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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행군을 하던 군인의 팔이 똑 부러진 이유는?
C라는 후임이 있었다. 뭐든 열심히 하는 후임이었지만 문제가 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암기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당황하거나 긴장하면 말이 헛나오는 버릇이 있어 고참들에게 질책을 받곤 했다.
어떤 일이 있었냐면 비오큐에 간 부소대장을 찾는 물음에 비비큐에 갔다고 대답하여 멀쩡한 부소대장을 치킨매니아로
만들었고 판초우의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나 나초우의라고 대답해 미친 멕시코 새끼라는 욕을 먹어야만 했다.
중대전술훈련을 하던 어느날이었다. 낮에는 훈련을 뛰고 밤에는 근무까지 나가야 했기에 다들 피로가 쌓여있었고
그 후임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벽에 일어나 근무를 나간 그 후임은 탄약고 앞에 도착해서야 암구어가 기억나지 않음을
깨달았다. 수하에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는 후임에게 같이 근무나간 선임은 빨리 말하라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 상황에서 고참이 계속해서 재촉하자 그 후임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참을 기억을 되짚다 번뜩
머리에 떠오른 단어를 자신있게 외쳤다. '버러지!' 그날 답어는 도라지였다.
그렇게 그 후임은 근무가 끝난 후에도 잠을 자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고 어느 덧 훈련 마지막 날이 되었다.
모든 훈련이 끝나고 남은건 야간행군이었다. 잠도 잘 못자고 훈련 받느라 피곤에 쩔어보이던 그 후임이 과연 무사히
행군을 마칠지도 걱정이었다. 고참들도 걱정이 됐는지 그 후임에게 힘들면 우리가 얘기해 줄테니 빠져도 좋다고 얘기했다.
물론 훈련이 끝나면 넌 죽게 되겠지만.. 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는 권유였다. 다행히 이정도 떡밥을 덥석
물 만큼 눈치가 없진 않았기에 내 여기서 뼈를 묻어도 훈련을 함께 마치겠노라 얘기했고 고참들은 훗 그래야 내 후임답지
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후임의 뒤에 서서 한참을 걷고 있는데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잘 걷다가 갑자기 무릎이 꺾이면서 몸이 푹 꺼지더니
또 다시 한참을 걷다가 몸이 푹꺼지기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때 느낄 수 있었다. 아.. 이새키 자고있구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서서 졸아본 사람은 알것이다. 자다가 무릎이 푹 꺾이는 그 느낌.. 그 후임의 모습은 딱 그 모습이었다. 후임을 불러서 깨우려다
잘거 다 자고 훈련받는 나도 이렇게 피곤한데 잠도 제대로 못자고 훈련을 받았으니 오죽할까 하는 생각에 그냥 두기로 했다.
또 한참을 걷다 나도 슬슬 체력이 방전되기 시작했고 아무생각없이 걷다보니 잠이 스르륵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고 졸음이 올때 쯤 갑자기 들리는 우당탕 소리에 놀라 눈을 떠 보니 그 후임의 모습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았다.
사람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보니 논두렁 밑이었다. 원래 행군중에 장애물이나 돌아가는 길이 있으면 앞에서 부터 신호를 주는데
정신줄 놓고 자면서 걷던 후임이 신호를 못보고 직진만 하다가 커브길에서 그대로 직진해 논두렁으로 굴러 떨어져 버린것이었다.
내려가서 후임을 데리고 올라오면서 괜찮냐고 물어보니 아직도 잠이 덜깬건지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를 반복하는 후임을
보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밝은 곳으로 나와 후임을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논두렁에 빠져 군장이고 옷이고 죄다
진흙 투성이인데다가 후임의 팔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뭔가 꺾이면 안되는 방향으로 팔이 꺾여있는 것이다. 팔꿈치와
손목 사이에 관절이 하나 더 생긴듯 팔이 꺾여있었는데 그때까지도 그 후임은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무 말 없이 팔만 계속 바라보자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한 듯 자기 팔을 살펴보더니 그제서야 통증이 느껴지는 듯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후임은 모든 군인들의 워너비인 앰뷸런스에 몸을 실은 채 부대로 복귀했다. 암구어 하나를
외우지 못해 갈굼을 당하느라 잠이 부족하게 되고 그 탓에 자면서 걷다 고꾸라져 팔이 똑 부러지게 되는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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