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의 정신과 갔다는 글의 댓글로 쓴 겁니다.
보충하고 수정하여 올려봅니다.
일단 저 자신이 우울증을 심하게 겪었고, 불면증으로 7년 수면제 생활 했고, 자해를 많이 했고, 자살 시도를 몇 번 했었습니다.
저는 아주 어려서부터 자신감이 없었고, 남들 앞에 서는 걸 두려워 했습니다.
어른들께도 친구에게도 인사를 잘 못할 정도였어요.
어려서부터 '나는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라고 느꼈고
'나 빼고 모두 이상한 사람들'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사람들에겐 늘 "날 좀 그냥 내버려 둬"라고 소리치고 싶었죠.
육아를 하며 모든 의문점이 풀렸습니다.
만 3세까지 부모(주양육자)에게 사랑을 충분히 받아야만 합니다.
아이가 울음이나 사소한 몸짓으로 신호(원하는 무엇을 얘기하는 신호)를 보낼 때 재빨리 반응을 해주어야 합니다.
대부분 대소변이나 배고픔 졸림 따위의 간단한 것입니다.
이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이는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라고 여깁니다.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고, 심하면 높은 수치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수치가 높다는 것은 맹수가 나를 잡아먹으려 쫓아올 때의 상황과 다를바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상승하니까요.
결국 아이는 세상을 무섭고 두려운 상대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런 아이들은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짜증내는 소리를 잘 하거나, 반대로 착한아이병에 걸려 "상황과 상관없이" 싱글싱글 웃기만 하기도 합니다.
사람들과의 소통방식에서 뭔가 다른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죠. 왕따의 빌미가 됩니다.
성장하여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서도 세상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없는, 그러한 자신의 존재를 비하하기 쉽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유무와는 달리
나라는 존재는 가치가 있다, 자기 존재의 가치에 대한 존중감이란 자존감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제 얘기이고, 초등학생 아이들 미술수업을 하며 관찰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이들 사이에서 왕따 현상이 일어나면 저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저 아이가 공분할 만큼의 잘못을 했느냐? 설령 잘못을 해도 죄를 미워하지 사람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을 미워하면 너희가 잘못을 저지른 죄인이다. 왕따를 당한 아이가 부끄러워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너희들이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만 한다.)
작성자님의 현상태에 대한 분석을 하게되면,
원인은 부모의 태도에 있습니다. 육아결핍이라고도 합니다.
부모가 육아에 실패했고, 그 결과로 아이(작성자님)의 정서세계에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저는 우울증과 불면증이 치료되는데 약이 아닌... 사람관계로 해결되었습니다.
내가 우울증이란 걸 알아채고 다방면으로 힘써준 옆지기.
그리고 딸 아이의 출생.
출산 후 옆지기를 푹 재우기 위해 100일 동안 제가 밤새 토닥이고 재우고 했습니다.
어차피 불면증이니 잠 안자고 밤새 아이 볼 자신 있었거든요.
안락의자에 누워 아이가 제 배 위에서 새근새근 숨쉬는 걸 느끼고 있었습니다. 행복했죠.
내가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게 아니라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온전히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그 행복.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연약한 신생아가 저만을 믿고 자신을 온전하게 내맡겼습니다.
그리고 저는 끊임없이 육아서적을 읽고 공부하여 아이에게 '올바른 사랑'을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100일 째 될 쯤 새벽에 까빡까빡 잠들기 시작했어요. 수면제 없이.
기적이 일어난 거죠.
그 이후로 수면제를 완전히 끊는데 까지는 2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리고 이젠 명치에 매달려있던 케케한 멍울도 없어졌어요. 초딩 때부터 달고 살았던 건데...
이제서야 느낍니다.
내가 소중한 사람이란 걸.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걸.
잘못 태어난 사람이 아니란 걸.
작성자님은 잘못 없습니다.
아빠라는 사람이 잘못한 사람이고
엄마는 아빠로 인한 우울감으로 작성자님께 올바른 육아를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부모라면 멀리하는 게 답이라 보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란 걸 깨닫는 것입니다.
이건 혼자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온전하게 당신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훨씬 상황이 좋아질 겁니다. 제 경험으로는...
저는 제 우울증이 치료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저의 평소 말투나 상황에 대한 반응이 민감하고 때로는 거칠다는 것을. 전에는 전혀 몰랐거든요.
세상사람들로 부터 받는 느낌/감성체계가 다르니 당연히 그 반응도 다릅니다.
가슴이 다 타들어가 간 것처럼 케케하고 답답하니 사소한 문제를 크게 느낄 수밖에 없고, 반응은 짜증이나 화가 되기도 하고, 혼자 울먹이며 회피하기도 하죠. 제가 늘 그랬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치료하지 않은 상태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방식만 교정할 수는 없습니다.
즐거운 사람이 진심으로 울 수 없고, 슬픈 사람이 진심으로 웃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죠.
원인을 해결하면 가시적 반응들은 자연스레 해결되기 마련입니다.
정신과에서 좋은 선생과의 인연이 이뤄지길 바라고, 그 외의 관계에서도 작성자님을 진심으로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