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게에 '개' 게시물이 별로 없어 슬픈 작성자는
직접 '개' 게시물을 올리기로 결심합니다.
제 인생의 약 4분의 1을 함께 한 친구이자 가족인 착한 개 '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척과의 첫 만남
2011년 가을,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시골 할머니 댁에 개가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탐색을 했습니다.
총 여섯마리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활발하지도, 가장 얌전하지도 않은 애매한 녀석이 마음에 들어
데리고 왔고 그 녀석의 이름은 '척' 이 됩니다.
(수컷)
<척을 처음 데려온 날 씻긴 후 모습>
척을 씻기고 말린 후 보송보송한 모습.
아직 애기라서 한 동안 순한 양처럼 잠만 잡니다.
※ 간간히 나오는 육구시타리아는 10년 이상 저희집에서 함께한 노견입니다.
친구가 그려준 척의 모습입니다.
산책을 나가도 그냥 쿨쿨 잠만 잡니다ㅋㅋㅋ
2. 잠만 자는 시기에서 벗어나고, 모든 것이 신기 할 호기심 가득한 시기
이빨이 계속 자라나 간지러운 시기라 눈에 보이는건 물어뜯고 보는 사고뭉치다.
제 손도 서슴없이 물어 뜯어 재껴서 그 흉터가 6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한건 안비밀...
척 견생의 리즈시절이라 불리는 사진이다!
하지만 작성자가 좋아하는 사진은 따로 있다.
그 사진은 조금 있다 나올 예정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천사였는데...
옷이 쬐는건 안비밀
척의 쫑긋한 귀와 단추구멍같은 눈이 매력 포인트라 작성자는 생각한다.
3. 아장아장 돌잡이 시기는 지나고 유치원에 들어갈 어린이 시기
이때부터 척은 바깥 생활을 해야 하는 집지킴이 개로 레벨업 합니다.
바깥 세상이 신기하기만한 척
(버스 기사님께 사전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승객이 적을 시간에 탑승했습니다)
출렁거리는 물이 신기하기만한 척
아직은 담벼락이 높기만 한 척
4. 진돗개의 태를 점점 갖추기 시작하는, 하지만 아직은 말썽꾸러기인 초등학교 입학 시기
담벼락도 어느새 익숙해지기 시작하나보다.
눈에 보이는 모든것들을 부숴버리는 파괴신 척.
이젠 제법 다리도 길어지고 몸도 길어졌다.
첫눈을 밟은 척
5. 점점 역변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는 중2병 시기.
주둥이도 길어지고 눈은 더 작아진다.
이제 살짝 성견 진돗개의 모습이 보인다.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루돌프를 선물해 주었는데 꽤나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다.
내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사진이다.
그저 심기 불편하신 루돌프님...
이젠 체념하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이 사진을 가장 좋아해서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설정해놨다.
내가 죽을때까지 앞으로도 쭈욱 컴퓨터든 핸드폰이든 배경화면이 되어줄 사진이다.
천진난만하게 뛰어오는
이 모습은 너무 애기같이 귀여워서 자꾸만 보게 된다.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모니터 밖으로 뛰쳐나올듯 생생하다.
오랜만인 산책이 신난 척.
아주아주 잘 먹어서 덩치도 커지고
살이 포동포동하게 찌는... 역변의 시작이 되는 시기이다.
<훈련의 기본인 기다려를 잘하는 척>
대체 언제 먹으라고 하나 불만 가득한 표정
여담이지만, 밥을 주고 기다려를 시키면 승인이 떨어질때까지 먹지않고 기다리는데
문득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나 시험해보려고 기다려를 한 후 집을 나가는 척 한 후 몰래 지켜본 결과
한참을 밥 앞에서 기다리다가 지쳐서 화가 났는지 밥그릇을 발로 차서 엎어버린 후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결국엔 떨어진 밥들을 다 주워먹게 했지만요ㅋㅋㅋ
역변의 정점을 찍은 사진이다.
포동포동을 넘어선 뒤룩뒤룩 살이 붙은 척...
그래도 제 눈엔 귀여운 애기다.
(사진속 인물들은 친척동생들입니다. 척이 귀여운지 이리보고 저리만지고 하네요ㅋㅋㅋ)
6. 이젠 다 큰 척, 그래도 작성자 눈엔 애기
아기때 모습은 이제 없어졌지만
아기때부터 봐서 그런지 제 눈엔 아직 애기같기만 합니다.
항상 불만 가득한 표정인 척.
그래도 가끔 행복할 때도 있습니다.
세상 행복한 척
세상 행복한 척 2
공을 좋아하지만 공놀이를 즐기는게 아닌 공을 찢어갈기는걸 좋아한다.
