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글쓴 전직 찌라시 기자다..
부끄럽기 그지없는 내용이지만, 좋게 봐주신분들 많아서.. 조금 더 쓴다. 이건 별로 재미가 없는 글이라서 죄송할 따름이다.
실상은 별 것 없는데, 온갖 칭찬을 늘어놓는 기사들이 있다. 특히 영화기사가 많이 그렇다. 그러나 그 외에도 칭찬으로 점철한 기사들이 많다. 딴지일보식으로 말하자면 “똥꼬 애무 기사” 정도 될 것이다..
이번에는 그 똥꼬 애무기사가 실제로는 어떻게 작성되는지 소개하겠다.
1인을 인터뷰하고 쓰는 기사에서 문답형 말고도, 재구성을 해서 글을 쓰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대개 좋은 말만 들어간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다
<남국의 태권도 고수 필리핀인 나바르씨>
“서울 서초구에 사는 필리핀인 필립 나바르(50·무역업)씨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태권도 수련을 한다. 1시간여 운동 후이 끝난 김씨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나이 50인 그의 근력은 20대 청년 못지 않다. 그는 90kg짜리 바벨도 거뜬히 들어올릴 수 있다.
운동후 그는 가벼운 아침식사를 하고 그의 일터인 00상사로 향한다. ...
그는 태권도 명예 대사로 활동 중이며... 어쩌고 저쩌고...
그는 태권도로 삶이 달라졌다고 한다....어쩌고 저쩌고..
그는 이웃돕기에도 열심이다.. 어쩌고 저쩌고..
그는 불타는 향학열로 석사과정도..어쩌고 저쩌고...
화목한 가정이 어쩌고 저쩌고..
앞으로 필리핀에 돌아가서도 태권도 전도사로 어쩌고 저쩌고.”
<불경기에도 돈을 버는 가게들..>
"성동구의 한 시장에서 피자를 만드는 박소똥(40)씨. 그는 밀려드는 주문량에 눈코뜰 새가 없다... 명예 퇴직 이후 그는 한동한 방황했지만, 이 시장에서 '시장피자' 가게를 차린 이후로 다시 활기차게 살고 있다. ..
그의 순수입은 한달에 300만원..어쩌고 저쩌고...
대출금도 다 곧 다 갚고 어쩌고 저쩌고...
그의 원칙은 친절.. 어쩌고 저쩌고..
단골만 1백명 어쩌고 저쩌고.."
이것도 지금 내가 즉석에서 쓴 것이니 기사의 진위여부를 따지지는 말길 바란다....
여러분은 이런 종류의 기사를 많이 읽어봤을 것이다..
언뜻 보면 서초구에 진짜 외국인 태권도 고수가 사는 줄 알겠지만... 그러나 실상은 겨우 1~2년 정도 배운 사람일 수도 있다. 이제 겨우 검은 띠 딴 사람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아직 뒤돌려차기도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대개 이런 애무 기사는 태권도 특집을 마련할 계기가 있으면 따라나온다... 관례상 외국인 사례를 하나 실어야 하니까..
둘째 기사는 전형적인 불황 탈출법 기사이다. 이렇게 하면 정말 불황이 탈출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 보면 정말 불황 중에서도 아이템만 잘 잡으면 돈벌기가 쉽다.
한번 의심해본 적 없는가.. 이런 기사에 나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왜 이리 완벽한가...
한번 생각해본 적 없는가.. 왜 나는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이런 기사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 불황을 이기고 돈도 잘 버는 사람이 나올까..
나는 이런 기사를 주례사 기사라고 부르고 싶다..(예전에 어느 평론가가 칭찬 일변도의 비평을 ‘주례사 비평’이라고 한 것을 본따서)
주례사는 좋은 말만 하지 않는가..
신문이든 잡지든 아니면 9시 뉴스 끄트머리든... ‘인물’ 기사가 있다. 물론 그 중에는 정말 본받아야 할 훌륭한 분들도 많다. 그런데 실상은 영 아닌 경우도 섞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르겠다.. 다른 언론사는 정말 훌륭한 분들만 많이 발굴했는데, 내가 무능력한 기자여서 사기꾼들이 눈에 띄었는지도...
