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러니까 저도 어제 우리 냥이 이빨이 부러져서 완전 멘붕한 상태로 설명을 들어 정확히 옮기기는 어렵지만요... 집사 생활 13년하고도 첨 들어보는 얘기라 혹시나 다른 분들도 저처럼 모르고 계시는 집사님들 있으실까 해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치아흡수성 병변이란 치아가 저절로(?) 사라지는 증상이라고 해요. 개, 고양이는 물론 사람한테서도 일어날 수 있는데, 특히 고양이한테서 매우 흔하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치아는 미네랄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손상이 생기면 재생이 불가능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치아가 손상되면 임플란트 등으로 인위적인 치료를 하죠. 동물은 임플란트를 할 수 없다고 해요. (시도가 있긴 한데 아직까지는 기능적인 면보단 심미적 이유로 드물게 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치아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백악질은 미네랄과 생체조직 모두로 이루어져 있어 손상이 생겨도 재생이 가능하답니다. 고양이들은 이 백악질에서 일어나는 손상과 재생이 매우 활발해서 치아 흡수성 병변이 더 흔하게 나타나는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러한 치아의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면 치아를 공격해야할 대상으로 잘못 인식해 백악질에서부터 점차적으로 치아가 녹아 사라지게 됩니다. 뿌리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알기가 어렵데요. 뿌리가 완전히 녹은 뒤에는 밖으로 나와있는 이빨은 떨어져 나가고, 깨끗하게 뼈만 남은 빈공간이 발생합니다.
원인은 아직 모른데요. 다만 고양이들에게선 매우매우 흔하게 나타나고, 고통은 없는 걸로 여겨진답니다. 왜냐면 같은 증상이 사람한테 발생한 경우에 환자들이 고통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고양이도 아마 그럴 것이다 짐작한데요.
그리고 개나 고양이들은 사실 음식을 거의 씹지 않고 삼키기 때문에 이빨이 없어져도 일상에 큰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물론 야생에서 사는 아이들이라면 사냥을 할 때에 송곳니가 필요하지만 집에서 사는 아이들은 사냥도 안 하니까요.
때문에 이 과정이 뿌리에서만 깔끔하게(?) 발생해 완전히 진행돼고 뼈로 채워지면 큰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우리 냥님도 구강 촬영을 해본 결과 이미 어금니 두 개가 치아흡수로 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른데요;; 주로 3세 이상부터 발생한다고 하니 현재 13세인 우리 냥님은 지난 10년 중 어떤 시점에서 이빨이 두 개나 없어졌는데 한 번도 이상 증세를 보인 적도 없을 뿐더러 돼지 같이 밥만 잘 먹으며 살아왔...
그렇다면 문제는... 이 치아흡수가 뿌리가 아닌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으로 번져가서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긴답니다. 이렇게 되면 고통이 상당하다고 해요. 염증이니 물론 그렇겠지요...
지금 저희 냥이가 바로 이 경우인데... 위쪽 송곳니에서 발생한 치아흡수가 뿌리 밖으로 진행됐고, 급기야는 부러져버린 겁니다. 아마 최근 한 동안 딱딱한 사료를 기피하고 좀 아파했을 거라고 하시는데... 못난 집사는 그런 줄도 모르고 왜 사료 안 먹고 자꾸 간식만 먹냐고 잔소리를 했다는... ㅠㅡㅠ
이렇게 되면 치료 방법은 발치 밖에는 없다고 해요. 발치를 위해서는 물론 마취을 해야하고, 마취란게 고양이 몸에 상당히 부담이 되는 일이라 한 번 마취를 한 김에 앞으로 같은 일이 벌어질 위험이 있는 치아는 미리 발치하는 편이 좋다고 해요. 물론 이 기회에 스케일링도 할 예정.
그리고 지금 부러진 송곳니야 당연히 부러졌고 염증도 보이니까 발치 수술을 확정할 수 밖에 없는 거지만, 사실 위에도 말했듯이 치아흡수는 뿌리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자세한건 정밀한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발치 필요 여부를 알 수 있고, 그러려면 일단 마취를 해야하기 때문에 수술 당일날이 되봐야 치료의 규모(?)를 알 수 있답니다. (그러니까 수술비가 얼마가 나올지는 알 수가 없...) 냥이가 마취돼서 뻗어있는 와중에 보호자와 긴 상담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 미리 얘기하는 거라면서 아주 자세히... 저 같은 바보 집사도 다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쉽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어요.
