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에 우리 식구가 된 둘째..
유기묘 보호소에 둘째를 고르러 갔다가 황갈색 고등어 태비에 발가락 양말을 신었고, 날렵한 몸매에 한쪽 눈이 다쳐 잘 안 보이는 이녀석이 왠지 눈에 밟혔어요. 고민하다가 3일 후에 집으로 데려왔었죠.
보호소에서 있다가 제 집이 생기자 어찌나 좋은지 이틀동안 잠도 안 자고 꾹꾹이를 얼마나 해댔는지 몰라요. 그래서 이름도 꾸기예요. 꾹꾸기의 꾸기.
그러나 새 식구를 들인 기쁨도 잠시.
지알디아 원충이 첫째에게도 옮아 약과 영양제를 계속 먹게되고, 허피스가 만성이 되어 코에는 코딱지와 눈물을 달고 살았죠.
월요일 아침, 눈물이 너무 나서 눈이 안 떠지는 꾸기의 몰골을 보고 이제 더 이상 꾸기의 허피스를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원이라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오늘 병원에 다녀왔는데..
눈물이 아니었어요.
안 그래도 아슬아슬하던 다친 눈의 각막이 뭔가에 다쳐 터졌고, 안구를 지탱하는 안방수가 흘러나와 안구가 쪼그라들었대요.
각막이 손상됐으니 시력은 말할 것도 없고, 안구적출에 대한 결정이 시급한 상황.. 허피스 치료도 급한데 허피스가 가라앉기까지 기다리기엔 안구에 또 어떤 염증이나 합병증이 날지 모른대요.
얼마나 아팠을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터지고 미안해 죽을것같은데 이녀석은 그래도 엄마라고 병원에서도 품에 안겨서 꾹꾹이 ..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한 내가 너무 책임감이 없는 것 같고, 평생 데려갈 각오를 했지만 과연 꾸기를 키울 자격이 내게 있는지도 모르겠고..
수술은 못 할 것도 없지만 내가 3일만 더 일찍 데려왔더라도 괜찮았을 텐데 생각하니 숨이 막혀요. 아니 3일이 아니라 3개월만 더 빨리 데려와서 허피스 치료하고 면역력도 높여놨다면 애가 눈곱이 껴서 눈을 비비거나 눈을 다칠 일도 없었을 텐데..
내일까지 안약 넣어주면서 안구 상태를 보고, 내일 병원 가서 수술 여부를 결정할 거예요.
수술은 어차피 해야겠지만, 몸이 약해진 꾸기가 스트레스를 잘 버틸 수 있어야 할 텐데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밥도 물도 약도 잘 먹고 엄마 무릎에 껌딱지처럼 앉아있는 이녀석이 건강해져서 이제 더 이상 안 아프도록 기도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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