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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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먹고 살만해지면 널직한 마당이 있고 지붕 꼭대기엔 다락방이 달려있는 「초원 위 그림같은 집」을 꿈꾸기 마련이다. 경기도 일산에 가면 아파트 숲 사이에 반듯하게 단장된 목조주택을 볼 수 있다.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그 모습 그대로다.「다인」의 백종원사 장(30). 그는 「꿈의 집」을 짓는 국내 목조주택시장의 선두주자. 강남 논현동 에서 유명한 「원조쌈밥」집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목조주택의 설계에서 부터 자재공급 시공까지 맡고 있는 「다인」의 연간매출액은 약 50억원 대. 국내 목조주택시장이 걸음마 단계여서 아직 큰 편은 못되지만 그는 수 년내에 1천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할 목주주택자재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 지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목조주택은 단시간내에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닙니다. 3만여가지나 되 는 자재 가운데 3백여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자재구입은 축적된 노하우 가 없으면 엄두도 못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린 이 미래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백사장은 교육자 집안에서 성장했다. 할아버지는 충남 예산에서 사학 재단을 운영중이고 아버지도 고위 교육공무원으로 재직하다 얼마전 은퇴 했다. 교육자가 되기를 바라던 집안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회복지학(연세대) 을 택한 그는 대학시절에도 공부와 담을 쌓고 지냈다.「사업」이 그의 「교양」이자 「전공」이었던 탓이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장안평 중고차시장에서 잠시 브로커로 지내기도 했고 대학 1학년때는 친구들과 아르바이트 삼아 일한 호프집을 한달만에 인수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후 「물장사」등 몇차례 업종을 바꾸면서 3학년때까지 3개의 가게를 운영, 15억원대의 자산가로 성장했다. 한때 그는 가게들을 처분, 강남 유명호텔 나이트클럽을 인수하려고 했다. 그런데 낌새를 채고 은밀히 뒷 조사를 한 집안에서 실상을 알고는 아연실색, 입대하면 「좋은 곳」으로 빼주겠다고 유혹 학사장교를 지원하게 했다. 멋도 모른채 경북 영천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던 그가 첫 면회때 들은 어머니 말씀은 『그간 행적을 모두 알고 있으니 꼼짝 말고 군복무 나 열심히 하라』는 것. 가슴이 철렁했다. 설상가상으로 입대후 「자정이후 유흥업소 영업금지방침」이 떨어지면 서 헐값으로 가게를 처분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일이 꼬이려는지 남은 돈 을 모두 털어넣은 주식투자마저 부도가 나버렸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 하면 속이 쓰릴 정도. 하지만 백사장은 끼는 군에서도 잠들지 않았다. 제대 1년을 앞두고 간부식당 운영을 스스로 맡아 식단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된장찌개를 뚝배기에 담아주는 변화를 보이더니 나중에는 식단자체를 부페식으로 개 조했다. 남기면 벌금 1천원. 덕분에 잔반통이 평소의1/4로 줄어들었다. 제대후 그는 군대에서 모아둔 돈 1천4백만원으로 논현동에 10평 남짓 한 인테리어 사무실을 냈다. 사업이 좀되나 쉽더니 건축경기가 불황으로 접어들면서 노는 날이 많아졌다. 순전히 6명의 직원들에게 월급줄 생각 으로 망한 식당을 인수해 쌈밥집을 차렸다. 『새벽4시에 일어나 가락시장가는 것을 시작으로 식당종업원 카운터 주 차요원 등 1인 다역을 했습니다. 물론 새벽2시까지 설겆이도 같이 하고 요. 아침마다 거울보고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연습을 1백번씩 했습니 다』. 그래서인지 백사장은 아직까지도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백사장이 직접 개발한 소스와 쌈장맛, 그리고 대패삽겹살(이는 백사장 은 특허신청을 낼 계획이다)때문에 매상은 날개돋힌 듯 올라갔다. 음식 점으로 번돈을 백사장은 인테리어사업에 쏟아부었다. 직원도 늘렸다. 주 식투자의 물타기식으로 위기에 더많은 투자하는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직원들에게 목조주택에 대해 공부하라고 책을 사줬다. 소득이 높아지 면서 미국식주택이 각광받을 것이란 판단이었는데 몇년 뒤 이 계산이 기 가 막히게 맞아들었다. 94년부터 목조주택 붐이 일면서 백사장은 식당운영을 딴사람에게 맡기 고 목조주택에 달라붙었다. 우선 미국의 자재공급업체 PGL사와 손을 잡았다. 시공업체들이 집을 짓다가 자재가 부족하면 백사장에게 연락하 기 시작했다. 백사장은 현재 일산 과천 양수리등에 목조주택을 짓고 있지만 앞으로 는 자재를 공급하고 목조주택을 짓는 노하우 전수하는데 주력할 계획이 다. 1단계로 원주에 있는 건설업체에 노하우를 전수,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치기도 했다. 사업밑천이었던 쌈밥집도 여전히 성업중이고 평촌과 안산분점도 명소 로 자리잡았다.『어려운 처지였던 분점 주인들이 사업이 잘돼 고맙다며 찾아올 때가 제일 기분좋다』고 말하는 그는 아직 총각이다. 「너무 바 빴기」 때문이다. 백사장의 요즘 건축자재 조립공장 등 다양한 사업구 상을 하고 있다. 계열사가 생기면 어려울 때 같이 고생한 멤버들에게 사 장자릴 내어줄 생각이다. 다인(Dyne)은 원래 물리학에서 힘의 절대단위를 뜻한다. 그런데 한학 을 하시는 아버지 친구분이 다인(많은 이웃과 함께 한다는 뜻)이라는 뜻 풀이를 해주셨다. 백사장의 가슴 한구석엔 언제나 이말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