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설날 설빔을 곱게 차려입었으나 딱히 친척이 모이지도 산소를 가지도 않는 집이라 날씨가 좋아진 김에 포켓몬도 할겸 딸기 산책을 가자! 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사진이 매우 흔들리네요. 너무 신나해서 실은 포켓몬 할 시간도 사진 찍을 시간도 없었다 합니다..(...)
여튼... 딸기의 산책룩은 이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좋아하면서도 무서워 하는 아이라서 예쁘게 꾸며놓으면 행인들도 동내분들도 딸기를 대할 때 목소리가 부드러워져서 가급적이면 산책할때는 예쁘게 옷을 입히고 머리도 새로 묶거나 핀을 다시 꽂거나 해서 나갑니다.
그래서인지 예쁘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많고 산책 경로에서 고정적으로 꼭(문이 닫겨있음 문을 긁어서라도 왔다는 티를 내어) 들러보는 곳도 생겼습니다.. (..왜 미안함은 나의 몫인가...)
어쨌든 저희 동네 포켓스탑은 평소의 산책루트가 아니라 조금 떨어져서 버스 3~4정거장? 정도로 떨어진 공원에 두갠가 있습니다. 그래서 날씨도 오랜만에 따뜻한 김에 거기까지 가자! 하고 목표를 잡고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도 동물병원에 가면서(포켓스탑과 집 중간정도에 위치 합니당) 늘상 가는 길이라 딸기도 딱히 어색해 하지 않고 잘 가더군요.
보통 저는 딸기와 산책을 할때 중간중간 딸기에게 시선을 많이 줍니다. 특히 딸기가 뭔가 냄새를 맡거나 관찰하는거 같으면 아예 서서 기다리는 편입니다. 이때도 딸기는 가로수 옆에서 한창 멍멍이 sns를 확인 중이었을겁니다. 가만히 딸기 하는 양을 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컹! 하고 소리가 들리더군요. 얼핏 듣기에도 중 대형견이라 오오! 큰개! 하는 마음으로 그쪽을 봤는데.. 보더콜리더군요. 예뻤어요 정말... 발랄하게 뛰면서 버스를 향해 짖고 지나가던 지상철을 향해서 짖는데.. 아무리 봐도 보여야 할게 보이지 않더군요. 네 그 아이는 리드줄 없이 혼자 발랄하게 뛰고 있었습니다...ㄱ-)...
저 같은 경우는 태어날때부터 집에 대형견이 있어서 (무슨 깡인지) 엄마께서 할일 많을땐 보행기 태워서 마당에 방치해두면 대형견이랑 같이 놀면서 컸고..(...이거 실은 매우 위험합니다 따라하지 마세요) 커 오면서도 동물 좋아하는 아빠와 친척 어른들 탓에 맹도견으로 분류되는, 그 당시엔 불법인지 몰랐지만 투견대회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도사견, 핏불이나 도베르만 등등의 좀 살벌한 개들도 많이 보고 만져오고 이뻐해주고 자란데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갔지만 진돗개 견주로도 꽤 있었던 터라 보더콜리가 뛰어오는게 기실 크게 위협이 되진 않았습니다만... 혼자 있는것도 아니고 딸기의 경우 저런 개가 만에 하나 입질이라도 하면 큰일이기에 얼른 안아들어 펀들에 넣고 양팔로 꽁꽁 가리고 있었습니다.
저 개가 딸기를 보고 입질하려고 달려들면 일단 가로 막아서 내가 대신 물려야지 따위의 시뮬레이션도 머리속으로 돌리면서 주인을 찾아봤는데 저 멀리서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걸어오며 안돼 이리와 라고 하더군요. 순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났지만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구간이고 일단 리드줄을 손에 들고 오면서 개를 부르는데다 딸기도 큰개 짖는소리에 이미 굳어서 긴장하던게 보이는 터라 길에 사람 있는거 알았으니 리드줄 걸겠거니 하고 지나쳐서 공원으로 갔습니다. 이때 지적질을 하고 싸우던 뭘 하던 했어야 했는데...OTL
공원에서 딸기가 노는걸 보고 포켓스탑을 두어번 돌리고.. 다른 소형견 등등이랑 서로서로 인사하는 걸 보고 한시간정도 놀다가 슬슬 집 근처 공원에 딸기 친구들 오는 시간도 되어가길래 집근처로 이동을 했습니다.