예를 들어, 요즘에 양말을 수거해 세탁하는 신개념 틈새 사업 <양말나라>를 시작한 나선 김개똥씨가 기사 소재로 포착되었다고 하자... (다 지금 내가 지어낸 것이니 찾지는 말길 바란다.)
김개똥씨를 인터뷰하게 되는 경우는 주로 세 가지다.
1. 편집회의 때, 다른 사람은 관심이 없는데 나 혼자 나서서 “김개똥 인터뷰하면 기사가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이다. (즉, 내가 우겨서 취재 나간 경우)
2. 다른 사람은 전혀 관심이 없는데, 상사가 “어이 ooo야, 김개똥이 인터뷰 하고 한페이지 써봐”라고 지시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맘에 안들지만 마지못해서 나간다.(즉, 상관이 우겨서 내가 취재 나간 경우)
3. 내 생각과 상사의 생각이 일치하여 김개똥씨 인터뷰를 미는 경우.
그런데 정작 김개똥을 만나본 후..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처럼 별로 전망 있는 사업 같지도 않고... 아이디어도 허접하고...수익성도 없고...심지어 사기꾼 인상을 받을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최악의 경우 김개똥은 전형적인 언론 플레이를 하려는 작자일 수도 있다.
(의외로 언론플레이 하려는 사람이 많다... 자기 기사가 나가서 조금이라도 유명해져보려는 사람 생각보다 많다.)
우선 1번 사례처럼 내가 나서서 설친 경우를 보자
-> 남들은 관심이 없는데, 내가 우겨서 취재를 갔는데...저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말 난감하다. 사무실로 털레털레 돌아와서 “별거 없던데요...”라고 말하면, 주위에서 “씨바 거봐... 나설 때 알아봤다니까..진작에 내 말 듣지..”라며 비웃음을 당하게 된다. 자기가 우겨놓고서 자기가 틀어버리면 그거 꼴이 우습지 않은가...
그러면 이런 갈등의 상황에서 기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비웃음거리가 되고 무능력한 놈(즉, 나쁜 인사고과)이라는 평가를 당하더라도 양심을 지켜 김개똥에 대한 아무 글도 쓰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부족하고 힘들겠지만 뒤늦게라도 다른 기사 아이템을 찾아서 새 기사를 쓰려고 한다.
둘째, 욕 듣기는 싫고 새로 취재하려면 귀찮으니, 애무 기사라도 쓴다.
이런 기자들은 "어차피 사람은 긍정적 부정적 면 다 있으니"라고 생각하며, 가급적이면 김개똥의 긍정적인면만 보려고 노력한다. 좋은게 좋은거니까..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정당화 한다. 대단하게 포장한 기사를 쓴 다음 나에게 태클을 걸었던 다른 사람들더러 보란 듯이 출고한다. "거 보슈.. 내가 김개똥이 기사 된다고 하지 않았소.."라는 표정으로.
똥꼬 애무기사는 이렇게 1차적으로 탄생한다.
기자가 욕 얻어먹고 일을 더 하느냐, 아니면 좋은게 좋은거니 편하게 가느냐... 매너리즘에 빠지면 주로 후자를 택하게 된다. 열정에 가득할 때는 욕을 듣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지면 대충 애무하고 끝내려 한다.
이번에는 기자 자신은 내키지 않지만 상사가 시켜서 김개똥을 인터뷰한 경우(2번 사례)를 보자.
-> 상사가 시켜서 인터뷰 나갔는데, 정작 인터뷰 후 별 내용 없을 때 역시 고민을 하게 된다. 나의 선택은 다음 둘 중 하나이다.
첫째, "김개똥이 만나봐도 아무 기삿거리가 안 나오는데요. 뭐 아무 쓸 내용이 없는데요"..또는 "그 인간 사기꾼 같아요"라고 정직하게 보고한다.
둘째, 부장이 판단하여 나에게 시켰으니, 부장의 판단을 따라 그냥 묵묵히 애무기사 쓴다.
첫째 경우를 자세히 보자.
