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에 민간경력자 7급으로 채용합격(자격증)해서
지금까지 근무하고있는 공무원입니다.
주변 동기는 약국이나 한약국을 운영하고 있는데
저는 대학원을 다니다가 왔었죠
석사를 마치고 나이 30이 다가온다는 부담감과 나도 할수있다는것을 보여주려고 꼭꼭 숨기고 시험을 준비해 최종합격했습니다.
물론 교수님도 박사과정 할줄알았던 아이가 갑자기 공무원이되서 나간다니 다소 당황해하셨지만 그래도 웃으시며 보내주시고 대학원 식구들도 다들 좋은분이셨기에 좋게 보내주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공무원생활이 저에게 안맞는것같다는 점 입니다. 전공과 상관없는 업무범위, 법전을 뒤지며 민원인을 설득하거나 업체를 단속하는일 - 이중엔 황당한 민원도 많고 이로인해 점검받는 업체도 황당해 합니다 - 해결하면 한만큼 다시
쌓이는 업무... 그래도 성실이 장점이라 생각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일했더니 벌써 한해가 저물고 있었습니다.
물론 개중엔 보람있는 일들도 많았습니다. 안내에 감사해 하는 분들도 있었고 일이 잘 마무리되면 뿌듯한 마음도 있었습니다다만 이렇게 부랴부랴 30년 넘게 일하면 내가 공무원으로 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런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최근에 악성민원인을 연달아 만나 크게 몸살을 앓고 몸이 약해진탓인지 정신건강도 약해져 무기력한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우울감도 생기고 그토록 즐기던 취미생활들도 흥미가 떨어지고 즐겨하던 운동도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그만두고 다른 동기들처럼 자영업을 해야하나 고민도 했습니다.
그러던중 못다이룬 학업이 눈에 밟혔습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돌아오라던 교수님, 이제는 정년이 3년 남으셔서 지도교수님으로는 마지막 기회이겠지요, 하지만 대학원 급여는 박봉이라는 공무원 봉급의 3분의 1에 미칠까 말까 합니다. 학위는 한의학인데 학사전공은 한약학이었고 다소 현학적인 성격이라 학위에의 욕심은 항상 있어왔습니다.
처음엔 교수직을 생각하고 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저희 전공은 전공관련 교수님이 많지 않기에 늘 생각해오던 것 이지요. 얼결에 7급 공무원이 된것도 있고(힘들게 준비하시는 분들껜 죄송합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학위에 대한 미련이 남을것같아 이도저도 손에 안잡히는 상황입니다.
부모님께선 처음에 공무원 합격소식을 알릴때 무척 기뻐하시면서 주위에도 자랑스럽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 부모님께 심정을 말씀드리니 부모님께서도 만류하시지만 나지막이 어떤 선택을 해도 저를 응원한다는 말씀을 해주시니 오히려 대학원 진학이 망설여지는것도 사실입니다.
휴직하고 대학원을 가면 안되겠느냐는 생각이 있으실듯 합니다만 국내 대학원진학은 휴직이 불가하고 된다해도 다른곳에서 급여를 받을수없어 연구비나 학비지원조차 받지못하게됩니다.
일때문에 치여서 심신이 지친 요즘엔 남는 시간을 공직 그만둔분들의 사례를 찾으며 보냅니다. 이런건 찾아서 뭐하는지... 한심한 퇴사의 이유를 만들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하려고 일하는데 일을위한 일을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본것같습니다. 석사생활할때는 적은 월급에도 (학비는 지원) 해외여행도 다니고 실험도 적당히 하면서 나름 즐겁게 보내왔었는데 지금은 이게 뭔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늘어난 급여만큼이나 힘든건 사실이겠지만 말입니다.
사실 마음속으로 답을 이미 정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이 힘들어 그만둔 신규공무원으로 남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또 불특정 타인의 눈치를 보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합니다.
저는 어쩌면 응원을 바라고 있는건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저보다 더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 선생님께 죄송할 정도로 일이 적은것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학위를 핑계로 당장의 힘든일을 모면하려고 하는것일까요?
아니면 정말 대학원 진학을통해 어렴풋했던 장래희망에 한걸음 나아가려는걸까요?
저도 자신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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