그렇게 집 근처 공원으로 와서 딸기가 폴짝폴짝 계단을 뛰어올라가서 평소 놀던 장소로 가려는데.. 또다시 저어기서 컹! 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혹시나 해서 식겁해서 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아까본 보더콜리가 신나게 뛰어오더군요..ㄱ-)
이미 딸기는 겁을 잔뜩 먹어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덜덜 떨고 있고 안아올리기도 여의치 않아서 바로 몸으로 가로 막으며 저리가! 라고 소리치고 딸기를 안아 올리는데 주변을 맴돌면서 컹컹거리기 시작합니다..
저 진짜 개 안때리는 주의입니다만... 딸기 덜덜 떠는걸 보니 내가 물리던 뭐던 저거 세게 걷어차줄까 하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그리고 이 와중에도 주인이란 사람은 저 멀리 벤치에 앉아서 안돼 이리와 이리와...(....) 개는 주인말에 그리로 갔다가 다시 컹컹거리면서 이쪽으로 뛰어오고.. 뭐하자는 건지...
너무나도 짜증나서 다툴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렇게 달려드는걸 보고도 태평한 인간이 내가 말해서 되겠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오는길에 봤던 경찰차가 생각나더군요. 저희 집앞 도로가 유료도로-톨게이트 등등이 연결되는 부분이라 명절이나 행사가 있으면 차량이 많아져서 경찰이 항시 있거든요. 얼핏 살펴보니 경찰차가 서 있더군요. 지하 주차창 환기구 등등으로 교묘하게 가려져서 경찰분들은 개를 못본 듯해서 보더콜리 견주가 다른데로 가나 안가나 눈치를 봐가면서 경찰차로 갔습니다. 별 신경 안쓰는지 개는 여전히 여기저기 짖으면서 미쳐 날뛰고 주인은 벤치에 앉아서 여전히 안돼 안돼 하더군요.
그래서... 뭐 있겠습니까. 바로 경찰한테 가서 저기 큰개 목줄 안걸고 누가 풀어놨어요. 우리개한테 짖으면서 덤벼들고 지나가는 사람들한테도 덤벼들어요. 무서워 죽겠어요 ㅠㅠ... 목줄 좀 하라고 말해주세요. 우리개한테 덤비는데도 주인이 꼼짝안하는걸로 봐서 제가 말해봤자 안들을거 같아요..ㅠㅠ... 라고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경찰분들이 알겠다고 그 쪽으로 가는걸 보고 집으로 왔습니다.
아마 뭐 좋게 말하고 끝나거나 크게 해봤자 경고정도일 듯 합니다만... 어차피 딸기랑 산책도 가야 하고 앞으로 보일때마다 신고를 넣을려구요.
개인대 개인보다는 그래도 공권력이 개입을 하는게 좀 더 클거 같으니..
그리고 그렇게 오는 와중에 딸기는 또 길 맞은편에서 오는 포메가 가열차게 짖어서 한번 더 식겁했다 합니...OTL... 왜 너랑 사이즈도 비슷한데 배짱도 못부리니...OTL....
참고로 이날 산책길에 본 개들은 보더콜리 1, 말티 3, 포메 1, 푸들 2 정도였고... 여기서 목줄 안한개는 보더콜리가 유일했습니다.. 허허허...(....)
여러분 산책할때 목줄하세요. 꼭 하세요. 우리 딸기가 많이 무서워합니다...가 아니라.. 개들이 어디 튀어나가거나 사고친 다음은 늦습니다. 꼭꼭 목줄하고 다니세요...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