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범죄자 입니다.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아서, 가슴속에 응어리진것들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한 없이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눈팅만 하던 오유게시판에 글 남깁니다.저는 내년에 25살이 되는 반 오십의 젊은 남자 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 진학도중 진로에 대해 고민이 생겨 휴학하고,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도중에 군 입대 영장이 날아오게 되어 입대 하였습니다. 그 시기는 2015년 입니다.
입대 이후, 조용히 군생활을 하였습니다. 나름 평범한 외모에 서글서글한 성격 때문에 여자친구도 꽤 많이 사귀었고, 군 입대 당시까지도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군 생활 도중에 여자친구와 헤어져버렸고, 일병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때였습니다. 헤어짐으로 인해 겉으로는 내색하지 못했지만, 심리적으로는 꽤나 큰 충격이였습니다. 첫 외박, 첫 휴가 모두 여자친구와 함께 보냈으니까요. 군 부대 내의 분위기로서는 누구나 다 입대하게되면 여자친구와 트러블이 생기거나, 헤어진다는 분위기여서, 내성적이였던 저로서는 그저 괜찮은척, 묵묵히 웃으며 받아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겉으로만요. 속으로는 매우 불안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다녀오는 군대지만, 누구나 처음 가게 되는곳이 군대이니까요. 바깥과 단절된 세상이란 곳에서, 혼자 버려지는 느낌이였습니다.
물론 싸지방에서 페이스북에서 헤어졌다는 글과, 주변 지인들, 친구들, 가족들의 응원을 받았고, 군대 내의 동기들에게도 힘내라는 말과, 너 정도면 언제는 괜찮은 여자를 소개 시켜주겠다는 응원의 말을 받았습니다. 내성적이지만 강해보이는 외모 때문에 나약한척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하루 일과를 묵묵히하며 견뎌낼 뿐이였습니다.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할수가 없는 군대 였습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위로의 말을 건네도, 겉으로만 웃고, 속으로는 마음이 타 들어갈 뿐이였습니다. 제 몸이 늪에 빠진것처럼, 발버둥을쳐도 저는 갈수록 우울해졌습니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후로, 날이 지나갈수록 잠이 줄어들었습니다. 헤어진지 2개월이 지날 무렵엔 2시간을 자고 기상해도 정신이 맑았고, 30분 쪽잠을 자도 정신이 맑아져 잠이 들지않았습니다. 지휘관님께 면담을 부탁드려 밤을 새워 홀로 연등을 하며 공부를 하기도 하고, 독서를 하기도 했습니다. 150명 내외의 좁은 부대 내에서, 저라는 존재는 갈수록 부각되었습니다. 특별하다기 보다는 이상한 병사, 이상한 후임, 선임또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그 시선을 참기힘들어 저는 군병원의 정신과를 방문하여 우울증 약도 처방 받아보고, 하루 일과를 빠지는 대신에 홀로 작업병 노릇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모습은 저를 더욱 더 이상하게 보이게 할뿐이였습니다. 급기야 저는 생활관 내의 동기와 싸워 영창에 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영창에 다녀온 이후로, 저는 아주 특별해졌습니다. 그 누구도 말을 걸지않고, 그 누구도 신경쓰지않고, 주위에서는 그저 가만히 있어주길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150명 내외가 있는 군 부대내에서, 저는 홀로 있었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말을 걸면 피하려고하고, 형식적인 대화만 할뿐이였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더 이상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결국엔 지휘관님께 면담을 요청하여, 더 이상 군생활을 하고싶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지휘관님께서는 헌병을 불렀고, 헌병은 저를 데려가 영창에 미결수로 수감하게 되었습니다. 상병 진급이 가까워 올때쯤 저는 영창에 수감이 되었고, 군 생활 거부로 인하여 징역 1년형을 선고 받고, 육군 교도소로 가였습니다. 항소 하지않고 1심의 형을 인정한 저는, 기결수로 전환되어 6개월간 육군교도소에서 머물다가 사회에 있는 교도소로 이감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기간을 군 외부의 교도소에서 수감하고, 복역하였습니다. 형량 1년을 다 채운뒤에 저는 다시 고향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든게 바뀌어있었습니다. 1년이란 시간동안 세상과 단절 되었던 저는, 모든게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친구에게 연락을 하는것도 무서웠고, 가족이외의 다른 사람과 절대 만나지않았습니다. 저에게 범죄자란 딱지가 붙여져있는게, 다른사람의 눈에도 보일까봐서, 그게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평범한 생활을 기대할수가 없었습니다. 이력서를 쓸수도 없었고, 대학에 다시 진학하는것도 너무 두려웠습니다. 다른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을까봐서,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교도소 출소이후에, 약 3개월간, 그 누구와도 연락하지않았습니다. 오로지 집에만 있거나, 홀로 산책을 다니거나, 책만 읽었습니다. 제 주변 지인, 친구들이 모두 갑자기 나타난 저를 보고 신기해하고, 궁금해할것같아서, 너무 두려웠습니다. 저는 하루종일 한마디도 하지않는 경우도 있었고, 사람과 대화하는것도 어려워졌고, 군 입대 이전에 잘웃고, 밝았던 모습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자리엔 실패자, 패배자라는 단어가 채워들어갔습니다.
결국 저는 가족과 지내는것마저 불편해져서, 혼자 따로 살게 되었습니다. 새로운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지내는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사람들은 날 모르니까, 여기서는 아무것도 상관없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력서를 크게 보지않는 일자리를 구하고, 홀로 일을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군 생활을 끝마치지 못한 저에겐 그 자리는 잠깐의 휴식처와도 같았습니다. 예비군을 가지않는 저를 의아하게 생각한 회사사장님은, 저의 상세한 주민등록 등본을 보길 원했고, 그것을 저는 차마 회사사장님께 드릴수가 없었습니다. 제 주민등록 등본에는, 군 전역 사유에, 기타 라고 쓰여있었을테니 까요. 결국 저는 직장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생활도 마무리 할 시점에 이른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홀로 지내며 다시 그 누구와도 연락하지않고있습니다. 저에게 살아갈 길이 있을까요? 대한민국 안에서, 군생활을 마치지못한 저에게 주어진 자리는 없을것같습니다. 너무나 외롭습니다. 누구에게 터놓고 말할수가 있을까요. 누구나 다 다녀오는 군대를 마무리 하지 못하고, 교도소를 다녀온 저에게 주어진 자리는 없는것만 같습니다.. 저도 살고싶습니다. 누군가와 일상얘기를 하며, 평범하게 살고싶습니다. 평범한 직장, 결혼, 그런것을 저는 꿈도 꾸지 못하게되었습니다. 과연 제가 이 세상에서 살아갈수 있을까요? 모든걸 놓아버리는게 더 편하지는 않을까요?
제 인생이 이런식으로 망가지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모든게 제가 선택했던 길이지만, 모든걸 책임진다는게 너무 힘이듭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