기자가 저렇게 보고하면 상사의 반응이
“음.. 그래 내가 잘못 판단했다. 괜히 나때문에 헛걸음 했구나. 헛수고하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라고 하겠는가,
아니면,
“이 새끼, 제대로 취재를 한거야? 너 임마 가서 뭘 물어보고 온거야? 너 임마 제대로 좀 해.”라고 하겠는가?
상사가 우겨서 나를 보냈다면... 한국 회사 문화에서 대부분은 둘째 경우가 벌어진다. 윗사람이 어디 자기 잘못 인정하던가..
그럼, 그 기자는 졸지에 일 못하는 무능력한 놈으로 찍히게 된다.
이런 상황을 앞두고 기자의 선택은 역시 두 가지다.
무능력한 놈으로 찍히더라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김개똥 기사를 안 쓰고, 다른 기사 거리를 찾는 방법과
아니면, 찍히지 않기 위해 “취재 잘 갔다 왔습니다” 이 말만 하고... 컴퓨터를 켜고 조용히 애무 기사를 쓰는 방법.
쓸개 빠진 기자들은 후자를 선택한다. 애무 기사는 이렇게도 나온다...
자, 이제 애무 기사를 써보자.
<신종 틈새사업을 펼치는 김개똥씨 '중요한 것은 사업 아이디어 입니다'>
“김개똥(39)씨는 요즘 소자본으로 신개념 틈새사업인 <양말나라>를 창업했다. 그는 양말을 수거하여 빨아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한편 이혼율이 늘어나는 요즘, 혼자 자취를 하며 살아가는 남자들이 많다. 자취를 하면 하루하루 빨래가 쌓이게 되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쌓이는 것은 양말이다. 그는 여기에 착안해 양말를 수거해 깨끗이 세탁해서 다시 배달해주는 양말 전문 빨래방을 차렸다... 어쩌고 저쩌고... 창업에 3천만원이 들었고 어쩌구 저쩌구... 한달 순수익은 300만원이 넘고 어쩌구 저쩌구...
15년째 자취를 하고 있는 고객 김모씨는 '너무 편리해서 좋다'라며 '진작 이런 서비스가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어쩌구 저쩌구
김개똥씨는 <양말나라>를 체인점 형태로 확장한 다음, 이후 코스닥 등록이 목표다... 어쩌구 저쩌구..“
(이것은 지금 지어서 쓴 기사이니, 설마 그럴 리는 없지만 독자여러분은 진짜 이런 사업이 있는 걸로 착각하시기 말길 바란다)
이게 전형적인 애무 기사다... 기자가 순수익이 정말 300만원인지 장부 확인을 할 리는 없다...
만약에 이 김개똥이 <양말나라> 체인점 사업을 시작해 투자자까지 받으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보통 김개똥 같은 작자들은 "00일보 보도" 또는 "주간00 보도" 라며 그 기사를 근거로 들어 투자자까지 모으기 때문이다..
이웃에 숨어서 봉사한다는 박새똥씨를 인터뷰해도 마찬가지로 애무기사를 쓸 수 있다. 이웃에 숨어서 봉사한다고 추천받아서 인터뷰해보면... 언론 플레이 하는 인간도 그 중에 숨어 있어서 물을 흐리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한다. 그래도 많은 기자들이 좋은 면만 억지로 보고 애무 기사를 쓴다.
이런 갈등의 순간에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애무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이다. 양심과 도덕을 지키는 것이다. 이런 정직한 기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수가 적다.
애무기사를 쓰고서 "내가 이렇게라도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양심의 가책과 자괴감이 드는 기자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무기사를 출고한 후 바로 앞에서 겪었던 자신의 고민을 다 잊어버리는 새끼는 문제가 있다. 좋은게 좋은 거 아니겠나면서...이런 사람들은 진짜로 반성해야 한다.
매너리즘에 많이 빠지면.. 무의식중에 애무 기사를 하게 되는 경지에 이른다. 나아가 이게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다. 지금 가판대에 널려있는 수많은 찌라시처럼...
아무런 고민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애무기사를 쓰는 새끼도 있다. 그런 기자 있으면 정말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걸러 내야 한다... 이런 새끼들이 다수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좀 암담한 것이다.
혹시 이거 보는 현직 기자들 있으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과장되게 기사 쓴 적 없는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쓴 적 없는지...
