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개그 (61) – 산중문답 “약주”의 정의>
E 빗소리 + 스승의 코고는 소리
스승 : (코고는 소리) 드르렁! 드르렁!
제자 : (혼잣말로) 오늘도 여전히 수업은 뒷전이고 주무시겠다. (한숨 쉬며) 알아서 하십시오. 저도 더 이상 징징되지 않겠사옵니다. 왜냐하면 이것 또한 저의 운명이니까요. 저 팔자가 오죽하면 이곳 산까지 기어 올라와 스승님을 만났겠사옵니까? 만난 것은 그렇다 쳐요. 근데 뭐에 씌어 스승님의 구라에 넘어 갔는지. 생각만 해도 부하가 치밉니다. 아무래도 이 마음 달래려면 술 좀 마셔야 겠사옵니다. 술이 어디 있지? 맞아 스승님이 즐겨 마시는 약주가 있지. 죄송하지만 한 모금 하겠사옵니다. 술병 척! 입에 척! 꼴깍! 꼴깍! 꼴 꼴꼴! 아이고 이거 어쩌나 손이 떨려 그만 반병을 마셔 버렸네! 아이고 취해! 막 소리 지르고 싶네! 고양이 나와!!
스승 :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누구냐! 술 취한 쥐새끼처럼 소리를 지르는 놈이!
제자 : (시비조로) 노형?! 그냥 자던 거 계속 자세요?
스승 : (기가 차) 노형?! (애써 진정하며) 이것보세요? 제자님! 저 스승이에요?
제자 : (술 취한 톤으로) 거참 말이 많네! 그러니까 자라고!
스승 : (버럭) 뭐야! 이 녀석 도저히 안 되겠구먼! 이거나 먹어라! 구정물 쏴아!
제자 : 허푸! 허푸! 이건 무슨 구정물이야?!
스승 : 왜?! 무좀 걸린 발이 너무 가려워 식초를 물에 타 담근 물이다! 됐냐?!
제자 : 뭐요?!
스승 : 너 교칙을 잊었는가? 본데. 부칙1 술 먹고 주정을 부릴 시는 정학내지는 근신에 처한다! 그래서 말인데 하산해야 겠는데요.
제자 : 아,,,아니옵니다. 엎드려 사죄하고 바로 수업에 들어가겠사옵니다. 넙죽! 그럼 질문을 하겠사옵니다. 이토록 사람의 이성을 흔들리게 하는 “약주”의 정의는 무엇이옵니까?
스승 : (어이가 없어) 좋아! 이번은 첨이니까 봐 주지. 그럼 바로 정의를 내리겠다. 약주는 "바닥"이니라.
제자 : 제일 밑이요. 그건 왜 그렇사옵니까?!
스승 : (짜증) 인석아 왜긴 왜야! 브레이크가 안 걸려 밑동을 치니까 그렇지! 기분전환으로 조금만 먹으면 될 것을 술과 무슨 원수가 졌다고 죽기 살기로 퍼마셔. 하늘이 돈다든지. 땅바닥이 일어선다든지. 헛소리를 하면서 땅바닥에 오바이트를 해서 전을 부치고, 아무데서 나 방뇨를 하고 말이야. 그야 말로 가관이지 않느냐. 어디 그뿐이냐. 그들의 죄를 확실하게 물어야할 법원에서도 마저 참작해주니 이거 문제가 아니냐. 정말이지. 오늘날의 음주문화 걱정된다. 걱정돼. 술은 원래 정을 나누는 미덕의 음식인데 말이야. 그래서 이런 말도 있지 않느냐! 주고받는 우정 속에 싹트는 사랑 말이야! 어이고! 언제나 그런 날이 오련 지 걱정된다. 걱정돼. 안 그러냐? 사랑하는 제자야.
제자 : 맞사옵니다. 하오면 스승님께서 약주만 드셨다하면 잠자는 저를 깨워 고장 난 전축처럼 하신말씀 또 하시는 것도 그 못된 음주문화와 같은 맥락이옵니까?
스승 : (당황해) 이 인마! 그건 교육점검이야! 그동안 네가 나의 가르침을 얼마나 깨우쳤나 가름하는 나만의 교육검열방법이야! 근데 뭐?! 좌우지간 저 녀석은 남의 속도 모르고 한심한 취객으로 모는 나쁜 버릇이 있다니까. 교활한 녀석 같으니라고! 인마! 그렇게 내가 싫으면 당장 하산하라니까!
제자 : (단호하게) 그렇게는 못하옵니다! 입버릇처럼 말씀 드렸듯이 소인의 신념은 절이 보기 싫다고 떠나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겁니다!
스승 : (빈정대며) 그래?, 그럼, 알아서 해라! 내 기필코 네 고집을 꺾고 말테니까! 그럼 난 또 한숨 때리려니까. 알아서 놀아라. 드르렁. 드르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