애먼 공 찢어 갈기러 가는 중... 총총총
주인의 쓰담쓰담에 행복한 척
극한직업 척의 공
세상구경중
샤워 후 기분 좋은 척
사는 옷마다 쬐는건 안비밀
자기세상인 척
새만금 사업으로 바다가 매말라버린 광활한 들판인데 여기에 풀어 놓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옵니다ㅋㅋㅋ
여기선 고라니도 꿩도 참새도 토끼도 척의 친구가 됩니다.
근엄. 진지.
재채기 순간포착
할머니댁에 데려가서 풀어줬더니 농수로 시궁창에 적시고 온 모습이다.
농수로에 있던 개구리가 척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지체없이 입수하게 했나보다.
향기 강한 개샴푸로 세번을 씻겨줬지만
시궁창의 스멜은 사흘이 넘게 척을 따라다녔다.
난데없이 포착되기도 한다.
뭘봐.jpg
뭘봐2.jpg
스웩넘치는 걸음걸이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형견 옷들은 다 작아서
그냥 제 버리는 옷 가끔 입힙니다...
무더운날 지친 척.
그냥 쫄쫄이 방댕이가 귀여워서...ㅋㅋㅋㅋ
구명조끼를 입혔더니 그대로 얼어버렸다.
\
갑자기 살이 쫙 빠져버린 시기이다.
이유는 모른다.
이건 그냥 척의 일상...
새끼강아지가 신기하기만 한 척
척이 친화력이 꽤나 좋은가보다...
동네 친구들을 데려오기도 한다.
7. 척의 일상.
매일매일 다른 하루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
<배웅>
등교할때,출근할때 매일 아침 척은
제가 가는 방향을 주시하며 배웅하곤 한다.
(사진들은 각기 다른 날이다)
계단 꼭대기에서, 담벼락에서, 옥상 난간벽에서 척은 나를 배웅한다.
멀리서보면
이렇게.
어디있는지 찾아보시오.jpg
<담벼락>
이번엔 담벼락이다.
내가 나갈때 담벼락에서 이렇게 한번 인사 후
내가 걸어가는 방향이 잘 보이는 옥상 계단으로 올라가서 아련하게 쳐다본다.
(이 사진들도 각기 다른날이다)
내려오기 귀찮은 날엔 그냥 위에서 쳐다본다.
<내려오기 귀찮은 날들>
(역시 이 사진들도 각기 다른날이다)
<훔쳐보기>
계단중간에 창문이 있어서 척이 가끔 창문으로
집안을 들여다보곤 한다.
가끔은 불쌍하게 비가와도 눈이와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한다.
따듯하게 집 안에 있는 가족을이 부러운지 혹은 얄미운지
표정은 항상 심기불편하다.
가끔은 호러스럽다.
아련....☆
왠지모를 섬뜩함에 뒤를 돌아보면 가끔은 이렇게 노려보고있다.
청소를 하느라 문을 열어놓으면 가끔은 이렇게 들어와서 구경하곤 한다.
8. 척과 함께
사실 내가 척을 찍는것에만 집중해서인지 나랑 같이 찍은 사진은 많지 않다.
그 중 몇개만 추려보았다.
척의 중2병 시절때 억지로 잡아다 찍은 사진.
반항하는 발칙한 척.
담벼락에서 배웅할때의 척
척이 마약탐지요원견 마냥 비범하게 잘 나왔고 햇살이 좋은 사진.
그리고 척과 함께 찍은 사진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
척이 처음 집에 온 날 바로 발도장을 찍었다.
그러고 2년 후 어느날 생각이 나서 또 찍었다.
나의 어릴때 손도장, 그리고 10년 후 나의 손도장.
척의 어릴때 발도장, 성견이 된 후 발도장
이건 핸드폰 케이스로 만들기 위해 직접 편집한 이미지이다.
이 사진은 어떤 오유분께서 친히 합성해주신 사진이다.
친구들한테 인기가 높았던 사진이다ㅋㅋㅋ
언급은 따로 하지 않겠습니다.
합성해주신 오유유저분, 다시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알아봐주신다면 되게 반가울것같네요ㅎㅎㅎ
사실 척은 15년도 가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가 학창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 까지 저와 함께 해준 고마운 가족이자 친구였어요.
햇수로 저와 5년을 함께했습니다.
집을 나갈때, 집에 들어갈때 척이 배웅하고 마중하던 옥상과 담벼락을 보면 아직도 있는것같은 느낌이 들어요.
털의 촉감, 짖는 소리 저를 핥아주던 그 느낌까지 아직도 너무나 생생해요.
밝고 용감했던 척이 너무 그립습니다.
척과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들은 이젠 추억이 되었네요.
요즘 동게를 둘러보다 척이 많이 생각나서 게시물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오유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