다음은 실제 애무 기사 사례를 보자..난 처음에 이게 애무기사인줄도 몰랐다..
기사는 다음과 같다. 좀 길어서 가운데와 뒤를 대폭 잘랐다. 그리고 학교는 내가 익명 처리를 했다. 2003년 6월 J일보의 기사다. 더 자세히 소개하면 명예훼손에 걸릴까봐 여기까지만..
제목: 고교생들이 1인승 車 개발
<밤 늦게까지 학교 작업실에서 뚝딱거리며 기술 한국을 이끌어갈 꿈을 키우는 고교생들이 있다. 서울 00고의 동아리 '자동차.항공기 연구반'(지도교사 000) 학생들....
...그 뒤 휘발유 1ℓ로 1천㎞를 달리는 차, 인력 잠수정 등을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달 말 1년여 작업 끝에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1인승 자동차를 완성했다. 길이 2m20㎝, 폭 90㎝에 바퀴가 셋인 이 자동차는 무게가 35㎏ 밖에 되지 않는다. ...
1ℓ로 1천㎞ 가는 차는 울산 현대자동차 주행장에서 시험까지 했다. 한사람이 들어가 엎드린 형태에서 달리는 식. 마찰과 공기 저항을 워낙 적게 설계해 어느 정도 속도에 이르면 엔진을 꺼도 한참 더 달리게 한 것이 연료를 거의 들이지 않는 비결이다.>
이것 보면 정말로 대단한 학생들 아닌가...무슨 수퍼특공대가 따로 없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대학원 실험실도 아니고, 한국의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해봤자 얼마나 할 것 같은가... 나는 정말 의아했다..
우연히 여기 고등학교의 자동차 동아리에서 있는 학생이, 나와 좀 아는 사이라서 한번 물어본 적이 있다.
“나 저번에 신문에서 니가 있다는 동아리 본 것 같다. 거기 기자가 찾아갔었냐? 나온 거 다 진짜냐?”
그 애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저도 양심의 가책을 느껴요...”
내가 당사자와 이야기해보니 당사자가 직접 과장된 기사라고 말할 정도였다..비록 이 기사로 이익을 당장의 얻는 사람은 없을지라도(지도교사가 인사고과에 좋게 반영되는 정도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애무기사, 주례사 기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 고등학교 자동차 동아리가 유명하다길래 찾아가봤더니.. 여러분이 예상할 수 있는 실상은 "헌 자동차 분해나 해 놓고.. 사실 뭐 하는 것도 없더라..." 이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그대로 쓰면 기사가 되지 않는다. 울긋불긋 덧칠을 해야 기사가 된다.....
더 웃기는 것은 취재 기자가 충분히 덧칠을 하지 않았을 때 위에서(흔히 말하는 데스크) 덧칠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 복마전이 따로 없다.
더 조직적으로 애무기사를 쓸 때도 있다. 언론사의 스폰서, 즉 광고주와 연관이 되어 있을 때이다. 바로 광고성 애무기사다. 이것은 가히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기업 또는 그 기업의 신상품에 관한 애무기사가 나갈 때는 눈여겨보라... 그 신문이나 잡지에 조만간(하루나 이틀 뒤, 또는 당일... 주간지라면 1주일 뒤) 그 기업의 광고가 실린다...
이것은 언론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자 관행이다. 특히 한푼이 아쉬울 정도로 자본이 취약한 언론이면 이런 짓이 더욱 심해진다. 대상은 대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중소기업, 벤처기업도 다 해당된다. 광고국(또는 광고부)에서는 광고를 수주받고, 편집국에서는 애무 기사를 써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자면, 어느 회사의 고해상도 폰카 신제품이 나왔면... IT 섹션에서 이것을 소개하는 광고성 애무기사를 쓰고.. 곧이어 그 폰카의 하단광고 또는 전면광고가 나오는 식이다...
신제품이 나오면, 때맞춰 그 회사 사장을 인터뷰하는 방법도 있다.
신제품 아니어도, 신규 사업 아니어도... 애무는 가능하다. 요즘 잘 나가는 제품, 요즘 잘 나가는 사업으로 써 주면 되니까.