자... 여기까지가 치아흡수성 병변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우리 냥님 이빨에 충치 생긴 것 같다고, 병원 좀 추천해달라는 질문글을 동게에 올렸는데요, 그때 '민트어메' 님께서 한남동 m병원과 청담동 i병원 두 곳을 알려주셨어요. (닉언해도 되는 건가요... 혹시 문제가 된다면 지우겠습니다. 혹시 이글을 보신다면 넘나 감사하다고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고 싶어요 ㅠㅡㅠ)
그때 바로 병원을 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다시 잘 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해서 미뤘더니 결국 주인님 이빨이 부러지는 대참사가... ㅠㅡㅠ
여튼 부러진 이빨 보고 너무 놀라서 두 군데 병원에 전화를 걸었어요. 청담동이 집과는 좀 더 가까워서 먼저 걸었는데, 그곳은 이틀 뒤에 진료 가능하다고 하셔서... 한남동 병원은 원장님이 오후 수술 들어가시기 전에 잠깐 검진 가능하니 당일에 바로 내원해도 좋다고 하시기에 일단 갔습니다.
사실 그 앞으로 자주 지나다녀서 그 병원이 공사하고 오픈하는 과정도 다 지켜봤던 기억이 나는데 ㅎㅎㅎ 그곳이 치과전문병원인지 원장님이 그렇게 좋은 분이신지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ㅎㅎㅎ
일단 설명을 매우 친절하게, 알아듣기 쉽게 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우리 냥이 마취 가능할지 검사하느라 피뽑는데, 원장님께서 얘 정도 덩치면 사실 피가 콸콸 나와야 하는데 긴장해서 힘을 줘서 잘 안 나온다고 하시더라고요. 옆에 간호사 선생님께서 그 말 듣고 냥이 팔을 눌러서 피를 잘 나오게 하려고 하셨는데, 원장님께서 저지하시면서 '그러지 마세요. 그냥 천천히 뽑으면 돼요' 라고 하셨어요ㅠㅡㅠ (그리고 진짜 천~천히 오래 걸려 피를 뽑았다는...)
저는 그때까진 그냥 인상 좋으신 아저씨 의사님ㅋㅋㅋㅋ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가 여기서 완전 감동했어요.
아직 수술은 하기 전이라 (목요일 예정) 실력에 대한 부분은 말할 수 없지만, 작은 데서 동물을 배려해주시는게 보여서 수술날 뭔가 대단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우리 냥님이 편찮으시면 또 여기로 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갈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여기까지는 병원 후기 ㅎㅎㅎ
지금부턴 하소연 좀 할게요 ㅠㅡㅠ
우리 냥님 너무 불쌍해 죽겠어요 ㅠㅡㅠ
송곳니가 있어야 할 곳에 없는걸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아마 수술할 때 치아흡수가 진행 중인걸로 보이는 반대쪽 송곳니도 발치할 듯 한데... 진짜 볼 때마다 속상해서 어쩌죠 ㅠㅡㅠ
냥이랑 장난치고 놀면 가끔 제 손을 살짝 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아프다고 엄청 엄살부리거든요. 그럼 또 미안해서 막 어쩔 줄 몰라하고ㅠㅡㅠ 사실 진짜 좀 아프긴 해요;; 살살 물어도 송곳니에 긁혀서... 근데 이제 송곳니 없으면 물어도 아프지도 않겠죠 ㅠㅡㅠ 아 진짜 넘 속상합니다...
병원 다녀온 뒤로 기운도 하나도 없고 하루 종일 가만히 누워만 있으니까 염증난 데가 진짜 많이 아픈가보다 싶어서 불쌍해 죽겠어요 ㅠㅡㅠ 근데 이 와중에 식욕은 또 엄청 좋으셔서;;; 이빨 아플까봐 건사료 치우고 습식 파우치 위주로 주는데, 파우치 뜯는 소리만 들리면 축 쳐져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오는데;; 그것도 너무 짠해요 ㅠ
진짜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냥님 아픈건 정말 못 보겠네요 ㅠㅡㅠ
수술할 때 마취해서 정신 잃고 누워있는거 보면 정말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아요... 무서워 죽겠습니다 ㅠㅡㅠ 그래도 제가 같이 있지 않으면 냥이가 더 무서워할테니 참고 봐야겠지만요...
휴... 그나마 위로가 되는건 우리 냥이 엄청 건강하데요. 피검사, 엑스레이, 심장 검사 전부 완전 정상이라 13살이 이렇게 건강한건 놀라울 정도라고 그랬어요 ㅎㅎㅎ 이번에 이빨만 싹 치료하면 우리 냥이 20살까지도 거뜬할듯!!
사실 제가 냥이 먹는거 전부 유기농만 먹이고 좀 극성맞은 엄마긴 한데요, 그래도 13년 동안 병원 갈 일 한 번 없이 튼튼하게 잘 지내준건 내가 유난 떨고 잘 해줘서가 한 5%... 나머지는 원래 타고나길 건강하게 타고나서라고 생각되는데... 이렇게 건강한 고양이를 만난 것도 진짜 행운인 것 같고, 이렇게 이쁘고 착하고 건강한 우리 냥이가 나한테 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애가 한 번 아프니까 참 만감이 교차하네요 ㅠㅡㅠ 이상 송곳니 없는거 볼 때마다 속상함이 쌓여 하소연 좀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