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편 'CAFE 상편' 보러가기(클릭!!)
*이성찬님의 글입니다.
[1] 프로가 되다.
한달정도 일하자 이젠 몸에 배어 익숙하게 되었다.
그동안 배운 노하우들을 나열하자면...
① 자리 안내는 헛수고다.
들어오는 손님에게 " 이쪽으로 오세요 " 하고 자리 안내해봐야 어차피
말 안듣고 지 맘대로 앉는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 좋은 자리 없어요? " 하고 뭣하러 물어보는거야?
② 물과 메뉴판은 탁자 중간에 놓아야 한다.
자리에 앉은 손님이 남녀커플이라면 대개 여자손님에게 메뉴를 주는데...
참 이상한게 여자손님에게 메뉴판을 주면 남자가 메뉴판을 채간다.
근데 남자에게 메뉴판을 주면 상대방 여자에게 메뉴판을 다시 건네 주면서
골라보라고 한다.
③ 주문을 받아 와야 한다.
손님이 주문을 안해도 스스로 가서 주문하시겠느냐고 물어봐야 한다.
안 그러면 주문은 커녕 앉아서 세월아 네월아.. 잡담만 하고 있게 되고,
그렇다고 계속 가지 않으면 '이집 장사하기 싫나?' 며 협박을 하기 시작한다.
④ 손님의 부탁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손님들이 서빙에게 많이 하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다.
" 안주 많이 주세요.."
" 빨리 좀 주세요 "
" 맛있게 해 주세요.."
다 소용없는 말이다. 개나 소나 다 하는말이라 일일이 주방장에게 전달하기도
힘들거니와 전달해도 주방장은 매번 듣는 소리라 면역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⑤ 서커스단원이 된다.
쟁반돌리기는 기본이고, 양손에 돈까스 2개, 밥 2개, 샐러드 2개, 캐첩등등을
주렁 주렁 올려놓고 다닐수 있었으며 맥주 500cc잔은 12개까지도 들수 있었다.
요령은 맥주잔을 손잡이만 모아서 5개정도를 들고 그 위에 1개를 얹는다.
이렇게 양손으로 하면 12개다. 무거워서 못드는거지 기술적인 문제는 없었다.
⑥ 거품정책
맥주 500cc를 갖다줄때는 가득 채우지 말고 어느정도 채웠다가 주걱으로 거품을
내야한다. 양을 적게 쓰면서 더 맛있어 보인다. 우리 카페만 이런가? ^_^;
⑦ 맥주병은 다 따라.
맥주를 시켰을때는 탁자에 갖다주면서 병따개로 병뚜껑을 모조리 따줘야 한다.
그래야 도로 반환하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다 마시든지 안 마셨어도
계산을 하기 때문이다. 돈 벌기위해서 이런 얌체짓까지해야하다니...
⑧ 담배는 선불이다.
담배를 시키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일일이 계산서에 추가시키기가 귀찮아
바로 바로 돈을 받아내야 한다.
⑨ 남녀 커플이 있는 방은 인기척을 내고 들어가라.
그렇지 않으면 공짜로 생생한 에로영화의 한 장면을 볼수 있게 된다.
이런 커플이 나갈때보면 여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 남자가 능글거리며
계산을 한다. 여관도 아니고..-_-;
⑩ 화난 손님들에겐 농담으로 대처하라.
화가 난 손님에겐 최대한 친절히 하면서 농담하는 요령을 습득했다.
손님1: 아니, 왜 이녀석에게 메뉴를 먼저 갖다주는거요?
리앨 : 계산하시는분이 고르셔야죠!
손님1: 뭐? 하하하...맞어..맞어..
손님2: -_-;;;
손님3: 콜라나 한잔 줘요.
리앨 : 손님 죄송합니다. 저녁 7시 이후에는 음료수는 안됩니다.
(한창 바쁜 피크타임일때는 싸구려 음료수는 팔지 않기 때문이다.)
손님3: 아니 왜 음료수는 안파는거요?
리앨 : 너무 인기종목이라 7시 이전에 다 팔려여.
손님3: -_-;
손님4: 음....그냥 차나 한잔 할까? 이집에서 제일 맛있는 차가 뭐지?
