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저는 노래 참 잘한다라는 말을 간간히 듣곤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제가 진짜 좀 하는 줄 알고 나중에 대학가면 대학가요제도 나가고, 가수 도전해 볼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앞에 있는 도서관에서 설렁설렁 봉사 시간을 채우던 어느 날이었어요. 같은 반 여학생 하나도 같이 봉사 활동 중이었는데, 이 친구로 말하자면 정말 세상 때가 하나도 묻지 않은 것 같은 순수하고 착한 소녀였습니다. 남에게 상처주는 일은 절대 못하는 아이였죠.
제가 무심결에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듣더니, 이 친구가 감탄하며,
"와~ 너 진짜 노래 잘 한다. 나중에 사이버 가수해도 되겠어"
"... ???"
그냥 칭찬으로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해요.
보통 노래 잘 하는 친구를 보면 너 가수해도 되겠다라고 하지 않나요? "사이버 가수"해도 되겠다라니...
넌 절대 TV에 나오면 안되는 비주얼이야라는 얘기를 너무 순수한 표정으로 내뱉는 그 친구의 얼굴을 보며 저는 저의 헛된 꿈을 시작하기도 전에 접었습니다.
아직도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옛날 토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역시 연우신한테는 안되겠어"라는 내게 "맞을래여? 어디다 갖다대. 넌 유희열보다도 못해" 라는 와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