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 11명 중 6명이 벤치 신세인 박주영(27·아스널)에게 "떠나라"고 충고했다.
일간스포츠는 축구인 11명에게 박주영의 향후 거취에 대해 물었다. 축구 각계 인사 11명으로 구성된 설문조사 인단 중 6명이 아스널을 떠나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박주영을 활용해야 하는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은 '경기력 향상'을 이유로 들어 박주영이 팀을 떠나는 결단을 내리기를 바랐다. 반면 박주영을 지도해봤던 지도자들은 '아직 제대로 도전조차 해보지 않았다'며 아스널에서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의견을 내서 눈길을 끌었다. 박주영은 지난해 8월 아스널에 입단한 후 지금까지 고작 5경기에만 출전했다.
"결단을 내려라"
지난 7일 유럽파들을 둘러보고 귀국한 최강희 감독은 박주영이 아스널을 떠나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 감독이 경기를 관전한 5일, 아스널은 블랙번을 7-1로 대파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끝내 박주영을 외면했다. 최 감독은 "벵거 감독의 머릿속에 박주영은 없는 것 같다"며 "박주영 같은 선수가 벤치에만 있는 것은 한국축구를 위해서도 손해"라고 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오는 29일 월드컵 3차 예선 최종전인 쿠웨이트전 출전도 불투명하다. 최 감독은 "박주영이 대표팀에서 뛰고 싶어하지만 지금 같은 상태라면 제대로 된 활약을 펼쳐줄지 의문"이라며 "2군 경기에 나서는 것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브로미치에서 활약했던 김두현(경찰청)은 "지금이 결단을 내릴 시기"라고 말했다. 김두현은 "박주영은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 입대 전까지 3년 정도 더 뛸 수 있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을 훈련만 하면서 보내는 것은 아깝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박주영에게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김두현은 "영국 감독에게는 선수들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감독과 상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해설위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만약 1년 이상 뛰지 못하고 올해 여름 이적시장을 맞는다면 다른 활로를 찾아볼 수 있다. 올림픽대표팀에 발탁돼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이적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앙리가 임대선수로 오면서 박주영은 넘버 4로 밀렸다. 넘버 2 공격수인 샤막이 이번 시즌 후 내쳐질 가능성이 높지만 아스널은 다른 선수를 영입할 것으로 본다"며 "자기 재능을 제대로 써줄 팀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당하게 맞서라"
박주영을 지도해본 경험이 있는 지도자들은 그가 아스널에 좀 더 있어야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은 "크게 내다보고 팀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스널에서 입지를 다져야 탄탄대로가 된다"고 말했다. 조 전 감독은 박주영이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영이가 골문 앞에서 찬스를 포착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미드필드로 내려와서 플레이할 때 템포나 리듬이 빠르지 않다"며 아스널의 패싱 게임에 적응할 것을 주문했다.
런던올림픽 본선에서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뽑을 의사를 밝힌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 홍 감독은 "박주영 정도 되는 선수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인지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 급하게 뭔가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차근차근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진다는 보장은 없다"며 현재 팀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박주영과 함께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허정무 인천 감독도 "어디를 가든 쉬운 곳은 없다"며 시련을 이겨내기를 바랐다. 허 감독은 "지금이 주영이에게는 가장 큰 시련이다. 아스널도 박주영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에 영입한 것이다. 당당하게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기타 의견으로 "감독의 의중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박지성의 유럽 진출을 성사시켰던 이철호 FS코퍼레이션 대표는 "벵거 감독이 원하면 남고 원하지 않는다면 떠나야 한다"며 "올 6월이면 계약기간이 1년 남지만 군입대 문제가 있다. 일단 여름 이적시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지성은 에인트호번 시절 박주영보다 더 힘들었다. 박주영은 그래도 교체멤버로 들어가니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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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