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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760622
    작성자 : 익명ZGRha
    추천 : 4
    조회수 : 526
    IP : ZGRha (변조아이피)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8/10/30 01:45:53
    http://todayhumor.com/?gomin_1760622 모바일
    지금 제가 뭘 해야할 지 알려주세요
    사연이 너무 너무 너어무 길어서요. 정말 압축하고 압축해서 요약만 쓸게요.
     
    우울증 7년차이고, 중증이고, 최근 가장 심각한 상태입니다.
    청소년 시절 시작되었고, 지금은 대학생된지 꽤 된 상태입니다. (입시 실패했어요.)
    심리상담 몇 번이고 2년에 걸쳐 받아봤고, 뇌파 치료도 해봤고, 정신과도 다녀봤습니다. 다 안돼서 현재는 정신과에서 약만 타먹는 중입니다.
    우울증 초반(=청소년 시절)에는 감정 변화, 식욕, 죽음에 대한 공포, 연애욕, 친구관계 욕구 이런 거 다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모든 게 사라졌습니다.
    일반인의 감정 스펙트럼이 극도의 음울-우울-슬픔-...-보통-....-기쁨-매우 기쁨-환희 이런 식으로 1부터 10까지 있다고 치면
    예전에는 1에서 그래도 6정도 까지는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요즘은 그런 변화란 게 없어요. 그냥 1과 2에서만 왔다갔다 합니다. 그 말인 즉 약 안먹으면 1이고 약 먹으면 2라는 거예요.
     
    식욕도 완전히 사라졌고, 그냥 살기 위해서 하루에 두 끼 반 공기씩 먹습니다. 그것도 먹기 너무너무 싫지만 입에 넣고 씹고 국이랑 물로 삼키고 하면서 먹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하루 한 끼로 줄어듭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습니다. 우울증 초반에는.. 유명한 말 그대로 '이렇게 살기 싫은 거지 죽고 싶은 건 아니야'였습니다. 그때는요.
    지금은 누군가의 사망사건이 나와도 '왜 나는?'입니다. (당사자분들께 이런 얘기 자체는 실례라는 것 압니다. 죄송합니다... 정확한 심정을 솔직하게 서술할게요) 살인사건이 있었다고 하면요. 그 자리에 내가 있었어야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성친구 욕구 대인관계 욕구 다 없습니다. 대학교에서 동기들이랑 얘기해도 공허하구요. 멍때리다가 대화 흐름 놓치고, 깔깔 웃는 동기들 사이에서 '저게 왜 즐겁지?'하는 생각이구요. 보면 캠퍼스는 웃는데 저는 혼자 울고 있어요.
     
    매일 밤에는 악몽을 꿉니다. 귀신. 괴물. 차라리 이런 게 나와주면 고맙겠네요.
    고등학생 시절, 제가 착실한 학생이라며 좋아해주셨던 선생님들 몇 분이랑, 그 때 친구들 몇 명이 나옵니다.
    일부가 나올때도 있고 한 명이 나올때도 있고 다같이 나올때도 있어요.
    아 참고로 고등학교는 우울증 못버티고 자퇴했었는데요.
    꿈에서는 항상 그들이 저에게 '왜 그걸 못버텼냐'라면서 묻습니다. '기대주였던 네가 왜 입시에 실패했냐'라고도 혼내구요.
    꿈에서 그 사람들은, 제가 알던 좋은 분들이 아닙니다. 왜 스카이 못갔냐고 저에게 정색합니다.(꿈에서요)
    이제는 자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수업이 열시니까, 네시까지 버티다가 잠듭니다.
     
    대학교 생활도..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솔직히 부모님이 제 우울증보고 누구보다도 힘들어하셔서
    학교 되게 잘 다니는 척 하고 있어요. 공부도 열심히 하는 척 하구요.
    (이게 부모님의 꾸중 그런 게 아닙니다. 부모님이 제 괴로움을 보시면서 더 괴로워하셔서 어떻게든 괜찮은 척을 해야 됩니다.)
    기숙사에 들어와서 일주일마다 부모님과 통화를 하는데, 이 악물고 명량한 목소리로 통화해요.
    근데 저.. 수업시간 빼놓고 기숙사 와서 하루종일 울면서 살아요... 학교생활 재밌다고 통화하지만 지옥같아요
     
    속세와 연을 끊고 비구니로 살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해 오고 있습니다.
    진짜 스님이 되라는 운명인가 싶기도 해요.
    하늘에서 계속 괴로운 일만 주면서 보채는 느낌?
     
    그런데 요즘은 하늘에서 당장 오라고 보채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송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너무 너무 지옥같고 험한 꼴을 수도 없이 많이 당했기 때문에 무섭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삶이 무섭고 죽음이 무섭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삶이 지옥이고, 죽음은 저를 지옥에서 해방시킬 단 한 번의 기회이니까요.
     
    지구는 지옥과 천국, 연옥이 공존하는 곳 같습니다.
    같은 공간이지만 차원이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지구가 천국이고, 누군가에게는 연옥이고, 저 같은 사람에게는 지옥인거죠.
     
    원래는 제가 죽으면 슬퍼하실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견뎠습니다.
    근데 이제는 솔직히 이기적이고 싶어지네요. 제가 못버티는데 뭘 더 어떻게 해야할까요
     
    제 몸은 통한이 똘똘 뭉친 몸이라는 게 적절한 표현 같습니다.
    예전에는, 우울증 초반에는 그래도 안 이랬는데
    요즘은 정말로, 심장에 한이 서려서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듭니다.
     
    진짜 솔직히 말씀드려서요. 온갖 책이나 인터넷에 나와 있는 어떠한 문구도
    지금 제 심정을 대변 못합니다.
    진짜로 이거는... 제 인생에서의 모든 한이 뭉쳐진 감정이에요.
    화난다 원통하다 짜증난다 애통하다 슬프다 음울하다 암울하다 이런 문구들을 아무리 써봐도
    제 현재 심정은 묘사를 못하겠습니다.
     
    블랙홀이 생성될 때, 무한대에 가까운 질량이 한 점에 뭉쳐져 블랙홀이 되듯이
     
    무한대에 가까운 한과 음울이 제 몸에 뭉쳐졌습니다.
     
    그래서 곧 파괴될 날이 올 것 같습니다.
     
     
    내일(오늘이죠. 이미 자정이 지났으니까)은 오전 열시 수업이 있는 날이라,
    오늘 울다지쳐 잠들어도 내일은 기어서라도 수업에 가야 합니다.
     
     
    내일은 산을 미친듯이 달릴 겁니다.
     
    그 다음 저는 또 무엇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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