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까지 렙 40 못찍을 줄 알았는데, 오늘 어쩌다보니 찍게 되었어요.
뭔가 뿌듯하면서도... 어중간한 이 느낌..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여지껏 닥사나 퀘로 먹고 살아왔는데 만렙에 경험치는 더 안올라가니..
그래서 문득 든 생각으로 닥사하느라 못돌아본 레이드 헤딩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돌기 시작한 호루스 헤딩..
처음 파티는 확실히 헤딩을 목표로 두고 있었서인지, 파장님의 팁이 정말 깨알같았어요.
흔치 않은 헤딩팟에 자세히 알려주는 파장님은 처음이었음...
다음에 만나면 큰도움 드리고 싶은데.. 잉여라 그 기회가 오기나 할지..orz..
아무튼 이래저래 팁을 줘듣고 파티가 쫑나서 다른 헤딩팟을 구하는데,
그냥 덥썩 파티초대가 들어오더라구요..
분위기 상으로 헤딩이 아니었는데 아무리 물어봐도 답을 안해줌..
나가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하다가 결국 낑겼어요..
장비템 상황이 나보다 안좋은 분이 계셨기에...흐흫..;;
그렇게 두어번 잘 돌다가 맨 마지막으로 돌 때 문제가 생겼지요.
하필 안죽다가 이 때 몇 번 죽어서 저도 짜증은 날대로 나고..
파티에서는 딜이 안나오는데 그 이유가 나때문이라느니..
죽은 것도 그렇거니와 내 직업이 죽어라 딜을 넣어도 힘든 프리스트인데다가..
딜이 들어가야 하는데 힐이 들어오니까 그러는 것은 이해가 갔지만..
정작 저는 힐을 쓴 적이 없다는게 함정..
그리고 쏟아지는 원성.. 딱 두 명이었지만요..
결국... 마지막 호루스는 클리어를 못하고 파티는 쫑이 났어요.
파티말로 ㅂㅅ이냐면서 욕하고 나가신 분도 있고..
이쯤되니까 저도 서운하지요. 잘 돌다가 마지막에 그렇게 되었으니..
나만 죽은것도 아니고..
딜이 아닌 힐을 넣은 것도 내가 아닌데...
그렇게 텅텅 빈 맵에 홀로 있자니 누군가 오더라구요.
영어 닉네임의, 자세히는 기억안나지만 프로기 어쩌구였는데..
방금전까지만 해도 같은 파티였다는게 기억이 나서 아는 척을 했지요.
그런데 이 분 직업이 프리스트입니다..
네, 힐장판을 깔고 계속해서 힐을 하던 사람은 다름아닌 이 사람이였던 겁니다.
순간 드는 온갖 서운함.. 허탈함.. 짜증남..
물가를 사이에 두고 앉아서 온갖 얘기를 꺼내놨습니다.
님 여기 게임은 프리스트도 딜을 해야해요..
힐넣으면 욕먹어요. 님도 나도 다른 프리스트들도..
덕분에 나만 엄청 욕들었잖아요...
물론 죽은건 내 잘못이지만..
그런데 이 분 한참동안 대답이 없다가 한다는 말이
'한국어 나 못해요'
.....
음.....ㅋ....
헛웃음이 나오더라구요..
이거 구라아냐? 싶었는데.. 어쩌겠어요.
본인이 외국인이라는데....orz..
아니면 주구장창 힐만 넣고 다른 사람한테 덮어씌워놓곤 나 외국인이에요! 하는 질 낮은 유저라던가..
이쯤되니까 멍해지더라구요.
난 누구에게 하소연을 했는가..
내 하소연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당장 그 말이 주작이라는 증거도 없고..
그냥 믿는셈 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말없이 있다가..
사실 이 사람이 외국인이라는 전제하에 말을 안거는 것이였지만..
그 사람이 문득 그러더라구요.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마
'나 프리스트인데 오늘 파티에서 사람들한테 도움줘서 좋았다' 같은 그런 단어였을거에요..
.....
뭔가 수상쩍으면서도.. 미안해지더라구요.
물론 그 사람이 진짜 외국인이라는 전제하에요.
프리스트라는 단어만 보고 얘 사람들 도와주는거구나 하고 선택했을텐데..
정작 던전가면 힐한다고 욕먹고... 뭐 본인이 진짜 외국인이라면 못알아듣겠지만요.
저도 프리스트의 힐이나 보조능력을 생각하면서 직업선택을 한건데..
하... 모르겠네요.
딱히 거기에 뭐라고 더 보탤 말이 없어서..
그냥 잘했다고 해줬어요.
그리고 마냥 웃으면서 서로 이모티콘이나 날리다가 잘자! 하고 각자 돌아섰네요.
흐흐...
진짜 헤딩 하루 두 파티만에 별 일을 다 겪어봐서 그냥 써봐요..
여담으로 욕했던 그 분은 역으로 귓을 넣어서 설명드리니까 죄송하다고 하더라구요..
여지껏 클팟만 하다가 처음으로 못깨서 그런거라고..
그런데 님도 많이 죽었으니 이해해달라고..
... 뭐 그렇죠 게임하다보면 욕도 먹는거고..
넓게 보자면 살면서도 욕먹고 하는거죠 뭐.
내가 ㅂㅅ인게 한두번도 아니고..
글쓰다보니 아침이 되었네요.
게임이든 현실이든 매번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 이 황당함도 언젠가 그 땐 그랬었지 할텐데..
흐흐...
지금은 뭐 그냥 남편 만렙 찍으라고 갈구는게 먼저겠네요ㅋㅋㅋㅋ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세 줄 요약
1. 호루스 파티에서 딜 못넣는다고 욕먹음.
2. 알고보니 힐만 넣는 프리스트가 있었음. 게다가 외국인.
3. 이 유저 진짜 외국인 아니면 작성자 동심파괴+멘탈붕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