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난다...
오늘의 해가 떠버렸다... 베개에서 느껴지는 내 땀내를 음미한다... 좆같다... 아직 이른 새벽이라 그런가 방이 어두컴컴하다...
시계를 보니 오전 4시, 닭들도 아직 목을 가다듬을 준비나 하는 시간이다...
밍기적밍기적거리며 휴대폰을 켠다... 디시를 본다... 새벽반 앰생들이 오늘도 개소리를 해댄다... 키득키득 쪼개다가 문득 뇌리로 지금의 내 현실이 지나간다...
25세 고졸 정공... 내가 저 새끼들보다 나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퍼진다...
디시를 보며 시간을 허비하다 보니 오전 6시... 갓수였다면 잠에 빠져들 시간이건만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한 알바의 생활리듬에 몸이 적응해버렸다... 하지만 딱히 할 일은 없다...
네이버를 켜니 메인에 뉴스가 보인다... 증시 하락, 경제 전망 불투명, 대학 입시제도 논란, 미중 무역전쟁 등등... 댓글에선 나라나 사회의 앞날을 걱정하는 말들이 많다... 나도 예전엔 저런 글을 쓴 적도 있었는데... 이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앰창인생이 무슨 남 걱정을 한다고...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다 '사회를 걱정하는 나는 선민이 아닐까?' 하는 망상에서 시작됐던 것 같다... 어린 상처가 폐부를 찌른다... 마음이 아파졌다...
오전 8시, 가족들은 다 나갔다... 집구석에는 한 마리 외로운 찌르래기만 남아있을 뿐이다... 컴퓨터를 켠다... 유머 사이트를 돌아다니고 마루마루를 보며 시간을 죽인다... 히로인이 비현실적이니 스토리가 진부하니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보다 진부한 건 없다는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린 것 같다...
오전 11시 30분,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냉장고를 열어본다... 별 거 없다... 계란... 김치... 밑반찬... 기타 등등...
밥에 계란프라이와 간장을 얹는다... 참기름도 조금 넣어줬다... 맛있다... 방구석 밥벌레는 이렇게 오늘도 쌀알을 낭비했다...
오후 2시...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가 만나자고 한다... 요즘 일하느라 바쁘다던데 웬일일까... 달력을 보니 주말이었다... 그렇구나...
ㅇㅋㅇㅋ 라는 카톡을 보내고 화장실로 간다... 머리를 감으며 손톱에 낀 때를 벗기고... 오랜만에 수염도 깎고... 거울을 본다... 멸치였던 나는 사라지고 축생 한 마리가 인간마냥 거울을 바라보는 게 눈가에 들어왔다... 살을 빼야할까... 언제나 말만으로 끝나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갔다...
친구를 만났다... 안부 전화 좀 하라는 소리와 함께 오늘은 자기가 밥을 산댄다... 고마운 녀석이다...
점심은 돈까스를 먹었다... 친구 녀석은 밥을 먹으며 일이 힘드네, 사수가 어떠네, 다른 애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네 같은 소리를 한다...
저 녀석은 샘숭 모 공장에 입사한 녀석이다... 좆고 시절엔 나보다 공부를 못한다며 되도 않는 무시했었으나 결국 나와 똑같은 전문대를 가게 되었다... 난 자괴감과 우울감에 빠져 자퇴를 결정했고 저 녀석은 끝까지 다녔단다... 결국 한 녀석은 고졸 백수 신세이고 다른 한 녀석은 당당히 머기업에서 기술을 배우고 있다...
자괴감과 자학이라는 핑계를 대며 현실을 보지 않은 결과였다...
친구와 대화를 하다 보니 입은 웃고 있지만 가슴은 조여오는 듯한 기분이 가시지를 않았다... 로스까스... 무슨 맛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친구와 동전 노래방에서 노래 좀 땡기니 어느덧 5시 정도가 되었다... 친구는 다른 약속이 있다며 공영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갔다... 면허도 있구나... 난 면허도 안 땄는데...
무거운 발걸음으로 강변을 걷는다... 난 지금까지 뭘 했더라... 어차피 내 인생 망했다며 알바나 전전하다 돈 좀 벌면 집에서 틀어박혔고, 돈이 떨어지면 알바를 하는 생활이었다...
아무런 생각도 계획도 없는 삶... 가축과 다름 없다...
집까지 돌아왔다... 어머니가 밖에서 놀다 왔냐고 물어보신다... 네... 짧은 대답... 어머니가 저녁은 먹었냐고 물었다... 먹었다고 대답한다... 방으로 돌아갔다...
컴퓨터를 켠다... 디시에선 '주말 저녁에 디시하시는 분들 직업이?' 라고 묻는 글이 올라와있었다... 현직 자택경비원입니다...
유머사이트에선 친구와 어딜 갔다는 글이 올라와있었다... 댓글에선 친구도 있고 부럽네~ 라는 컨셉러들의 말이 쓰여있었다...
나도 친구와 어딜 가기는 했지... 하지만 저들이 부러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밤 10시... 약간 피곤해졌다...
컴퓨터를 끄고 이불에 누웠다... 휴대폰으로 마루마루에 들어가니 새 만화가 올라와있다... 댓글에선 왼쪽이니 오른쪽이니 난리다... 킥킥... 영혼 없는 웃음소리가 나왔다...
유머사이트에 들어갔다... 누군가의 감성팔이 글이 눈에 들어왔다... 23살인데 진로가 걱정이란다... 내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20살에도... 22살에도... 23살에도... 나도 저런 글을 썼었다...
댓글에는 위로의 말이 가득했다... 젊은 나이입니다! 무언가 하려고만 한다면 못 할 것도 없지 않을까요? 작성자님 화이팅입니다! ...난 위로를 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낮에 거울에서 보였던 초라한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이렇게 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옆방에서 또 큰소리가 난다... 어머니와 동생들이 싸우나 보다... 이불을 뒤짚어쓴다... 눈물에 이불이 조금 젖었다...
내일은 꼭 자살하자고 마음먹는다...
물론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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