일간지보다 조직구조가 단순한 주간지의 경우, 편집장이 이런 광고성 애무기사 작성을 직접 지시한다. (이미 광고를 실어주면 기사를 내준다는 거래가 성사된 후다.)
나는 이것이 심각한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기업이나 상품의 애무기사는 곧 광고나 마찬가지다. 이것은 독자에게 돈을 주고 광고를 사게 하는 행위 아닌가...
첨단 신제품은 아니지만... 내가 요 몇년동안 눈여겨 본 상품이 있다.
좀 허접한 예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가시오가피다.
여러분 혹시 신문에 거의 매일 같이 실리는 ‘가시오가피’ 광고 본 적 있는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가시오가피 시장은 한 8백억대는 된다고 한다.
다음에 신문 볼 때 광고란에서 박스광고를 눈여겨보라.. 하단광고가 아니라 박스광고다... 돈이 얼마나 많은지.. 계속 광고를 싣는다. 주요 일간지에는 다 싣기 때문에 광고비 수억은 뿌렸을 것이다.
아래 주소에서 보면 그 사람 얼굴이 나오니.. 한번 눈여겨 보라. 문제의 흑백 광고에서도 같은 사람이 나온다.
http://news.naver.com/news_read.php?oldid=20030702000062484055 이것 광고가 처음 실린 지는 진짜 오래됐다.. 내가 기억하는 것만해도 몇년은 된 것 같다. 요즘은 홈쇼핑 광고에서도 본 것같다.
가시오가피 생산하는 데가 주로 두 군데인 것 같고, 그들끼리 심각한 갈등도 있는 것 같다. 광고를 주로 때리는 데는 한 군데다.
이 오가피 회사가 언론플레이를 하는지... 아니면 기자가 알아서 기는 지는 알 수 없지만...조깥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제 애무를 어떻게 하는지 좀 모아봤다... 분량이 부담되시면, 인용 기사의 제목만 읽어도 무방하다. 모든 기사는 일부분만 발췌했다.
1. [굿데이] (2003년 7월 2일자)
제목: '토종 오가피로 국민건강 증진과 농촌 부흥을 이루겠다.'
<오가피 연구에 30년을 바친 ㈜수신오가피(www.ogapyfarm.co.kr) 성광수 사장(60). 우량 오가피 보급과 좋은 오가피 제품 개발을 위한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오가피 박사'의 집념이 여름을 달구고 있다. >
전형적인 애무 기사의 리드(기사 도입부)이다... 보통 이런 광고성 기사는 친절하게 웹사이트도 달아 놓는다...기사 중에 웹사이트까지 친절하게 달아 놓은 곳은 홍보용 기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경제 신문 중에는 무조건 웹사이트를 달아 놓는 곳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닌데도 웹사이트를 달아 놓는 것은 바로 홍보용 기사라는 뜻이다.
집념. 외길 인생... 씨바 좋다 이거야.. 그 다음을 보자.
2. [경향신문] (2003년 4월 6일자)
제목: 오가피가 ‘지친 農村’ 보약 될
<그의 오갈피 농장은 충남 천안 국도변에 자리잡고 있었다. 컨테이너를 붙여 만든 임시 사무실. 농장 곳곳에 배치된 작업장과 창고, 식당 건물도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내 최대의 농사꾼을 꿈꾸는 성광수(成光洙·60) 사장의 농장은 얼핏 보기에 볼품이 없었다. 투박한 첫인상. 말투도 툭툭 내뱉는 듯, 그리 부드러운 편은 아니었다. 거친 땅을 일구며 살아온 때문일까. 괜히 헛다리 짚고 멀리 취재하러 내려왔나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인터뷰는 이렇게 심보가 약간 어긋난 상태에서 시작됐다.>
여기선 오가피를 심지어 오갈피라고 썼다... 이 인용문 뒤에는 어떤 말이 이어질 것인지 뻔히 예상되지 않는가.. 첨에는 투박한 인상이었지만.. 나중에는 엄청난 띄워주기를 한다. 독자들 행여 심심하시면 검색 사이트에서 (오가피 성광수) 이렇게 검색해보라...
