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비엔나로 엮여나오는 사기꾼들을 보며 학력위주의 사회가 문제다 그들은 희생양이다 은근히 감싸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마디로 그들이야말로 학력위조라는 사기의 '공범'이다.
그들의 논리는 뻔하다. '실력도 없이 학력만 있는' 사람에 비해 '학력은 없지만 실력은 있는' 사람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고 우리 사회가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계속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을 그저 순진한 이상주의자들의 변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온정이 넘치는 훈훈한 사회라고 해야 하나 참으로 난감하다. 그들의 논리라는 것은 애초에 논리를 구성할 기반이 전혀 없다.
'실력없고 학벌좋은' 사람의 숫자와 '학벌없고 실력좋은'사람의 숫자가 통계적으로 나올 수 없고 그들의 연간 수입과 사회적 대우를 수치적으로 환산할 수도 없을 뿐더러 애초에 학벌에 비해 실력이 있다 없다는 것을 판별하는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학벌은 없지만 실력은 있는' 사람들을 무슨 수로 선별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전혀 대안이 없다.
자꾸 학벌말고 실력으로 평가하자고 하는데 현대사회에서의 '실력'이란 무엇일까. 그 단어의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뭉뚱그려서 하나의 평가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현대사회에서 '실력'이라는 것에는 그사람의 체력, 정신력, 외모, 집안배경, 화술, 학력, 경력, 재력, 성격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탁월한 학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평범한 외모와 내성적 성격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말이다. 위와 같이 수많은 '실력'의 구성 요소 중에 어째서 '학력'이라는 것만 따로 떼어내서 예외로 쳐 주자고 하는 것일까?
집안형편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못했다.. 이것도 변명이라고 하는지; 그렇다면 정말 죽도록 가난해서 새벽에 신문배달하고 낮에 공부 코피나게 해서 4년간 장학금 받고 졸업한 사람들은 외계인들인가? 그 변명의 논리로는 고학력자들을 집안형편이 되서 배부르고 등따숩게 부르쥬아생활이나 하며 공부안하고 졸업장만 따려는 놀고먹자 대학생으로 매도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윤석화, 장미희 등등은 자신의 분야에서 학력의 부재로 전문성이 폄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력을 위조했다고 한다. 그런식으로 승승장구하여 현재의 위치까지 온 것만으로도 괘씸한데 꼴에 가방끈 길답시고 교수한자리 꿰차고 앉아있다. 자신이 '생존형' 학위위조였다면 그 생존이라는 것이 해결된 이후에는 분수에 맞게 행동해야 하거늘 이미 인정받은 실력과 넘쳐나는 재산에도 만족하지 못해 '지적인 허영'마저 충족시키기 위한 과도한 욕심을 부렸다면 그것은 이미 '생존형'이 아니라 '기만형'이 되고 만다.
이런 사람들에게 생존형 위조이니 동정을 해야 한다? 참으로 온정이 넘치는 훈훈한 사회이다. 그러한 과도한 온정을 베푸는 사람들이야말로 학력위조 사회의 주범이다. 연예인들이 고리 사채광고에 출연하여 그 수익으로 명품을 걸치듯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신의 광명을 추구하는 풍토, 또한 그것을 너그러이 받아주는 풍토가 진짜 범인이지 애꿎은 고학력자들을 걸고 넘어져 봤자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다.
그들은 애초부터 '면죄부'를 받고 사기행각을 시작했다. 과연 눈치빠른 우리나라 기자들이 그들의 위조사실을 전혀 몰랐을까? 그들의 위조를 뻔히 알면서도 눈감아 준 것은 단지 불쌍해서였을까?
만약 그러한 배경이 없는 우리 일반인들이 취직할 때 학력을 위조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그것이 언젠가 들통났을 때를 한번 상상해보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회사, 여러분의 학교에 그런 사람이 발각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때도 과연 우리들이 그들을 '온정'으로 감싸주며 "그래, 실력보다 학력이 우선시되는 사회를 탓하자"며 등을 토닥거려 줄 수 있을까? 자신이 겪었던 지옥같은 입시경쟁과 학자금융자와 기말고사의 스트레스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데도 그러한 성인군자를 자처할 수 있겠느냐 이말이다.
우리사회에 '하얀 거짓말'과 '시커먼 거짓말'을 구분못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 시커먼 거짓말에 하얀 분칠을 하려는 사람들 또한 이렇게 많다니 정말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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