리앨 : 글쎄요.. 손님들 취향이 모두 다 틀리셔서요..
손님4: 웨이터가 그것도 모르나? 그럼 제일 비싼 차는 뭐지?
리앨 : 으음...그랜저 입니다.
손님4: -_-;
하지만 농담이 지나치면 손님들의 화를 더 돋우는 수가 있다. 다음 경우다.
손님5: 이봐요 아저씨. 돈까스에서 머리카락이 나왔어요. 에이!
리앨 : 어? 그럴리가.. 주방장 아저씨는 대머리인데 그럼 이건 혹시?
손님5: 우웩...-_-
손님6: 아니 대체 오징어 안주 시킨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나오는거요?
리앨 : 아이고...예..예 금방 나올겁니다.
손님6: 혹시 오징어 잡으러 간거 아녀?
리앨 : 하하..아닙니다. 지금 기르고 있습니다.
♨
손님6: 이익 -_-;
⑪ 손님 쫒아내기.
자리가 없는데 손님이 자꾸 들어 올때는 들어온지 오래되었거나 음식을 다
먹었는데두 계속 앉아있는 손님에게 다가가서 성심성의껏 물도 따라주고 탁자청소도
해주고, 주변도 쓸어담고 하면서 눈치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 노하우는 한국아줌마에겐 절대로 통하지 않는 기술이다.
( 내글 읽는 아줌마는 별로 없겠지? ^_^; )
마치는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두 나갈 생각을 안하는 남녀커플이 있을때는
가까운 여관이나 호텔로 안내하여....아! 이게 아니지. ^_^
실내 불을 한번 껐다가....다시 켜는것이다.
그러곤 손님에게 다가가서 "아이고...손님이 계신줄 몰랐어요..^^;"
하고 사과드리면 열에 아홉은 주섬주섬 짐을 챙겨 계산 하고 나간다.
진공청소기의 파워를 올려서 '위이이이잉...' 하고 소리를 내주는것도
좋은 방법중의 하나다.
[2] 실수담.
하지만 내가 이렇게 노련해지기 까지 수많은 실수가 있었으니....
그동안 했었던 실수담을 몇가지 소개해 보겠다.
한번은 손님이 술안주로 화채를 시켰다. 바텐더인 민희씨가 만든 화채에 스푼을
담그어 손님탁자에 갖다줬는데 손님들 인상이 묘하다.
왜 그러나 싶어 자세히 보니 숟가락이 아니라 커피스푼을 갖다 준거다. -_-
그 손님들.. 다 퍼 먹기위해서 무지 고생하더군.
같은 실수로 손님이 파르페를 시켰는데 긴 스푼을 갖다주지 않고 커피스푼을
갖다준적도 있다.
용어를 몰라서 실수한적도 있다.
한 여자손님이 탁자에 앉자마자 나에게 주문을 하는것이었다.
손님 : 저기여.. 멘트 좀 해주세요.
리앨 : 예... 알겠습니다.
그러고 나는 급히 바텐으로 돌아 와버렸다.
손님 : 잉???????
나는 계산서에다 '멘트'라고 멋있게 적어 민희씨에게 주었다.
민희 : 멘트? 이게 뭐에요?
리앨 : 그거 해달라던데요? 메뉴중에 멘트란거 없어요? 민트였나?
민희 : 손님을 찾도록 방송좀 해달란거에요. -_-;
술 마시던 손님이 또 나를 불렀다.
리앨 : 예, 부르셨습니까?
손님 : 저기요, 아이스볼좀 주세요.
리앨 : 예..잠시만 기다리세요.
잠시후 나는 민희씨가 급히 만든 아이스크림을 술손님들에게 갖다주었다.-_-;
손님 : 어라? 이게 뭐죠?
리앨 : 보시는대로 아이스크림입니다
손님 : 푸하하하하 얼음물 말이에요..얼음물....푸하하
리앨 : -_-;
착각때문에 생긴 실수담도 있다.
섹시하게 생긴 한 아가씨가 비오는날 외진곳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
메모지에다 뭔가를 적더니.. 끈적이는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끈적녀 : 저기요...아저씨...잠깐만 일루 와보실래요? ^_~*
리앨 : 헉! 예.. 무...무슨일로? ^_^
끈적녀 : 저...기요..이거....