2. [문화일보] (2003년 3월 20일자)
제목: "까치와의 전쟁 이젠 승리만 남아
<국내 최대 토종오가피 생산업체인 ‘수신오가피’ 성광수(59) 사 장의 양복 바지와 구두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오가피 농장을 직 접 돌아다니느라 흙이 여기저기 묻어 있다. 그래도 신경쓰지 않 는다. 신경쓸 일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시 짜증이다... 그리고 실망이다.
3. [국민일보] (2002년 10월 13일자)
제목: [이 사람이 사는 이야기―성광수대표] 성광수식 농사법이란
<성광수씨가 남다른 농부인 것은 오가피뿐만 아니라 그가 재배하는 고구마나 배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충남 천안 수신면 일대에 배나무 3000천 그루를 과수하고, 오가피를 처음 재배하게 될 전국 농장에는 토지개량을 위해 1년간 고구마를 경작한다.>
성광수식 농사법.. 농사법 소개하는 척하면서, 나중에는 오가피 찬양이 나온다...
4. [중앙일보] (2001년 10월 25일자.)
제목: [네이션 피플] 천안 농민 성광수씨
<배 풍년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져 재배농가들이 시름에 젖어 있는 요즘 판로와 수익에 걱정이 전혀 없는 농민이 있다.
충남 천안시 수신면 일대 과수원 1만2천평에서 배 1백여t을 생산한 성광수(成光洙 ·57)씨.15㎏들이 한상자에 다른 농가에서는 3만원 이하에 판매하지만 그는 4만원 이상에 팔고 있다.成씨가 이같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당도가 높고 배가 굵은데다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최대 오가피 재배자로 20여년 전부터 수신면을 비롯해 직산·오창 등 전국 11곳 75만평에서 전국 오가피 유통량의 90%를 생산해왔다.>
시름없는 농민.. 돈 많이 버는 오가피 사장님... 배를 소재로 기사를 시작했지만, 역시 이것도 오가피 얘기다. 수많은 배 농사 농민 중에 왜 하필 이 사람을 인터뷰했겠는가.. 오가피 때문이다.
5. [동아일보](2001년 10월 11일)
제목: [전국체전]체전 임원들 ' 색다른 견학 코스'
<제82회 전국체전이 열리고 있는 충남 천안을 찾은 전국의 시도 임원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견학코스가 있어 화제.
바로 국내 ‘오가피의 전도사’로 불리는 성광수씨(59·수신오가피 대표이사)가 운영하는 수신농장의 배밭. 성씨는 20여년 전부터 오가피를 재배해오며 피로회복에 큰 효능을 가진 오가피 추출액을 황영조 이봉주 등 마라토너는 물론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대표선수들에게 무상 제공해 국내 체육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
진짜 못말리는 경우다. 전국 체전 기사에서까지 오가피 애무를 한 것은 정말 못봐줄 정도다... 전국체전 취재나갔으면 그거나 취재하지, 웬 오가피 타령이냐...
6. [스포츠 투데이] (2001년 3월 20일자)
<토종 오가피 최대 재배인인 수신물산(02-968-0005)의 성광수 대표는 17년간 시험재배를 거쳐 96년부터 오가피를 보급 중이다.“타국의 가시오가피가 뿌리에만 주로 약성이 있는 반면 토종은 줄기,잎에도 뿌리 못지않은 약성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누구나 부작용이나 해 없이 복용할 수 있다>
아주 구입하기 편하라고 전화번호까지 달아놨다. 이게 어떻게 기사가 될 수 있는가. 너무 화가난다. 하다못해 한약재를 먹어도 골라 먹어야 하는데...부작용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는가..
한국일보, 일간스포츠(다 2001년도) 다 이사람 애무 기사가 있다. 하지만 너무 글이 길어질가봐 안 쓰겠다..더 검색하면 더 나올지도 모른다.
보라 온갖 형태의 애무 기사가 등장하지 않는가.. 그 매일 같이 실리는 광고가 그리 대단한가...물론 대단하다 광고의 위력은.
