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음독에 구타사망까지…농민들 분노 '폭발'
[한국일보 2005-11-24 15:03]
농심(農心)이 폭발하고 있다.
23일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대한 비준 동의안'이 통과된 가운데 비준안 통과를 반대하며 농민들이 잇따라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 또 농민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농민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도대체 몇 명의 농민을 더 죽일 셈이냐"는 농민들의 분노가 계속되고 있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농민집회에 참석했던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 회원이 24일 뇌출혈로 숨졌다.
전농과 보령농민회에 따르면 보령시 주교면지회장 전용철(43)씨가 지난 15일 서울집회에 참석했다가 다음날 집 앞에서 쓰러져 18일 충남대병원에서 뇌수술을 두 차례 받았으나 이날 오전 6시30분께 숨지고 말았다.
전농에 따르면 전씨는 경찰의 집단 구타로 눈 부위에 피멍이 들었으며 이상 증세를 보이기 전에 "머리가 많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또 전농 소속 간부에게 "전경들에게 맞았더니 별이 핑핑 돌더라"라고 말했다.
전농 간부는 "전씨의 몸이 안 좋아 보여서 17일 집에 가봤더니 전씨가 침을 흘리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곧바로 충남 보령병원 응급실로 옮겼으나 뇌출혈이 심하다는 진단을 받고 18일 충남대병원으로 다시 이송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3일 밤 11시20분께 경남 창원시 사림동 도청 앞 삼거리에서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대한 비준 동의안'의 국회 통과에 반대하는 집회가 진행되던 중 농민 진성규(48·의령군 신반면)씨가 기름통의 불길로 뛰어들어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진씨는 당시 도로에서 다른 농민 및 노동자들과 함께 비준안 반대 구호를 외치던 중 갑자기 불길 속으로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농 측은 "경찰은 분신한 진씨를 외면하고 불이 붙은 나락만 진화했다"면서 "한 농민이 경찰에게서 소화기를 빼앗아 진씨의 몸에 붙은 불을 진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쌀 추가 개방에 반대하던 여성 농민 오추옥(40·경북 벽진면)씨가 자신의 집에서 농약을 마신 뒤 대구 가톨릭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왔으나 17일 오전 4시45분께 숨을 거뒀다.
오씨는 농약을 마시기 전 쌀 개방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짤막한 유서를 남겼다. 그는 장애인인 남편 이모(45)씨가 구미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뒤 2000년 성주로 귀농해 참외 농사를 지어왔으나 빚이 늘자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5년부터 방울토마토 농사를 추가하고, 성주군 여성농민회에서 문화부장을 맡는 등 의욕적으로 생활해온 것으로 드러나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농민의 날'인 지난 11일에는 전남 담양의 마을 이장 정용품(37)씨가 농촌의 어려움을 비관하며 마을 회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정씨 주변에는 제초제가 놓여 있었으며 자신의 심경을 써놓은 유서가 발견됐다. 이 유서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정부는 쌀 문제 등 농촌 정책을 현실에 맞게 세워 농촌을 잘 살게 해야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연합뉴스 등 언론에 따르면 5형제의 장남인 정씨는 광주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칠순 부모를 모시고 고향에서 딸기와 염소, 벼농사 등을 지어 오는 등 주위에서 성실한 청년이라는 평판을 받아왔다.
이처럼 농민들이 어려운 농촌의 현실을 비관하며 잇달아 목숨을 끊고 있는 것과 관련, 전농 측은 "350만 농민에게는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다"면서 "국민적 항쟁을 불러일으키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하고 나섰다. "미국과 노무현 정권,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을 단죄하겠다"면서 농민과 시민사회단체의 힘을 결집할 태세다.
전농 측은 전용철씨 사건을 농업·농촌 회생을 위한 국민적 여론을 모으는 계기로 삼는다는 전략이어서 정부와 농민 간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아이닷컴 뉴스부 채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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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비준 국회 통과안... 강기갑 의원만 단식투쟁 하시는 줄 알았더니.. 농민분들 마음이 저렇게 급박하다는 거 알았습니다.
얼마나 급박하면.. 목숨까지 걸으셨을까요..
쌀비준 통과안..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경 측에선 자신들의 탓이 아니라며 부검을 주장하는데, 부검 역시 믿을 수가 없을거 같습니다.
보령시 농활 갔을때 항상 웃어주시던, 그렇게나 건강하시던 형님이셨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등져버리시다니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봄농활 여름농활 모두 가다가,, 가을농활을 가지 못했던게 너무 죄송하네요..
형님. 하늘에서는 그 편안한 웃음 항상 간직하시구요.
지금처럼 안 좋은 세상일은 다 잊어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힘드신 농민분들도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나쁜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