아 방문.
매니저 : 오호..케찹이 모자란다. 창고에도 없고 오늘 배송오는날도 아니고..
할수없지. 리앨과 영심이가 서면점에 가서 케찹좀 얻어오렴
롯데리아에서 물건이 모자라면 다른 체인점에 가서 빌려서 쓰기도 한다.
미스와 오손도손 대화를 하며 새로 생겼다는 서면시장속의 롯데리아에 가봤다.
우리 롯데리아보다는 크기가 작았지만 새로 생겼기에 무척 깨끗했고,
무엇보다도 정문이 자동문으로 되어 있다는게 부러웠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더니 미스들도 우리보다 훨씬..이뻐보인다. -_-
영심 : 침 좀 그만흘려요.
리앨 : 아! 햄버거가 맛있어 보여서..-_-
영심 : 사무실에 들어가서 싸인하고 올테니 여기서 기다려요.
리앨 : 예..
가장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자동문만 부러운듯이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귀청을 째는 소리가 들렸다.
" 아니, 팔자 좋군요. 지금 뭐하는겁니까? "
놀래서 돌아봤더니 ..........우웅........파란캡이었다. -_-;
파란캡 : 아니, 미스터! 트레이싱 박스는 안비우고..지금 뭐하는겁니까?
리앨 : 음... 전 부전점 롯데리아 직원인데요? ^_^;
파란캡 : 아...그래요? ^_^;; 죄송해요. 어쩐지 낯설다 싶었어요
리앨 : 후후.. 전 매우 낯익은 느낌이 드는군요 -_-;;
파란캡 : 예?
정말 파란캡은 어딜가도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5] 대형냉동고.
롯데리아에는 대형창고와 더불어 대형냉동고가 있다.
크기가 방만해서 사람이 몇사람이 들어가도 끄덕없는 대형냉동고인데
여러가지 냉동음식을 보관하는곳이다.
병구 : 리앨씨. 대형 냉동고에 가서 패티 2박스만 가져와요.
리앨 : 예..
나는 화장실뒷쪽에 있는 대형냉동고로 가서 냉동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패티박스를 찾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문이 철커덕! 하고 닫히는거다.
빛이라곤 하나도 없어 어두컴컴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심장이 덜컹..하며
문을 찾아서 한걸음, 한걸음 조심해서 걸어가는데 갑자기 위이이이이잉!!
하는 엄청난 소음과 함께 냉동고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리앨 : 오오오...주여..-_-;;;
정말 이렇게 죽는구나..싶었다. 떨리는 손으로 벽을 더듬어 가며 문을 찾아서
마구 두둘겼다. 쾅쾅쾅!!! 쾅쾅!!
리앨 : 여보세요? 밖에 누가 없어요? 여보세요??
쾅쾅쾅! 쾅쾅쾅쾅!
리앨 : 밖에 아무도 없냐구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때 밖에서 메이트들이 미친듯이 웃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리앨 : 으음..T_T
모든게 장난이었던 것이다.
롯데이라에 새로 와서 조금 친하게 되면 반드시 당하게 되는게 이 대형냉동고
장난이다.
리앨 : 장난 그만 치고 열어줘요. -_-;
병구 : 푸하하하하..... 문쪽에 보면 야광으로 빛나는게 있죠?
리앨 : 예..보이는군요.
병구 : 그걸 손으로 밀면 안에서도 열려요. 푸하하하..아이고 배야..
문을 열고 내가 나오자 모두 웃고 난리다. 제길...-_-;
그로부터 며칠뒤......!
리앨 : 으음...미스?
엄정화 : 예?
리앨 : 대형냉동고에 가서 피자 1박스만 가져 오실래요?
엄정화 : 예.
아무것도 모르고 대형냉동고로 향하는 미스 엄정화. ^_^;
병구씨와 몰래 살금 살금 따라가서 정화씨가 냉동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얼른 뛰어가서 문을 닫아 버렸다. 찰카닥!
정화 : 엄마야... 꺄아아아아아아악!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키키킥..!
웃음을 참아가며 듣고 있는데 안에서는 난리가 났다.
정화 : 엄마야.......사람살려.....사람살려...
우리 : 키키킥...
이윽고 돌아가는 냉동고..! 위이이이이이이잉!!
정화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쿵!! )
우리 : ' 어? 이게 무슨 소리지? 정화씨가 넘어졌나? -_- '
사태가 심각한걸 깨달았다.
우리 : 저....정화씨...
정화 : 사람살려.........으아아아아아..
우리 : 저..정화씨 -_-;; 놀라지 말아요. 안에 야광이 보이죠?
정화 : 사람살려.........으아아아아아..
우리 : 야..야광이..-_-;;;;
그녀는 이미 우리말이 들리지가 않았다.
이럴때가 아니다 싶어.. 우리는 즉시 문을 열었다.
빛이 보이자 정신을 차린 정화씨는 거의 기다시피 하여 밖으로 나왔지만
문밖에는 사람의 흔적조차 찾을수가 없었다. -_-;
눈물을 훌적이며 그릴로 뛰어 가봤지만 역시 자신에 일에 너무도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메이트들의 모습만 볼수 있었다. -_-
하지만 정화씨는 눈치 채지 못했으리라....
그중에 두명이 온몸에 식은땀을 흘려가며 햄버거를 만들고 있었다는걸..-_-;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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