그러면서 나에게 그 쪽지를 주는것이다.
떨리는 손으로 받아서 바텐으로 와 쪽지를 풀어보았다.
거기엔 영어가 씌여 있었다.
┌────────────────┐
│All my loving! │
│Do you want to know a secret. │
└────────────────┘
리앨 : ' 옴마야..이럴수가.. 이럴수가...'
나는 직독직해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리앨 : 내 모든 사랑이여! 당신은 내 비밀을 알기 원하나요?
오오! 이게 웬일이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후 가영씨에게 자랑을 했다.
리앨 : 흐흐...가영씨. 이거 봐요. 저기 저 여자가 나에게 준 쪽지에요.
가영 : 그럼 어서 틀어줘요.
리앨 : 틀어 주다니?
가영 : 쪽지 뒷부분을 봐요. -_-
쪽지 뒤에도 글이 있었다. ' - 비틀즈 - ' -_-;;;
젠장.. 신청곡을 틀어달라고 적어준것인데 혼자서 난리를 피운거였다.
너무 서두르다 실수를 한적도 있다.
서빙 하다가 방광이 보내는 적색신호를 받고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문을 열었는데 못볼 장면을 보고 말았다.
웬 아가씨가 치마를 내리고 앉아 있었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정말 몸이 굳어버리나보다. 얼른 문을 닫아야하는데..
너무 놀랜 나는 아가씨와 어색한 시선을 몇초간 나누어야만 했다. -_-;
그리고 문을 닫고 바텐으로 왔다. ' 이일을 어쩌지? -_-; '
정말 무지 고민을 했다. 내가 차라리 손님이었다면 빨리 나가버리면 그만이지만
웨이터로 일하고 있는처지니 도망도 못가겠고..정말 환장할 지경이었다.
' 그래.. 사과하는뜻에서 계산할때 내가 돈을 대신 내고 정중히 사과를 하자 '
그렇게 마음먹고 일을 하는데 이 아가씨...화장실에서 나올생각을 않는다.
충격먹고 기절했나? 싶을때 아가씨가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일행에게 갔다.
* 씹은 얼굴로 일행들에게 뭐라고 말을 하자 일행들이 박수를 치고 난리다.
남의 고통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소화해 낼수 있는 大 한국인이여~!
잠시후 그 일행은 내가 뭐라고 할새도 없이 돈을 탁자위에 올려놓고는
번개같이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그 아가씨 지금쯤 30대 초반 아줌마이겠지?
이렇게 지면을 통해서나마 용서를 빌고 싶다.
아줌마...나 솔직히 아무것도(?) 못봤어요. 이 글 보고 부디 용서해주세용..^_^
마지막으로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한가지 소개해 보겠다.
우리 카페에는 대형 그랜드 피아노가 홀 중간에 있었고,
분위기 있게 생긴 한 여대생이 생음악을 연주하곤 했는데 일주일에 몇번만
오기때문에 우리 직원들하곤 별로 친하지가 않았었다.
하루는 그 여대생이 치는 피아노연주를 감상하던 한 남자 손님이 쪽지에다
뭔가를 쓰더니 나를 부르는것이었다.
손님 : 저기요. 이 쪽지 저 여자분에게 좀 갖다 주실래요?
리앨 : 예..
쪽지를 받아 나오며 힐끔 봤더니 뻔한 내용이다.
' 피아노 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네요.
연주가 끝나고 저와 같이 커피 한잔 하실 여유가 있으신지요? '
리앨 : ' 에라이 유치한놈아...'
피아노 연주하고 있는 여대생에게 쪽지를 건네 주었다.
피아노 연주를 끝내고 나서 쪽지를 집어들어 읽어보는 여대생!
피식.....하고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오오..과연 이 여대생은 남자손님의 제안을 선택할것인가? 두둥...!
난 궁금증을 못참고 다시 여대생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리앨 : 후후....어떡하실 작정이에요?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여대생의 대답은 너무나 의외였다.
여대생 : 호호...좋아요. 대신 맛있는거 사주셔야 해요?
리앨 : -_-;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