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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가 아편전쟁으로 영국에게 처참하게 당하는 꼴을 옆에서 지켜본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체제, 기술, 학문 등 모든 것을 배워 서양식으로 근대화하려 했습니다
그 와중에 서양의 근대적 개념을 모조리 한자어로 번역했는데, 그 중엔 한자 문화권의 고전에서 발굴한 단어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도 있고(문화, 경제, 국가, 사상, 복지, 혁명, 관념...)
서양 단어의 의미를 새겨 새로이 만들어진 한자어도 많았습니다
그 예는 워낙 많아서 만약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단어 중 이 당시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를 완전히 제외하고 대화하라고 한다면 몇 마디 못하고 대화가 끊길 것입니다
아무튼 이제 영어의 freedom과 liberty를 번역해야 하는데, 적합한 말을 물색해보니 중국 고전에 '자유自由'라는 말이 눈에 띄어서 번역어로 정해졌습니다
이것은 비극의 씨앗이었습니다. freedom과 liberty는 비슷하긴 하나 엄연히 다른 의미인데 '자유'라는 단어로 묶어 두니 사람들은 혼동한 채로 여태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liberal democracy의 번역어인데 우리나라에선 freedom이라고 이해하고 쓰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liberty는 사회 속에서 구성원이 공존하기 위해 책임과 의무가 부여된 자유입니다
민방위특급전사님이 6월 13일에 올리신 '자유에 관하여-너무나도 유물론적이기만한 관점'이라는 글에서
[먼저 들어가기전에 제목에 쓴 자유는 '자유의지' 혹은 '인과론'에서 말하는 자유가 아닙니다.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유, 기계론적으로 인과에 묶이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안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는 상태, 억압받는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회적인 합의를 갖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칸트가 말하는 계열의 시작을 결정할 수 있는 형이상학적 자유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인간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상황을 말하는 통상적 의미의 자유입니다.]
라고,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자유'를 freedom이 아닌 liberty라고 확실히 개념 정리를 한 다음, 글을 이어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 글을 읽은 7000억이라는 사람은 서두의 개념 정리는 스킵해버렸는지 댓글로 freedom에 대해서 얘기했고
민방위특급전사님은 정중하게 그 자유가 아니라 이 자유를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7000억이 못 알아듣고 엉뚱한 얘기를 하자, 민방위특급전사님은 보다 자세하게 개념 설명을 했습니다
여기서 7000억은 심사가 뒤틀렸던지,
[님이 말한 이 자유는 자유라는 뜻을 성립이 안돼기에 이미 쉽게 말해 초장 부터 틀린겁니다. 자유란 제가 캡쳐한 님의 말처럼 틀이 없어요. 이해 관게쬬^^ 그런데 님은 틀을 만들었어요.]
라며 '민방위특급전사=틀'이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이후 한 달쯤 지난 7월 9일, Camel010님은 '인과율과 결정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재미있는 글이었기에 민방위특급전사님이 댓글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셨고
Camel010님은 대댓글로 화답을 하셨습니다
그 와중에 [1과 1이 더해지면 2가 되는 이치는 인과율이라는 이치와 상관없이 시간적인 순서를 따르지 않고 존재함.
그래서 인과율은 그저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는 세계에 대한 인식안에서만 따질때..
즉 자신이 처한 시간적인 속박안에 있다는 인식을 그냥 이치인것처럼 정해버린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라고 쓰셨는데, 한 달 동안 '민방위특급전사=틀'이라는 생각에 포커스를 맞춰 전의를 불태우고 있던 7000억은
그 중 '자신이 처한 시간적인 속박안에 있다는 인식을 그냥 이치인 것처럼 정해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읽고 이 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던 건지
이런 어이없는 똥볼을 차버리고 맙니다
거기서 멈췄더라면 부족한 자존감에서 비롯된 열등감을 해소하려고 남을 깎아내림으로써 잠시나마 지적 우월감을 맛보려는 이는 어느 게시판에나 있는 법이니까 아무 일 없었던 듯 넘어갔을 일입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죠
이제부터 지루한 내용인데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글삭튀하고 없던 일이 될까봐 지루함을 참고 써봅니다
7000억은 거기서 멈추지 못하고 따로 같은 내용의 게시물을 올립니다
'민방위특급전사님의 철학'이라는 제목으로, 이 게시물에서도 민방위특급전사님에게 '틀'이 있다며 심리학이나 과학 게시판에서 토론하라고 종용하면서도 그러한 주장의 근거를 내놓진 못합니다
그 와중에 Camel010님의 댓글에 대한 착각을 다시 한 번 인증하는 센스까지 보여주기도 하고..
Camel010님이 쓰신 댓글은 정규교육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무리없이 소화할 만한 평이한 문장이었지만
'민방위특급전사=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7000억의 눈에는 해당 문장이 민방위특급전사님을 가리킨다고 오해하기에 알맞은 소재였겠지요
하지만 민방위특급전사님은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도발에 반응하지 않고
7000억이 마련한 진흙탕에 들어갈 의사가 없음을 밝히십니다
민방위특급전사님이 올려 주신 글들이 개인적으로 주파수가 맞아서 깊이 공감하기도 했거니와, 깔끔한 문장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조리있게 설명하는 문체와, 무엇보다 여유있고 사려깊은 태도는 배우고 싶을 만큼 신사적이어서 일종의 팬과 같은 마음이었는데
이 댓글을 보고 물론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한편으론 '역시 다르구나' 하며 감탄이 나왔습니다
이제 Camel010님이 등장하여 '7000억은 내 댓글을 오독했다'는 얘기를 내놓으면 상황해제 되고 7000억은 쪽팔림을 안고 튀게 되는 타이밍이 되었는데 마침 바쁘셨는지
이런 애매한 댓글만 남기셨습니다
누가 봐도 민방위특급전사님을 지칭한 내용이 아님이 분명한데도 당사자가 말을 하지 않는 이상엔 타인이 가타부타 말할 수 없는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었고, 그런 상황을 인지 못한 7000억은 깜냥을 모르고 날뛰기 시작합니다
예전 스틸머시기 스타일의 비아냥을 시도하려 했으나 꺼내놓을 지식이 없으므로 원소를 쪼갠다는 등의 기이한 비유를 하며 도발을 이어가던 중
Camel010님이 드디어 '시간의 속박' 댓글에 대한 해명을 내놓으셨고
이제 7000억에겐 두 가지 선택이 주어졌습니다
솔직한 심정을 밝히고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진심이 담긴 사과를 올리는 것과
글삭튀라는 다소 찌질한 선택이 있었지요
7000억은 그런 평범한 선택을 하는 범인凡人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논제'를 '논지'로 쓰고, philrosophy, 분활, 취우쳐져 있어요 당신, 채험, 헤롭구요 등 일반인이 쓰는 표현따위는 거부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표기법을 개발해낸 사람이고
'겸손적' 태도를 '자기계발적'으로 동감할 줄 아는 철게의 군계일학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기상천외한 방법을 생각해냅니다
뿅
이 댓글을 본 유저들이 어이없어서 '너 댓글 오해한 거 창피해서 연출 드립하는 거잖아' 해도 끝까지
이런 궤변을 늘어놨습니다
재미없는 글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마무리로 '모순'이라는 작품 감상하고 가십쇼
정말 7000억 말대로 연출이었다면 그는 이 때부터 빌드업을 했던 걸까요? 그렇다면 참으로 치밀적^^ 연출자군요!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