나아가 이 오가피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기존의 이런 애무형 언론보도가 기업의 홍보자료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는 무료배달 해준다고 하니까, 폐지 수집에 관심있으면 한번 받아보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광고주 -> 기자는 애무기사를 작성 -> 애무기사가 기업의 홍보자료로 인용됨
위 도식에서 보는 것처럼, 애무기사는 그 기사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쁜 파장을 미치게 된다.
아무래도 오가피 회사 입장에서는, 예를 들어 "오가피 좋아유~"(똘이엄마, 분당 거주) 처럼 일반인의 말을 인용하기보다는 "오가피, 피로 회복에 큰 효능"(동아일보)처럼 언론을 인용하는 것이 훨씬 공신력이 있게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쉣무비인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를 00일보가 "달콤 쌉사름 유쾌 상쾌한 사랑 이야기"라고 똥꼬 애무해 놓으면,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홍보하는 사람들은 이 보도를 인용하여 이용해먹는다. 다행히 이 영화 애무한 기사는 없는 것 같지만..)
그럼 이제 참고로 이것도 한번 보길 바란다. 이것은 애무 기사의 예가 아니다. 오가피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적당했다. 과대 비방광고로...
7. [머니 투데이] (2002년 8월 16일)
제목: 수신오가피 부당광고 과징금 1800만원
[머니투데이]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오가피류 건강보조식품을 광고하면서 허위·과장, 부당비교 및 비방광고를 한 수신오가피(대표 성광수)에 대해 1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수신오가피가 근거없이 오가피 성분에 대한 광고행위를 했으며 타사 제품을 비방하는 하는 등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중략)
공정위에 따르면 수신오가피는 지난 5월 조선일보 등 주요 일간지에 자사 제품을 광고하면서 판단기준으로 인정받지 못한 '아칸토싸이드D'가 오가피의 질을 결정하는 물질이라고 광고했다. 또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실험자료를 토대로 자사제품이 타사제품에 비해 '아칸토싸이드D' 함유량이 높다고 알려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아칸토싸이드D'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타사 제품은 가짜이거나 질이 떨어지는 것처럼 비방했다.
(후략)
어떤가.. 역겹지 않은가...
과거 80년에 전두환 애무하고 이러던게 갑자기 나온 게 아닌 것 같다. 애무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다...예전에는 권력에 애무했다면, 요즘에는 광고주에 애무를 한다. 박스 광고주라도 지속적으로만 내 준다면 대기업 광고주 못지 않을 것이다.
난 매일 같이 일간지에 박스 광고를 내는 이자가 누굴까라는 의아심에서 추적해본 것일 뿐이다.. 이런 행태는 빙산의 일각이다.
알게 모르게, 광고 수주와 관련된 구린 기사들이 정말 많다...대기업의 신제품 소개 기사를 실어주면.. 곧 광고가 실린다. 광고는 언론의 생명줄이다. 그러니 이런 웃기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영화를 위해 애무하는 것도 나쁘지만... 광고주를 위해 애무하는 것은 범죄다... 앞서 얘기했듯 독자에게 돈을 받고서 기사가 아닌 광고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자들 저 취재 끝나고 집에 갈 때 오가피 한 박스 얻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대개 애무 기사를 위해 취재하러 가면, 대개 식사라도 대접한다... 아마 돌아가는 길에 오가피 한세트 줬을지도 모른다)...애무 전문 기자들 정말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얍쌉한 기업일수록, 기사를 스크랩해서 코팅하여 사무실 곳곳에 붙여놓기 마련이다...그리고 홍보성 기사 나오면 그 기자에게 전화해서 고맙다고 전한다. 그리고 식사한번 같이하자고 한다...
여러분들.. 상품 홍보 기사든, 인간 홍보 기사든 좋은 말만 있는 기사는 절대로 믿지 말고, 항상 상당한 덤을 떼고 읽기를 바란다.
나는 짧은 기자 생활 이후, 언론을 더더욱 불신하게 되었다. 속지 않으려면 기사의 딱 반만 신뢰하기를 권한다. 조중동 메이저든, 그 외에 마이너 신문이든, 잡지든, 방송 뉴스든... 설령 진실이 70%일지라도 딱 50%만 신뢰하라..
우리는 혹세무민의 세상에 살고 있다. 속고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출처:딴지일보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