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와의 평가전.
솔직히 말해 저는 김남일을 중심으로 경기를 보았습니다.
키플레이어가 없는 지금 대표팀이 약간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죠.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히딩크가 왜 히딩크인지를 잘 보여주는 게임이었다고 봅니다.
상대 키플레이어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우리 팀의 플레이에 활력을 넣어주는 김남일.
단점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김남일이었습니다.
수비라인의 선두에 서서 상대공격을 저지하는 김남일.
달려들 때와 물러설 때를 정확히 아는 김남일.
상대수비의 허점이 무엇인지 알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김남일.
한 번의 패스로 상대수비를 무너뜨리는 김남일.
모두 환상적이었습니다.
전반전을 본 뒤 너무 피곤하여 그냥 잠에 빠졌습니다.
사실 더 볼 필요도 없는 경기였지요.
막 깨어나서 결과를 보니 예상대로 무실점 경기였더군요.
보나마나 김남일효과로 인한 경기경과였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2002 월드컵 때를 돌아봅니다.
포르투칼과의 경기에서 김남일 이영표 박지성은 펄펄 날았습니다.
피구와 파올레타는 공 한 번 제대로 잡지 못했지요.
그들이 누구입니까?
지금도 유럽무대를 쥐고 흔드는 선수들입니다.
그런 피구와 파올레타를 꼼짝 못하게 하던 이영표와 박지성은 성공하고 있죠.
김남일만은 국내무대를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만,
오늘 핀란드와의 경기는 김남일이 누구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전반전, 날카로운 공격의 시발점은 바로 김남일이었죠.
김남일이 한 번 찔러주는 뜨루패스가 곧 위협적인 공격으로 나타났던 것이죠.
유감스럽게도 다른 선수들의 패스는 왠지 부족한 느낌이 있더군요.
그 점에 주목하면서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그건 상황파악능력의 차이가 분명했습니다.
즉 김남일의 패스가 다른 선수들의 패스와 조금 달랐지요.
경기를 읽는 눈이 밝은 김남일의 패스가 곧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죠.
오늘 경기가 안정적으로 진행된 것도 김남일효과였다고 봅니다.
잠시 2002 월드컵을 돌아보았습니다.
이을용과 김남일이 있어 4강에 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폴란드와의 경기 때 황선홍에 해 준 어시스트.
미국과의 경기 때 안정환의 헤딩을 이끌어낸 프리킥.
감동적인 이탈리아와의 연장전 때 안정환의 헤딩을 이끌어낸 프리킥.
모두 이을용의 빛나는 업적(?)이지만 그 뒤를 받쳐준건 역시 김남일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굳은 일을 다해주는 김남일.
그가 있었기에 박지성과 이영표가 펄펄 날아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아드보카드는 경기 후 백지훈을 칭찬했더군요.
혹시 립서비스가 아닐까요?
어쨌든 2006 월드컵의 허리는 김남일과 이을용이 중심이라고 봅니다.
물론 공격라인과 수비라인은 극과 극입니다.
공격라인의 자원은 풍부하고 수비라인의 자원은 부족하죠.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홍명보 김태영 이후 대형수비수는 아직 보이지 않으니 말씀입니다.
김진규가 있지만 성장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죠.
어쨌든, 공격라인의 박지성과 수비라인의 이영표는 바뀔 수 없는 노릇이겠고.....
최진철의 경험과 안정환의 조커가 변함없다면....
설기현 차두리 이운재 등을 확정하고 나면 송종국이 남았네요.
아~, 물론 나머지 수비라인의 구성과 이천수가 있죠.^^
그렇다면 어디 한 번 월드컵멤버를 제 나름대로 구성해볼까요?
골기퍼----------------------이운재, 김영광?-----------------------------
.
(조원희, 송종국)----(김진규, 김상식)----(최진철, +++)----(이영표. +++)
.
-----------이을용----------김남일--------(백지훈, 김정우)----------------
.
-----------박지성---(이동국, 조재진, 안정환)---(설기현, 박주영, 차두리)----
주의 :
공격수로 쓸 수 있는 이천수는 그냥 뺐습니다. 어차피 합류하겠지요, 뭐.
어쨌거나 이 정도면 어떨지 모르겠군요.
움직일 수 없는 선수라면 김남일, 이을용, 박지성, 이영표 정도가 되겠습니다.
전술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른다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쓰리백과 포백은 전혀 다른 전술적인 변화이니 그 점을 감안해야겠지요?
오늘 경기까지 보여준 조원희의 플레이는 조금 걱정스럽습니다.
경험부족이 금방 눈에 들어왔으니 말입니다.
허슬플레이는 여전했지만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경험이 더 중요하죠.
무턱대고 뛰는 양을 늘이는 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역시 히딩크의 선택은 밝았습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그가 얼마나 뛰어난 지도자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 많죠.
송종국이 무리 없이 합류한다면 대충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핌 베어백 코치가 있으므로 그나마 안심이 되죠.
만약 김남일이 2006 월드컵에서 무리 없이 뛸 수 있다면.....
아마도 유럽무대를 쥐고 있는 프로팀 관계자들의 눈에 띨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오늘 보여준 김남일의 플레이는 바로 그러했죠.
누군가 그랬다지요?
축구감독이라면 박지성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말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작전소화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편으로는 감독의 의중을 꿰뚫는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박지성은 그만큼 받아들이는 능력이 뛰어나죠.
그런 박지성에 필적하는 선수가 바로 김남일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뭐라고요?
항상 팀플레이를 강조하더니 오늘은 왜 한 선수를 중심으로 설명하느냐고요?
ㅎㅎㅎ.
김남일의 플레이가 그만큼 저는 만족스럽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플레이가 팀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이었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다음에 또 설명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 글쓴이 : ,푸, (K-mania)